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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68년 이어온 전쟁 _ 오충근의 기자수첩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가서 4장3절

6월에는 우리 현대사에 큼지막한 일들이 일어났다. 1926년 6월10일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6.10만세운동’이라고 부른다. 3.1만세운동 만큼 전국적으로 퍼지지는 못했으나 순종의 장례 행렬이 종로를 지날 때 군중들이 모여 “일본 제국주의 타도” “8시간 노동 쟁취” “토지는 농민에게”를 요구하는 만세를 불렀다.
요구조건에서 알 수 있듯 6.10만세 사건은 사회주의 성향의 독립운동가들이 주도했다. 10월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레닌은 제국주의 침탈로 신음하고 있는 약소국 지원을 약속해 서구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한 베트남, 조선을 지원했다. 러시아의 독립 지원으로 동양에는 사회주의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3.1운동의 학습효과로 일제는 6.10만세를 효과적으로 진압해 만세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지는 못했으나 민족주의, 사회주의 구별 없이 우리 모두에게 독립의지를 일깨워준 일이다. 국토분단과 6.25 전쟁 때문에 조국 독립이라는 성스러운 민족적 과업에 앞장선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이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61년의 시차를 두고 6.10 항쟁이 일어났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시작된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항쟁은 6월10일 대통령 간접선거일에 대규모 시위로 변했다. 6월9일 연세대 재학생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고 쓰려진 사고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었다. 6월29일 차기 대통령 후보이자 민정당 대표 노태우는 직선제 개헌 수용을 비롯해 민주화 일정을 발표했다. 6월 항쟁은 한국 민주화에 커다란 징검다리가 되었다.
그러나 6월에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6.25 전쟁으로 우리 현대사에 일본 제국주의 통치에 이어 가장 큰 사건이다. 동족상잔의 전쟁이 우리에게만 있었던 불행이 아니라 미국도 남북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을 겪었고 나라마다 동족상잔의 비극적 역사가 있지만 6.25 전쟁처럼 동족간에 대규모 살상이 벌어진 비극적 전쟁은 없었고 전쟁이 중단된 지 60년이 넘는 장기전쟁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안고 우리는 60년 이상을 지냈다. 60년 이상을 남과 북은 적대적 관계로 지내며 국토가 분단되어 문화적 혈연적 단절이 생겼고 국토발전의 불균형, 적대관계로 인한 천문학적 군사비 증가 등 수많은 불이익을 겪었다.
특히 막대한 군사비 증가는 남 북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터무니 없이 많은 액수를 군사비에 쓰느라고 복지정책, 문화정책, 경제발전이 지연되었다. 그래도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인 남한은 여력이 있었으나 경제규모가 미약한 북한은 수십만의 인민이 굶어 죽는 참혹함 속에서 핵무기 개발에 매달렸다.
2015년 자료에 따르면 남한은 약 395억 달러, 북한 약 83억 달러를 국방비에 쏟아 부었다. 남한은 예산의 약 10.6%를 국방비로 북한은 국민 총소득의 30% 이상을 국방비로 쓰고 있다.


전쟁이 불러온 비극

6.25 이전에도 크고 작은 국지전이 발생해 남 북이 서로 북침도 하고 남침도 했지만 6.25는 대규모 남침이다. 김일성도 공식적으로는 남침을 부인했지만 비공식으로 남침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북한의 경직된 체제에서 남침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역사학자 강준만 교수도 각종 자료를 비교 분석해 6.25는 남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남침 북침보다 중요한 것은 남 북 전 국토가 초토화 되고 각종 산업시설이 파괴되고 수많은 전쟁 이재민을 낳았고 남 북한 합해 군인 민간인 사망자가 120만명이 넘었다. 그 외 이승만 정부에 의해 빨갱이로 몰려 억울하게 학살 당한 수 많은 민간인들이 있다. 억울하게 희생 당한 민간인들은 나라에서 책임지고 진상규명하고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전쟁 중에 민간인 학살은 인륜에 반하는 야만적 범죄로 공소시효 없이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나치전범들은 지금도 체포되어 90세가 넘는 고령에도 기소되고 재판 받아 죄과를 치르고 있다.
6.25전쟁은 수많은 이산가족과 실향민을 낳았다. 이들은 두고 온 고향과 가족 친지를 그리워하며 명절이 되면 북녘 땅을 바라보며 ‘죽기 전에 밟아 보고 싶은 고향 땅’을 잊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전쟁이 남긴 커다란 민족적 상처이자 비극은 분단 상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스럽게 휴전 65주년 되는 올해부터 남북 사이에 화해무드,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어 기나긴 전쟁이 끝나고 남북의 평화롭게 공존하는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남북 화해, 천재일우의 기회

