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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 두려운 자, 통일을 두려워한다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어느 매국 확신범
친일 매국노의 대명사는 이완용이다. 이완용의 매국 행위는 중국에서도 인용된다. 이완용은 억울 할 것이다. “왜 나만 갖고 그래?” 사실 그보다 더 악질 친일 매국노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작 일본에서는 이완용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일본에서 인정받는 친일 매국노는 이용구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이용구는 구 한 말 친일단체 일진회 회장으로 친일에 적극 앞장 선 인물이다. 그는 1868년 상주에서 평범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났다. 10대 후반에 충청도로 이사해 청주 충주에서 살다23세에 동학에 입교했다. 동학 입교는 농부로 살아온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날 무렵에는 손병희와 함께 충청도를 중심으로 한 북접의 중요 지도자가 되었다. 이용구가 이끄는 동학군은 한 때 관군, 일본군을 격파하기도 했으나 우금치 전투 이후 일본군에 밀려 동학군은 전멸하다시피 했고 이용구는 도피생활을 하다 체포되었다.
다행히 사형을 면하고 풀려난 이용구는 손병희를 따라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 동학군 지도자는 망명 중 생각을 바꿔 친일 행각을 시작했다. 다우리 도키치가 쓴 ‘대동합방론’을 읽고 크게 감동 받으면서부터다.
대동합방론은 조선 중국 일본이 일치단결하여 러시아 등 유럽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본과 조선이 합방해 대동국을 세워 중국과 동맹을 맺고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과 연합해 일본을 맹주로 하는 아시아 연합국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같으면 인종주의 발상이라고 혼나겠지만 그 당시에는 지식인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용구는 ‘대동합방론’을 굳게 믿었다.
손병희 지시로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이용구는 외세 배격을 주장하는 동학과 결별하고 시천교를 세웠는데 뿌리가 동학이라 교리상 큰 차이는 없었다. 그는 시천교를 모체로 일진회를 조직해 일본에 충성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선 조정에 일본과 합방을 탄원하는 서신을 보냈고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일진회원을 동원해 일본군을 지원했다. 당시 일진회원이 10만명이라고 했으니 엄청난 조직이었다.


후회할 때는 늦었다.
이용구가 생각하는 합방은 일본 황제가 있지만 조선과 일본은 각각 통치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정체성과 전통을 유지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형태의 합방이었다. 그러나 대동합방론은 양 가죽을 둘러 쓴 늑대의 정책으로 일본 제국주의 침략 야욕을 감추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
이용구의 일진회는 일본에 철저히 이용당했다. 일본의 의도가 국가 대 국가의 연합이 아니라 일방적 병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는 일본이 주는 작위도 거절했다. 암살 위협이 있자 일본으로 건너간 이용구는 울화병인지 화병인지 모를 병을 앓다 죽었다.
죽기 전에 그는 후회했다. “내가 바보였나 보다. 나는 일신상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았고 국가의 대계를 위해 일했다고 생각했으나 2천만 동포를 일본의 하등국민으로 빠뜨린 죄가 내게 있다.” 그는 스스로의 신세를 사냥 끝난 후에 개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때 늦은 후회였다.
일본에서 이완용보다 이용구가 인정 받는 이유는 그의 결벽증 같은 깨끗한 삶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들은 아싸리 한걸 좋아하니까. (주: 아싸리는 무의식적으로 쓰이는 일본어 중 하나로 깨끗하게 깔끔하게 차라리 등의 뜻이 있다)


현대판 이용구들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후 남북간의 긴장과 갈등을 씻고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이명박근혜 9년간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남북 경제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조차 가동이 중단되었다.
10년만에 모처럼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지구 유일의 분단국가, 기나긴 휴전 상태를 끝내고 한반도 평화정착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입으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면서도 평화보다 갈등을 조장하고 화해보다 대결을 조장하는 세력이 우리 내부에 있다.
북한을 같은 동포나 대화의 상대, 공생의 상대로 여기지 않고 적의를 갖고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세력이 남북 대화, 북미 정상회담이 깨지기 바라고 방해 공작을 하고 있다. 그런 세력들도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남북 화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소신과 대의에 따라 반대하고 방해공작 한다, 이용구처럼.
나라 팔아먹은 친일 매국노들도 소신이 있었다. 그들이 사리사욕이나 일본이 주는 작위나 은사금, 토지에 눈이 멀어 나라 팔아먹은 게 아니다. 이용구처럼 일제의 ‘대동합방론’에 넘어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친일행각을 한 부류도 있고 제국주의의 논리가 된 사회 진화론에 경도되어 ‘조선은 야만과 미개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으니 차라리 일본에 병합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 부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소신을 갖고 친일을 했던 그 소신은 잘못된 소신이었고 국가와 민족을 배반한 그릇된 대의였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움이 되거나 성원을 하지는 못할망정 안되기를 바라고 재를 뿌리는 세력들이 있다. 투표로 선출된 정부에게 위임한 권한과 의무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외국에 나가 월권행위를 하고 정상회담의 판을 깨는 행위를 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조선 말기 친일에 앞장 선 매국노들과 다를 바 없다.
해방 후 우리는 친일 매국노 단죄를 하지 못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구 시대의 과오와 잔재를 털고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맑은 물에 흙탕물을 섞어 놓은 격이 되어 오염된 흙탕물 속에서 맑은 물이 빛을 잃었고 흙탕물이 아직도 사회의 주류가 되어 정치 경제 사회 언론 법조계를 뒤흔들고 있다.
친일 매국노들이 해방된 조국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반공이었다. 민족을 배신하고 일제에 협조한 친일파들은 처벌의 두려움 속에서 찾은 ‘반공’은 그들에게 생명줄 이었다. 북한 정권이 ‘조국 해방’ 운운하며 전쟁을 일으켜 국토를 파괴하고 수많은 동포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간 책임이 있지만 우리 사회 주류인 친일 매국노 후예들에게 북한은 ‘반공’을 내세워 산호 호흡기를 달아 주고 있는 셈이니 남북이 화해와 평화를 이뤄 친일 매국노들의 산호호흡기를 떼어 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해방 후 국토가 남북으로 갈라진 것은 우리 뜻이 아니라 강대국의 뜻으로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니 갈라질 때는 우리 뜻이 아니었다 해도 우리 뜻으로 평화와 번영을 찾아야 한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나라들은 우리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원치 않고 우리 내부에도 이들에게 동조하는 세력이 있다.
북미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하고, 남북이 실질적으로 전쟁 당사자이고 피해를 입었으니 종전선언을 할 수있지만 그야말로 선언적 의미 외에는 없고 북한 미국 중국이 종전 선언을 해야 하고 북미가 평화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북미가 서로 신뢰가 없고 불신만 쌓이다보니 북미 정상회담이 살얼음 판을 걷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개인의 문제나 어느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에 살고 있는 8천만 구성원 전체의 이익과 사활이 걸린 문제로 합심하고 지혜를 다하여 풀어갈 문제다.
우리 역사를 볼 때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고 있었던 시대는 고려, 조선 1,000년이고 그 이전에는 삼국으로 갈라져 있었다. 삼국시대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고 공동체 의식도 다르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도 갈라져 있을 때도 평화의 시대가 있었고 갈등과 대립의 시대가 있었듯 지금은 70년의 갈등과 대립을 끝내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만들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야 할 때가 되었다.

기사 등록일: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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