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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내가 태어난 땅에서 _기자수첩
 

볼쉐비키 혁명과 라스푸틴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처럼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사건이나 세계대전 등 대형 사건은 한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 혁명만 해도 농민이나 민중의 궁핍에서 오는 불만, 상류층의 수탈과 부정부패, 왕실의 무능 등 내부적 요인에 러일전쟁, 1차대전 참전 등 외부적 요인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그런데 여기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으니 라스푸틴이다. 라스푸틴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으나 다시 말한다면 그는 러시아 정교회 수도원에서 오랜 기도 생활에 정진한 신비의 인물로 라스푸틴의 존재가 러시아 혁명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황제 니콜라이 2세의 황태자는 혈우병을 앓고 있었다. 황태자의 혈우병을 기도로 고친 인물이 바로 라스푸틴으로 이때의 체험으로 황후는 라스푸틴을 통해 신과 직접 대화 했다고 믿게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라스푸틴은 황제 니콜라이와 황후 알렉산드라의 총애를 받게 되었고 그 후 정치에 간섭하게 되었다.
라스푸틴의 말에 따라 니콜라이2세는 전쟁터로 떠났고(1차대전) 황제가 자리를 비우자 황후 알렉산드라를 뒤에서 조정하는 라스푸틴이 말에 따라 군사작전까지 지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개 수도승이 군사작전까지 지시하는 일이 벌어지자 황족들과 대신들의 미움을 샀다.
특히 올가 공주는 라스푸틴을 미워해 궁정에서 추방하라고 모후에게 간청하기도 했다. 국정 간섭뿐 아니라 라스푸틴은 궁정에서 황후 및 귀부인들 상대로 온갖 추문을 만들어냈다. 러시아 국회인 두마에서도 장관들이 “우리는 꼭두각시”라는 말이 돌았다. 그 때부터 라스푸틴 암살 계획이 진행되었다.
라스푸틴이 정말 신비한 능력이 있었는지 우연한 일로 아녀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에게 임박한 죽음을 예견하고 예언을 남겼다. 일개 수도승이 주제를 모르고 국정을 간섭했으니 제 명에 죽지 못할 것은 자기자신도 알고 있었겠지만 그의 예언대로 니콜라이 황제 일가는 혁명이 일어나 총살 되었다.
라스푸틴으로 인한 국정의 문란은 국내 국외 문제로 위기에 봉착한 제정에 혁명의 불길을 댕기는데 촉매 역할을 했다.
한국판 라스푸틴
미 정보기관 보고서에도 최태민을 라스푸틴에 비교했다. 정보 보고서에는 최태민이 박근혜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했는데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정보기관장 김형욱과 김재규도 박정희 대통령에게 최태민에 관한 보고서를 남겼다.
최태민이 목사였는지 중이었는지 아니면 사이비 종교 교주였는지는 관심 없지만 최태민과 박근혜 관계도 정체불명의 인물과 대통령 딸과 관계로 국정과는 직접 관계가 없지만 대를 이어 계속되는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는 국정에 직접 관계가 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염려스러운 것이다.
지난 광복절 때 박근혜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순국 했다고 경축사를 읽어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말 실수를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 ‘어벙한 여자’ ‘띨띨한 여자’라는 각인이 국민들 뇌리에 박힌 지 오래지만 독회와 검토를 수 차례 거치는 연설문에서 실수가 나왔다는 것은 청와대 비서진이 나사가 풀렸어도 단단히 풀렸거나 뭔가 청와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의문이 최근에 풀렸다. 보도에 의하면 최순실은 대통령 연설문 수정이 취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순국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연설문 수정뿐만 아니라 문서 유출을 통해 최순실이 청와대 문건에 관여 했다는 사실이 보도 되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청와대는 부정부터 했다. “지금이 봉건시대냐?”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부정했다.
