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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구조 태국 동굴 소년들, 한 명도 못 살린 세월호 _ 오충근의 기자수첩
 
남의 아픔을 모른 척 하는 사람은 천국을 잃을 것이다

월드컵으로 지구촌이 들썩거리던 지난 달 23일 태국 북부 창라이의 메사이 지구 유소년 축구팀 12명과 코치 1명이 축구 연습을 마치고 구경 삼아 동굴에 들어갔다 때마침 내린 폭우로 동굴에 갇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13명은 물에 침수 되지 않은 동굴 내 안전지대로 피신해 서로를 위로하며 구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만 동굴 구경하고 나오려던 11세-16세의 유소년들과 25세의 코치 등13명은 17일만에 구조되었다. 동굴 밖에는 소년들이 놓고 간 자전거, 백, 옷가지 등 소지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뉴스를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13명은 전원 구조되었다. 야생 맷돼지라는 팀 명칭답게 끈질긴 생명력이 빛을 발했다.
13명 전원구조 소식에 “아, 다 구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세월호 때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하고 304명이 고스란히 목숨을 잃은 비극이 겹쳐졌다.


전 세계가 구조에 나서

동굴에 13명이 갇혔다는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캄캄하고 차가운 동굴 속에 조난 된 13명을 구하기 위해 동굴 탐사가, 동굴 조난 전문가들이 전세계에서 태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동굴 잠수 경력 30년이 넘는 호주의 마취 전문의 리차드 해리스는 조난 소식을 듣고 휴가를 내고 달려왔다. 그는 구조과정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으로 직접 소년들을 만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구조 순서를 정했다. 구조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해리스는 구조작업을 성공리에 끝낸 후 부친 짐 해리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국의 잠수 전문가 리차드 스탠턴은 전직 소방관이고 존 볼런튼은 IT 컨설탄트다. 동굴 탐험 전문가 로버트 하퍼도 합류했다. 태국 당국의 요청을 받고 구조작업에 참여한 리차드 스탠턴과 존 볼런튼은 소년들이 살아 있음을 최초로 확인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외부에 알렸다. 소년들은 동굴 입구에서 4.5K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 되었다.
동굴 조난사고의 구조 어려움에 대해 리차드 스탠턴은 “지도도 없이 캄캄한 동굴 속에서 끝이 어디인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코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동굴 탐사”라고 어려움을 말했다. 이번 구조작업에서도 폭우로 물에 잠긴1.5Km의 좁은 동굴을 왕복하는데 3시간 걸렸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미코 파시는 결혼 8주년 파티 대신 잠수 장비 챙겨 들고 창라이로 달려왔다. 덴마크 출신 잠수 전문가 이반 카라지치, 클라우스 라스무센은 미코 파시와 함께 활약했다. 캐나다의 에릭 브라운도 산소통을 메고 동굴 속을7차례에 걸쳐 63시간 잠수하며 구조를 도왔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초강력 배터리와 동굴 굴착장비 등 최첨단 장비를 투입해 구조를 돕겠다고 제안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태국의 구조작업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 방법이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몰려온 구조의 손길은 탐사팀, 등반팀, 배수펌프팀, 요리팀, 환경미화팀, 화장실 청소팀 으로 나눠 역할을 분담했다.


구조의 힘은 사랑이었다

전세계에서 관심을 갖고 구조의 손길을 뻗었지만 태국정부가 주인으로서 역할을 잘해 주었다. 사고가 난 창라이 주의 나롱삭 주지사는 다른 주로 발령이 났으나 중앙정부에서 구조 지휘권을 인정해 구조를 해피엔딩으로 끝냈다. 구조 지휘 총 책임자 나롱삭 주지사는 지질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구조과정에서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렸고 현장 상황에 대해서도 언론과 방송에 과장이나 축소 없이 사실 그대로 전달했다.
이번 구조에 특수부대를 파견해 구조작업을 선도한 태국 해군은 구조활동에 참가한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성공으로 끝난 구조가 “ 기적인지, 과학의 힘인지, 다른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끝을 맺었다.
나롱삭 오소타나꼰 전 치앙라이 주지사는 지난 17일간 곳곳에서 약 1만명이 효율적으로 구조 작업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주지사는 “사랑의 힘 덕분에 작전이 성공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17일간 지속된 사랑과 협력을 계속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구조작전에 태국 해군 특수부대는 목숨을 걸고 구조에 앞장섰다.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었던 사만 꾸난은 6일 새벽 1시경 공기탱크를 운반하는 밤샘 작업 중 산소 부족으로 숨을 거둬 전 세계를 숙연케 했다.


