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내일은 누가 책임지나?"… 기계의 오판에 반발하는 20대
취업 시장 축소 공포 · 부정확한 탐지기 피해 · 대학 사회의 과민반응 · 선거 개입 우려
사진출처: 기자가 묘사하고 AI가 그림
(이은정 기자) 타임지(Time) 통계에 따르면 Z세대의 68%가 5년 내 생성형 기술에 의한 엔트리 레벨 일자리 감소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특히 대학 현장에서는 불완전한 탐지 소프트웨어로 인해 순수 창작물이 표절로 둔갑하는 억울한 사례가 속출하며 40% 이상의 학생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최근 캘거리 대학교와 앨버타 대학교 등 캐나다 현지 캠퍼스에서도 신뢰할 수 없는 탐지 기술과 대학 측의 일방적인 규제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나아가 조작된 딥페이크가 선거의 공정성마저 위협한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청년 세대는 기술의 상업적 폭주를 막을 투명하고 즉각적인 법적 안전장치 마련을 사회에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캠퍼스를 나서는 청년들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졸업장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들은 ‘인공지능(AI)’이라는 보이지 않는 경쟁자와 생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기술의 발전이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믿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지금의 청년들은 통제 불능의 알고리즘이 자신들의 일자리와 창작의 자유, 나아가 민주주의 시스템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변하고 있다.
사라지는 출발선, 벼랑 끝에 선 구직자들
가장 큰 불안의 진원지는 단연 좁아진 취업 문이다. 타임지(Time)가 분석한 최근 데이터는 이러한 청년들의 절망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설문에 참여한 Z세대의 68%는 향후 5년 이내에 생성형 기술이 신입 구직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갓 졸업한 학생들이 실무를 익히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초급(Entry-level) 일자리가 사회로 향하는 튼튼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의 기업들은 단순 데이터 정리나 문서 초안 작성 등의 업무를 사람 대신 효율적인 AI에 빠르게 넘기고 있다.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청년들은 자신들이 사회 초년생으로서 설 자리마저 AI에게 내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억울한 표절 낙인, 앨버타 대학 캠퍼스의 혼란
취업의 문턱에 서기도 전, 대학 캠퍼스 안에서부터 학생들은 불완전한 알고리즘의 오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타임지 조사에서 대학생의 40% 이상이 탐지 프로그램의 오작동으로 인해 자신의 과제물이 의심받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 가운데, 이러한 혼란은 캐나다 앨버타 지역 대학에서도 생생하게 목격된다.
캘거리 대학교(University of Calgary) 교육학부의 소루시 사바간(Soroush Sabbaghan) 부교수는 "현재 우리에게는 AI 생성 콘텐츠를 정확히 잡아낼 기술이 없으며, 시중의 탐지기들은 전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쓴 글을 기계가 쓴 것으로 잘못 짚어내는 시스템의 오탐지(False Positive) 오류로 인해, 며칠 밤을 지새워 쓴 순수 창작물이 순식간에 표절작으로 낙인찍히는 억울한 피해가 속출하는 것이다.
앨버타 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KPMG 캐나다의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대학생의 약 60%가 학업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앨버타대 학생회의 케이티 탬셋(Katie Tamsett) 부회장은 "학생들이 과제에 AI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현실 세계에 깊숙이 들어온 AI 기술을 무조건 배제할 수만은 없다"며 학교 측이 현실적인 균형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현지 학생들은 불완전한 소프트웨어 탓에 부당한 징계를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기계의 오판에 기대어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대학의 대처가 지나치게 과민반응적(overly reactionary)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딥페이크가 흔드는 민주주의, 해답은 법적 규제
이들의 위기감은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사회 시스템 전반으로 뻗어간다. 18~29세 젊은 유권자의 75%는 정교하게 조작된 딥페이크 영상과 거짓 정보가 다가오는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고 듣는 것조차 믿을 수 없는 시대에,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권마저 조작된 정보에 휘둘릴 수 있다는 공포가 널리 퍼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이러한 반응을 '신(新)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 같은 단순한 기술 거부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이는 명확한 윤리적 기준 없이 상업적 이익 창출에만 혈안이 된 빅테크 기업들의 무책임한 개발 질주를 향한 매우 합리적인 비판이다.
결국 젊은 세대가 바라는 것은 기술 발전의 맹목적인 차단이 아니다.
현지 청년 단체와 기술 윤리 전문가들은 기계의 편의성이 인간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짓밟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즉각적이며 투명한 법적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편리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청년들의 땀방울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알고리즘의 폭주에 이제는 사회 전체가 책임감 있게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