공주병 중증을 앓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좀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청와대 문건 유출에 관한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오자 할 수 없이 등 떠밀려 녹화방송을 통해 “어려울 때 도와준 최순실을 통해 몇 가지 조언을 받았다”고 국민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나 2분도 채 안 걸린 사과문에서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었고 거짓말로 사건을 호도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조차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한 담화였다.”고 분개했다.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국정을 최순실에게 미리 알려 상의했다는 것은 범법행위를 넘어 국기파괴”라는 발언을 날렸다. 여당의원들 조차 분개하는 ‘박근혜 와 최순실’을 보면 상황과 사건 전개가 1900년대 초 러시아 궁정과 같아도 그렇게 같을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연산군
언젠가 어떤 인터넷 매체에 박근혜 대통령을 여자 연산군에 비유해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왕위(대통령)에 오른 과정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연산군과 박근혜는 닮은 점이 많이 있다. 전제군주시대 왕이란 게 장남이란 이유로 떠밀려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산군도 장남이란 프리미엄에 인수대비를 비롯해 수구세력에 떠밀려 왕위에 올랐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도 정치력이 뛰어나다거나 지도자로서 카리스마가 있다거나 지도력이 있어 대통령 된 것이 아니라 유신잔당인 수구 기득권 세력이 박정희의 후광을 업은 박근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산군은 어려서 모후를 잃었듯 박근혜도 부모를 잃어 사람들에게 측은지심과 연민의 정을 불러 일으켰다. 시장에서 좌판 벌려놓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할머니들이 박근혜 손 잡고 “불쌍한 영애”라고 눈물 흘리는 광경이 TV에 종종 방영 되었다.
그러나 구중궁궐에서 세상 물정 모르며 금지옥엽으로 자란 박근혜는 세파에 시달리며 살아온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심리를 가졌다. 더구나 정신적 지주인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며 의지할 곳 없어진 박근혜는 남을 믿지 못하고 작은 외부적 충격에도 불안해 하는 심리를 가져 믿는 사람에게만 의지하는 성격이다.
그런 성격이 최태민 최순실 부녀에게 의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청와대 참모도 믿지 못하고 장관 여당 국회의원도 믿지 못하고 오직 믿고 기댈 곳은 최씨 부녀였다.
최순실의 국정 개입이 수면에 떠오르자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문제를 꺼냈다.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는데 자신이 ‘참 나쁜 대통령’이 되는 순간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순실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로 남북통일이나 국가의 장래를 위한 개헌이 아니라 최순실 문제를 덮기 위해 꺼낸 개헌은 아이러니 하게 최순실 파도에 덮였다.
내가 태어나 자란 나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발언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는 세 살 먹은 아이들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한기총, 한교연에서 목사들이 개헌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제정 러시아도 정교 유착으로 멸망의 길을 걸었거니와 개신교 정치목사들의 개헌지지 성명은 혁명에 기름을 부은 러시아 정교회와 닮은 꼴이다.
일전에 인천 어느 교회에서 기가 막힌 일이 생겼는데 결혼해 아이 낳아 17년 키운 아이가 목사를 닮았다. DNA 검사 해보니 99.99% 목사의 DNA와 일치했다. 누구도 부인 못하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에 대해 당사자인 목사와 여신도는 “나는 기도해준 것 밖에 없다” “불륜은 절대 없었고 하나님이 준 아들이다”라고 강변해 분노를 샀다.
개헌 지지하는 정치 목사들, 불륜으로 애 낳고도 명백한 과학적 증거 앞에서도 뻔뻔하게 부인하는 목사와 여신도, 대통령의 거짓 사과, 삼류 인간들에게 농락 당하는 국정, 이런 일들이 남의 나라에서 생긴 일이라면 흥미로운 일이겠지만 내가 태어나서 자란 나라에서 생겼다는 게 너무 부끄럽고 분통 터지는 일이다. 내가 이런 나라의 국민이었단 말인가?
심리학자들 분석에 의하면 내면이 강한 사람은 비판 수용을 잘 하고 내면이 약한 사람은 비판을 두려워하고 비판을 수용하면 무너질까 두려워 한다고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후자에 속한다. 내면이 약하다 보니 세월호 같은 대형 사고가 터지자 어쩔 줄 모르고 7시간 잠적한 것인데 세월호 보다 몇 배 더 파괴력이 강한 ‘최순실 국기문란’을 어떤 식으로 수습할까? 수습할 능력은 있을까?
바라건대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 내가 태어나 자란 나라에서 더 이상 생기지 말기를


기사 등록일: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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