해방 후 우리는 사회를 전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몇 번 놓쳤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제헌국회에서 공표한 반민특위 법을 통해 나라를 팔아먹고 일제에 부역한 반민족 기회주의적 친일파를 처단하고 그들이 누려온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해체해 정의와 신상필벌의 상식이 기반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했으나 권력욕에 눈이 먼 이승만에 의해 자행된 초법적 월권행위와 협박으로 청산해야 할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아픈 역사가 있다.
1961년 쿠데타로 군부독재가 시작되었다. 박정희가 시작한 군부독재는 전두환으로 이어졌으나 국민들은 더 이상 군부독재를 견딜 생각이 없었다. 1987년 6월항쟁은 군부독재를 끝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동안 우리사회에 쌓여온 친일 독재 기득권을 정리하고 시민들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군정종식은 야권의 분열로 무산되었고 뒤이어 찾아온 IMF는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뒤집었다. 대량 부도와 대량 실직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수많은 가장들이 가정 밖으로 내몰리어 20년이 지난 지금 고독사의 약 40%를 50대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 비극도 비극이거니와 IMF로 국제자본이 일부 재벌들과 결탁해 신자유주의라는 수탈, 착취체제를 만들어 서민들의 경제적 독립, 경제적 자유를 빼앗았다. 모국 사회가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정치적으로는 자유를 누리지만 경제적으로 헬 조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IMF 이후로 이어지는 왜곡된 경제구조에 있다.
이명박근혜 9년동안 남북관계는 긴장과 대결의 연속이었다. 남북교류의 상징이던 개성공단도 박근혜 말 한마디에 폐쇄되었다. 그러나 민중들의 염원이 담긴 촛불 집회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남북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70년 넘게 이어진 분단과 대립이 하루 아침에 눈 녹듯 없어질 수는 없으나 대립과 긴장을 풀고 평화 공존, 남북 교류 시대의 첫 발을 디디려 하고 있다. 우리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온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지만 통일 전 단계로 남 북이 문화 교류, 체육교류, 경제 교류를 통해 ‘우리는 하나다’라는 정서적 동질감을 갖고 그 동안에 소원했던 거리감을 좁혀 나가면 통일은 언젠가 우리 앞에 다가 올 것이다.
7월27일이 휴전협정 65주년이다. 65년이 지나는 동안 전쟁 참전국들 사이에 적대관계는 남-북, 북-미 적대관계만 남고 나머지는 다 청산되었다. 휴전협정은 유엔군 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인민군 사령관, 중공군 사령관이 서명을 했다. 유엔군 사령관을 상대로 휴전 협정에 서명한 중국이 지금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 이사국이란 사실도 더 이상 휴전협정이 무의미 하다는 걸 가리키고 있다.
이날이 되면 앨버타 주 의사당 앞 정원에서는 한국전 참전 재향군인들이 모여 휴전협정 기념식을 한다. 참전용사들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 기념식에 참석하는 재향군인들이 줄어드는데 올해 65주년을 맞아 남 북한이 종전 선언을 해 의사당에 모인 재향군인들의 주름진 얼굴에 젊은 날 한국 전쟁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였다는 자랑스러운 웃음이 퍼지기를 바란다.

기사 등록일: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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