세월호를 생각하며

동굴 소년들 전원구조는 단 한 명도 못 구한 채 304명을 고스란히 수장시킨 세월호를 생각나게 한다. 세월호는 304명의 목숨을 빼앗아가고도 부족해 우리 사회에 깊은 갈등과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많은 의혹들이 있다. 이 의혹들은 언젠가 해명이 되어야 한다. 사고 초기 세월호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을 무렵 훈련을 마치고 귀항 중인 7함대 소속 본험 리차드 함이 세월호 침몰 연락을 받고 비상을 내리고 구조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가 사고해역 진입을 거부했다. 완벽한 구조장비를 갖추고 웬만한 병원 시설 못지 않는 최신 의료 시설을 갖춘 미 해군의 구조를 왜 거부했을까?
해군 총장이 구조함 통영함의 출동명령을 내린 걸 누가 저지했을까? 해군 총장의 윗선에서는 출동 저지한 일이 없다고 말한다. 황기철 총장은 그 후 방산 비리로 구속되었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형 재난사고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매뉴얼이 있음을 그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도 시인하고 “해군이 투입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게 포괄적 안보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세월호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인데 말로는 ‘국가안보’ 운운하며 왜 해군 투입을 막고 해군 총장을 말도 안 되는 혐의로 구속했다 무죄로 풀어 주었을까?
배가 서서히 침몰하며 304명이 죽음의 공포에 질려 있을 무렵 박근혜는 청와대에서 오전 10시20분까지 잠을 자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그나마도 그 동안 박근혜 비서실장, 비서관 등 주변 인물들이 거짓말과 조작으로 이리 저리 둘러대다 결정적 증거 앞에 하나 둘씩 진실이 밝혀졌다.
세월호는 한국사회에 갈등을 빚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사람을 사람 대우 해달라며 유족들이 광화문에서 단식을 했다. 세월호 유족들을 폄하하고 조롱하는 극우단체에서는 단식장 옆에 햄버거, 피자 등을 쌓아놓고 폭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 극우단체들을 동원해 세월호 조롱하고 비방하고 온갖 부정적 여론을 조성한 배후에는 재벌과 국가기관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국정원은 물론 기무사령부도 세월호에 관여했다. 기무사령부의 업무는 ‘군사보안, 방위산업 보안, 방첩 수사, 대 간첩/대 테러업무인데 군 정보기관이 무슨 근거로 세월호 유족 사찰과 여론조작을 했을까? 기무사령부는 세월호 시신 미발굴자를 더 이상 찾지 말고 수장 할 것을 제안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똑 같은 발언을 했다. “돈도 많이 들고 또 다른 희생이 생길지 모르니 수장을 하고 미발굴자를 가슴에 묻자.”는 황당무계한 발언을.
나라는 개인 개인과 계약관계에 있다. 개 개인은 세금을 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다 하고 나라는 개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개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세월호 미 발굴자를 수장 지내자는 생각은 유럽 중세시대만 암흑시대가 아니라 기본적 도리도 하지 못하는 이명박근혜 9년도 중세 못지 않은 암흑시대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여론조작에 놀아나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를 왜곡하고 빈정거리고 놀림거리로 삼는 것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는 에드먼턴만 해도 세월호 유족들에 동정적이고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빨갱이나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교회도 똑같다. 말로는 생명이 귀하다고 하고, 사랑을 베풀어야 하고, 고통 당하는 자들과 아픔을 나눠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건 말뿐이고 은혜와 사랑을 나누는 일은 교인들끼리만 해당되고 교회의 소망은 천국에 있지 이 세상에 있는 게 아니므로 세상에서 생기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관념적 립 서비스일 뿐 실천의 문제가 아니다.
일요일마다 성경책 끼고 예배 보러 간다고 해서 천국 가는 게 아니다. 남의 고통과 슬픔을 무시하는 자는 천국을 잃을 것이니 천국 바라보기 전에 남의 고통이나 슬픔에 공감하는 감성부터 키워야 한다. 이웃의 고통을 모른 체 하고 가는 천국은 지옥만도 못할 테니까.

기사 등록일: 201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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