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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광장, 그리고 민주주의 _ 오충근의 기자수첩
 
광장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공통 현상이다. 광장에 사람이 모여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한다던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교환도 하고 공동체의 관심사나 결정해야 할 문제를 놓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광장 모퉁이에 물물교환을 전문으로 하는 시장도 생기고, 목 마를 때 목 축일 수 있고, 배 고플 때 뭔가 먹을 수 있는 장소도 생겨나고 한쪽에서는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스에서는 이런 광장을 아고라라고 불렀고, 로마에서는 포럼(Forum)이라고 불렀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과 토론도 하고, 프로타고라스가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열변을 토하고, 사도 바울도 아고라 단골손님으로“예수는 죽어 왜 삼일만에 부활해야 하는가?”를 논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도자 선출이나 전쟁결정 등 중요한 결정도 시민들이 아고라에 모여 토론으로 중지를 모았다. 재판도 아고라에서 열렸다. 소크라테스도 아고라 만중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되었다. 광장의 이런 기능은 로마를 거쳐 유럽에 전해졌다.

유럽의 광장
유럽 여행길에 광장을 여러군데 가본 것은 순전히 우연의 소치다. 발길 가는대로 가다보니 광장이 나오는 건 여행자의 운명이고, 광장마다 여행자에게 사연을 들려주었다.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 말 탄 바츨라프 동상이 굽어보는 광장은 양쪽 보도가 다르다. 왼쪽보도는 유럽의 여느 길처럼 돌로 되어 있으나 오른쪽 보도는 아스팔트로 되어있다.
알렉산더 듀브체크가 인간얼굴의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시작된 “프라하의 봄”, 그러나 소련은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며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샤바 조약국 군대를 투입해 프라하에 봄이 오는 것을 막았다. 조약군 탱크는 보도에 누운 시민들을 깔아뭉개고 지나갔다. 피와 살점과 함께 뭉개져나간 보도석, 그 때 아픔을 잊지 않기위해 그 보도를 아스팔트로 포장했다.
프라하의 봄은 오기도 전에 다시 겨울이 왔다. 길고도 긴 겨울은 1989년 12월에 끝났다. 절기상으로는 혹한의 겨울이었으나 체코인들 가슴속에는 봄이 왔다. 오랜기간 공산체재에서 반체재운동을 해오던 하멜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개방 개혁정책의 여파였다.
하멜의 당선으로 40년 공산독재가 소리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때도 바츨라프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프라하 인구가 백만이라는데 연70만명이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인간 띠를 이루었다니 체코인들이 얼마나 자유와 인권에 목말라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을 밸벳혁명이라 한다. 밸벳처럼 부드럽게 이루어진 혁명이란 소리다.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었지만 1918년 오스트리아-헝거리제국으로부터 독립할 때는 체코슬로바키아였다.
슬로바키아 수도는 브라스티스라바인데 이곳 광장에도 밸벳혁명 당시 매일 촛불시위가 있었다는 가이드 설명이다. 광장이름이 히틀러 점령 때에는 아돌프 히틀러광장,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레닌광장, 스탈린광장이었다니 동유럽이 겪어온 와세의 고난이 광장 이름에서도 느껴진다. 지금은 스탈린의 흔적도 히틀러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은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모였어요.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거주의 자유를 위해서, 공산당 일당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위해서.” 프라하의 봄 이후 처음으로 민중들이 촛불을 들었다.
광장을 봉쇄한 비밀경찰은 물대포와 진압봉으로 해산을 시도했으나 민중의 민주화 의지를 이기지 못했다. 슬로바키아 촛불시위는 종교의 자유를 내세운 천주교가 계획하고 주도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광장에 모여든 민중의 힘이 밸벳혁명 이라는 아름다운 무혈혁명을 성공시켰다.
지금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어 남남이 되었지만 프라하의 봄을 주도한 알렉산더 듀브체크나 밸벳혁명의 주역 하멜 대통령은 슬로바키아에서도 여전히 추앙 받는 인물이다.
벨벳혁명의 결과 민주의 삶이 윤택해지고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 그리고 공산당 일당독재의 권위주의를 벗었다는 것은 대통령궁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체코도 슬로바키아도 대통령 궁을 개방해 시민들 휴식공간이 되었다. 더구나 체코 대통령 궁은 관광명소인 체코성 안에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온다. 청와대도 개방해 점심시간에 대통령이 나와서 경내를 거닐며 시민들과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도 안아주는 모습을 보게 될것이다.
민중혁명이 성공해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는 어려운 일이다. 혁명의 과실은 엉뚱한 자가 차지하고 혁명이 이루고자 했던 이념은 퇴색하기 일쑤다.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이 실패한 민중혁명이다.
키에프 독립광장을 메운 민중의 염원을 뒤로 한채 정부는 무능하고 만연한 부정부패는 개선될 기미가 없고 침체된 경기로 서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해 최저임금이 월 50달러, 더구나 러시아 개입으로 크림반도가 날라갔고 동서내전 상황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차라리 안 일어난 것만 못하다”고 뒷머리를 긁적거려 독립광장에서 희생된 영혼들의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정이 헛된 꿈이였던가라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크라쿠프 중앙광장
폴란드 크라쿠프는 폴란드왕국의 수도로서 유서깊은 역사를 지닌 곳으로 유럽인들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도시로 유럽인들이 잊지 못하고 흠모하는 “영원한 도시, 로마”보다 먼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 되었다.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부근에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실제 무대다. 오스카 쉰들러가 이 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2,000명의 유대인 목숨을 구해냈다.
크라쿠프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흔적이 묻어있는 도시다. 교황은 이곳에서 대학을 다니며 나치저항운동을 했고, 사제 서품을 받고 철학교수로 후학을 지도한 곳이다. 크라쿠프 중앙광장에 성모 마리아 성당 있는데 교황이 이곳에서 봉직하다 교황으로 부름을 받았다.
지리적으로 유럽 중앙에 위치한 크라쿠프는 유럽 사방에서 상인들이 모이는 집합소 역할을 해 중앙광장에는 자연스럽게 유럽 각종 문물을 전시 판매하는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 생겼으니 직물회관이다.
크라쿠프 중앙광장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넓은 광장으로 넓이가 4만 평방 미터다. 이 넓은 광장에 시계탑이 서 있는데 바람이 한쪽 방향으로만 불어 69센티미터 기울었다고 한다. 가이드 말로는 “여러분들, 피사의 사탑 갈 필요없이 이거보면 된다”고 해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에 웃음을 선사했다.
시계탑 옆에는 커다란 사람 얼굴이 옆으로 누워 있다. 널리 알려진 만남의 장소로 “헤드 앞에서 만나자”는 한 마디로 된다는데 폴란드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작품이라는 가이드 설명이다.
폴런드 민주화는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가 핵심 역할을 해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전에 에스토니아가 모스코바에 대해 독립을 요구했지만.
동유럽은 제국주의 발흥과 나치 공산주의 통치를 거치며 고유의 문화 전통이 무시되고 인종적 지역적 특색이 무시된채 외부 힘에 의해 이합집산을 거듭했으나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루마니아만 제외하고 평화적으로 개혁과 변화를 이룬것은 민주와 평화를 염원하는 민중의 힘이었다.
만주주의를 데모크라시(Democracy)라고 하는데 그리스어 데모(민중)과 크라티어(정치)의 합성어로 민주주의라기보다 민중정치라는 뜻이니 광장에서 일궈낸 동서양의 민중의 의한 변화는 민중이 권력의 주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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