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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주정부 파이프라인 양해각서 서명 - 샴페인은 시기상조, 와인으로 건배나

사진: Global news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서명하는 스미스 주 수상 
지난 목요일 마크 카니 총리는 캘거리를 방문해 다니엘 스미스 주수상과 파이프라인 건설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새로운 파이프라인의 건설은 앨버타 UCP나 보수파만의 소망이 아니라 앨버타 보통 사람들, 더 나아가 캐나다인들 거의 대부분의 소망이다.
5년전 여론조사는 캐나다인 40%가 에너지가 캐나다의 주요 자산이고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11월 여론조사는 그런 생각이 70%로 늘어났다. 여론조사는 현실문제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는 파이프라인 건설이 캐나다인들의 소망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앨버타에서 B.C. 북부 해안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은 비투멘(Bitumen) 원 상태 그대로 운송 판매되어 최종 소비자가 용도에 맞게 정제한다. 파이프라인이 완공되면 하루 최대 100만 배럴을 아시아 시장 수출하게 된다.
주 정부는 내년 7월까지 사업서를 작성해 연방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초기 단계에는 주 정부가 1,400만 달러를 투입해서 건설 계획을 주도해 위험요소를 줄여 민간업체에 이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이프라인 양해각서 서명으로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의 첫 걸음은 떼었으나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해 끝이 보이지 않는다. 파이프라인 건설이 매우 위험한 사업으로 어떤 규제가 따를지, 비용이 얼마가 들지 예측할 수 없어 파이프라인 건설회사에서 선뜻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엔브리지(Enbridge), 사우스 보우(South Bow), TC에너지 같은 회사들은 자금회전이 빠르고 안정적인 프로젝트를 선호하지 위험요소가 많은 장기간 프로젝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작년 5월 완공되어 운송을 시작한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증설공사는 최초 공사비 74억 달러에서 최종 340억 달러로 뛰어올랐다. 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예정기간보다 4년5개월 늦게 완공되었는데 늦어진 이유는 B.C. 주정부, 원주민 공동체의 반대에 따른 법정 소송, 원주민 공동체와의 협의 지연, 험난한 지형에 의한기술 공학적 문제, 극한 기후 및 자연재해 등 복합적 이유가 있다. 주 사업자 킨더 모르간(Kinder Morgan)은 결국 사업권을 매각했고 연방정부가 이를 인수해 공사를 완공했다. 만약 킨더 모르간이 끝까지 공사를 진행했다면 치솟는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을 것이다.


파이프라인의 전략적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을 한다. 증가하는 원유 생산량,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아시아 시장의 성격은 파이프라인의 기본적 경제성이 강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자본 전문가, 금융 전문가들은 파이프라인 공사를 민간 기업에 맡긴다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고, 위험 분담을 나누고 수입보장이나 비용초과, 공사 지연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이유는 위험 때문이지 수요 때문이 아니다.


B.C. 주정부, 원주민 공동체, 환경단체의 반대
데이비드 에비(David Aby) B.C. 주 수상은 양해각서를 지원하지 않겠다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에비 주수상은 양해각서를 에너지 뱀파이어(Energy vampire)라고 비판하며 연방정부와 앨버타 주정부가 양해각서에 집중하며 B.C. 정부와 원주민 공동체에 쓰일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이 낭비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B.C. 주정부 고위관료는 제안된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대해 원주민 공동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우리는 원주민 공동체에 대한 헌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면서 “어떤 정부기관의 결정에 대해 원주민 공동체가 우려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이 있다. 이는 프로젝트에 대해 지연을 초래하며 많은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해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원주민 공동체와 환경단체는 이번 양해각서에 대해 “파이프라인은 절대 건설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다. B.C. 북부 해안의 원주민 연합(Coastal First Nations)은 “우리 해안에 유조선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양해각서는 원주민들의 고유 권리와 해양-생태계, 전통 생계 — 즉 어업, 식량 안보, 관광 등을 위협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B.C. 원주민 추장 협회(Union of B.C. Indian Chiefs: UBCIC) 도 양해각서를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들은 이번 양해각서가 원주민의 토지와 수역에 대한 권리 및 자유로운 사전 동의(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 원칙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Costal Gaslink 프로젝트는B.C. 원주민 공동체의 일부 반대가 있었으나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작년 11월 LNG(액화천연가스) 송출을 시작했다. LNG는 한국, 일본, 차이나로 수출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도 원주민 공동체가 환경오염 문제로 반대했으나 LNG가 유출되는 사고와 모래와 끈적끈적한 유기화합물 덩어리인 비투멘 유출사고는 전혀 다른 문제로 비투멘이 유출되어 토양이나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킨다면 원상복구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환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환경 단체들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양해각서가 실질적 투자나 사업 계획 없이 발표된 ‘정치 쇼’에 불과하며, 북부 해안에 기름 유조선이 들어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재앙 같은 기름 유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B.C. 주정부, 원주민 공동체, 환경단체의 반대는 정치적, 환경적 우려뿐 아니라, 원주민 권리 존중과 해안 생태계 보호라는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연방 보수당 역시 이번 양해각서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다.
오타와에서는 카니 총리, 팀 호지슨 연방 천연자원부 장관, 스티븐 매키넌 연방 하원 원내대표가 의회 질의시간 동안 계류 중인 합의안에 대해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로부터 거듭 질문을 받았다.
포일리에브르 당대표는 이를 "무의미한 양해각서"이자 "홍보 책략"이라고 칭하며 연방 정부에 새 파이프라인 건설 착수일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카니 총리는 B.C.주와 지역 원주민들이 이 프로젝트에 동의해야 하며, 양해각서 자체가 스미스 주수상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에너지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총리는 "양해각서는 필요조건을 제시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캐나다가 연방으로서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협력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B.C.주 정부가 동의해야 하고 원주민 공동체도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외의 복병 앨버타 분리주의자
스미스 주 수상이 연방총리와 나란히 앉아 서명하는 장면은 1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나 화난 표정,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연방정부와 총리를 비난하며 걸핏하면 연방 탈퇴한다고 으름장 놓던 스미스 주 수상이었다. 이번 양해각서 서명은 연방정부와 앨버타 주 정부 사이의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경제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연방탈퇴를 목표로 하는 분리주의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지난 금요일 오후 UCP 전당대회에서 스미스 당 대표가 양해각서를 거론하자 반응은 차가웠고 일부는 야유를 보냈다. 분리주의자들은 이번 양해각서에 대해 연방정부 협력에 한 것을 굴복한 것으로 간주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양해각서에 대해 기업, 투자가들은 긍정적으로 표현했으나 분리주의자들은 “경제적 이익이 있다 해도 정치적 종속은 변하지 않는다.” “파이프라인 건설로 주정부 권한이 연방정부에게 제약 당한다.” 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양해각서에 대해 경제계와 분리주의 온건파는 환영을 분리주의 강경파는 반대입장을 표명해 정치적 분열이 예상된다.

스미스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때 분리주의자들이 제이슨 카니 정권을 무너뜨리고 스미스를 복귀 시키는 전위부대 역할을 톡톡히 해 스미스 당 대표는 분리주의자들에게 정치적 부채가 있으나 당권을 잡은 후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UCP 이사회를 강경파가 장악한다면 당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분리주의를 대표하는 제프 라스(Jeff Rath)는 강경파가 주도하는 이사회 구성을 바라고 있다. 그는 UCP 내부의 연방 탈퇴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연방 탈퇴는 반대가 찬성을 뛰어넘어 이미 문턱을 넘어섰다. 만약 다음 앨버타 총선에서 연방 탈퇴가 선거 이슈가 된다면 우리는 NDP가 다시 집권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앨버타 자체연금을 실시한다고 허황된 수치를 들고 나왔던 연금 이슈는 부정적 여론으로 무산되었고 주권법은 주 관할권의 개념을 문서상으로만 선언한 무력한 법안이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자화자찬했던 주민소환법은 UCP 주 의원 14명이 걸려 있다. 지난번 교사파업이 장기화하자 주정부가 notwithstanding 조항을 발동했을 때 14명의 주의원들은 주민들 요구대로 반대하지 않아 소환을 시작했다. 소환의 조건이 까다롭고 어려워 실제 소환은 불가능하겠지만 UCP가 발의한 법안에 UCP 의원 14명이 해당되는 희극이 벌어진 것이다.


주 수상 미소의 숨은 뜻
이번 양해각서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대한 자유당 연방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트뤼도 총리때와는 전혀 다른 행보로 스미스 주 수상도 크게 만족했다. 내년부터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대해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연방정부가 연방환경법 일부개정을 시사했다. 까다로운 규제도 완화된다.

스미스 주 수상은 화석 에너지(원유 및 천연가스)가 전세계적으로 소비가 확산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고무된 스미스 주 수상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여 세계적인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고 선언했다. 파이프라인으로 수천억 달러의 정부 수입이 생기고 고용창출의 기회가 생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의 기술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전 세계 원유 수요가 2030년경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차이나의 수요는 그보다 더 빨리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휘발유 소비량은 이미 2018년에 정점을 찍었고, 유럽 연합은 2001년에 원유 수요 정점에 도달했다. 인도는 화석 에너지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나 재생 에너지 요금이 천연가스보다 싸게 먹혀 머지않아 인도 역시 화석 에너지 수요가 정점에 이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투자금액이 화석 에너지 투자금액을 훨씬 앞섰다. 올해 전세계 재생에너지 투자금액은 2조2천억 달러로 화석 에너지 투자금액 1조 천억 달러의 두배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파이프라인 전문가들은 B.C.주를 통과하는 원유, 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1차 공사, 증설공사, Pembina NEBC/Western pipeline, Westcoast pipeline, Coastal Gaslink pipeline)의 예를 들면서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2029년에야 첫 삽을 뜨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간은 대략 11년-12년 예상해 빨라야 2040년에야 비투멘 운송을 시작하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늘어나는 추세와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를 볼 때 2040년 원유 가격은 얼마나 될까? 아무도 모른다.

주정부 수입과 고용창출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면 스미스 주수상은 재생에너지(풍력 에너지 태양광) 프로젝트 중단을 해서는 안되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중단으로 330억 달러가 날라갔고 수천개의 직업도 날라갔다. 주 수상은 파이프라인 건설에서 경제적 측면보다 정치, 문화적 측면에 더 비중을 두는 듯 보인다.

내년부터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캐나다 전체의 정치 경제를 뒤흔들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미스 주 수상은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승리를 선언할 것이고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누군가의 반대로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주 수상의 주요 정책 목표인 연방정부와의 싸움에서 더 많은 명분을 얻는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양해각서 서명할 때 그 미소의 의미를 알 것 같지 않은가?

기사 등록일: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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