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막 오른 무역전쟁, 끝은 어디일지(2)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장사꾼이 보는 미. 중 무역
 
사람들은 트럼프를 장사꾼이라고 부른다. 장사꾼 이란 말에는 경멸, 비하의 의미가 있지만 이 글에서 장사꾼은 중립적 언어다. 장사꾼들은 거래관계는 기본적으로 ‘ 공정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거래의 이면에서는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온갖 술수가 난무하겠지만.
그런데 쌍방이 거래를 함에 있어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일년에 몇 천억 달러 적자를 본다면 그 거래가 공정한 거래일까? 장사꾼 트럼프가 보기에 이런 거래는 매우 불공정한 거래다. 중국과 거래뿐 아니라 TTIP도 NAFTA도 장사꾼 눈에는 불공정 거래다.
그에게는 crazy guy 같은 이미지가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지만 대통령 되기 전부터 방송이나 책을 통해 공정무역을 강조했던 사람이다. 세계 최대 소비대국이자 기축통화국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만년 무역적자를 면할 수 없다 해도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 무역 적자폭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미. 중 정상회담 무렵에도 대 중국 무역 적자폭을 1,000억 달러라도 줄여달라, 안되면 500억 달러라도 줄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인자한 미소’에 기대하기 보다는 직접 행동을 택했다. 처음에는 340억 달러 상품에 25% 관세 폭탄을 퍼붓더니 점점 규모가 커져 이번 9월부터 중국에서 수입되는 4,500억 달러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중국에서 수입한 물품이 5천억 달러가 넘으니 거의 모든 상품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셈이다.
처음에 맞대응 하던 중국은 일단 관망 모드로 돌아섰다. 무역전쟁에 있어 어느 일방의 승리는 기대할 수 없다. 중국 경제가 망가져 중국 상품이 수입 안되다면 미국은 치솟는 인플레를 감당할 수 없다. 중국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도 떨어질 것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물품의 70%가 중국 제품인데 미국 경제가 망가져 중국 상품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그 많은 물품을 어디로 수출 하겠는가?
미국과 중국은 어느 시점에서 타협 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 몰라도 그 때까지는 세계 경제가 두 나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부정적 여파 때문에 주름살이 펴질 날이 없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화의 열매를 가장 많이 가져갔다. 전 세계 유명기업이 모두 중국에 공장을 세워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인만큼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

산업혁명 후 영국이 세계의 공장 노릇을 했다. 그 후 세계의 공장은 미국으로 이전했다. 내가 어렸을 때 메이드 인 유 에스 에이는 선망의 대상이자 좋은 물건의 대명사였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미흡하기도 했지만. 그 후 세계의 공장은 이탈리아, 일본,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제조업에서 손을 털고 지식,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구글 이나 아이폰이 대표적 예다. 미국이 지식, 혁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적 소유권이나 상표권 특허권 준수가 중요하다. 그런데 중국은 지적 소유권, 상표권, 특허권을 아예 무시해버린다. 한 때 한국도 세계 명품 카피한 해적판으로 눈총을 받았지만 중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또 하나는 경제 대국답게 자본시장, 내수시장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 빗장을 걸어 잠그고 범접을 못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중국은 페이스 북이나 구글의 중국 시장에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다. 중국사회가 갖고 있는 정치적 폐쇄성도 있지만 경제적 이유도 무시하지 못한다.
페이스 북이나 구글은 플렛홈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 안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가져 가는데 중국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남의 돈 들어오는 건 좋은데 내 돈 빠져나가는 건 안 된다는 이율배반은 20세기 초에 서구열강에 당한 트라우마 때문일까? 아니면 중국이 갖고 있는 전 근대적 세계관 때문일까?


무역전쟁과 합종연횡

합종연횡이란 춘추전국시대 때 제후들이 자기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을 되풀이한 현상을 말하는데 국제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이번 무역전쟁에서도 이익에 따라 흩어졌다 뭉쳤다 하는 현상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유럽연합에 공동대응을 제안했다.
유럽연합은 캐나다와 함께 미국으로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하고 있어 철강관세 부과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유럽도 보복관세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지지세력 지역의 상품에 선택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도 철강 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공화당 지지세력 지역 상품에 집중적 관세 부과로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중국이 유럽연합에 시장 추가 개방이라는 떡밥을 내밀며 추파를 보내자 미국은 장 클르드 융커(Jean-Claude Juncker)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워싱톤으로 초대해 휴전을 제의했다. 휴전 협정문에는 “양측은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유럽연합은 미국산 콩(대두)과 LNG를 더 많이 수입한다.” 이렇게 해서 유럽과 관세전쟁이 휴전이 되자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무역업계는 박수를 쳤다. 그러나 국제 통상 전문가들은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유럽연합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으나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무역회사에 특정국 물건을 더 사라 덜 사라고 명령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룩셈부르크 총리를 지낸 변호사는 김정은이나 시진핑이 아니다.
유럽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는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어오는 러시아 천연가스와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선적 후 대서양을 건너와 다시 기화 시켜 사용해야 하는 미국 천연가스의 가격이 비교가 되겠는가? 러시아 천연가스 가격을 염두에 둔 유럽은 미국 천연가스 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고 말했지만.
통상전문가들은 융커와 트럼프의 합의문이 무관세와 보조금 폐지 등 주요골자에서 TTIP와 비슷하다고 지적하면서 대통령 되자마자 폐기한 TTIP를 유럽연합이 콩이나 더 사준다고 부활 시킬 것인가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무역전쟁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 부과에 대응해 캐나다의 보복관세가 7월1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그 영향이 소비자에게 직접 미치기 시작했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 세척기, Lawn mower 등 가전제품이 무역전쟁의 희생자다.
부과되는 관세만큼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가전제품 수입업체들은 다른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 가전제품 회사에 따라 20%-80%가 미국에서 수입되는데 한국 제품, 중국제품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수입이 밴쿠버까지 배로 싣고 와 철도로 운송하는 과정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비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대량구매 경우 가격이 내려간다는 이점이 있다.
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도매상들은 아직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조만간 가격이 오른다고 내다보고 있다. 관세는 도매상뿐 아니라 식당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세만큼 오른 음식가격은 결국 소비자 부담이 된다. 식품 가격 인상으로 식당 음식 가격이 오르면 외식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에 흔히 마시는 맥주도 관세의 영향을 받는다. 맥주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알루미늄 코일에 10% 관세 부과로 일년에 맥주 양조업자들의 추가 부담이 약 3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데 결국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캐나다 맥주협회 회장 루크 하포드(Luke Harford)는 알루미늄 10% 관세와 이에 따른 보복관세는 캐나다 미국 양쪽의 맥주 양조업자들 모두의 손해라고 지적하며 “관세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당분간은 맥주 가격을 올리거나 감원을 하지는 않고 다른 방법으로 충격을 흡수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양조업자들 마다 대응방식이 다를 것이나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맥주 애호가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할 것이다.
양조업자들은 연방정부의 경직된 세금 제도의 개선을 바라고 있다. 미국에 비해 5배 높은 세금을 낸다면서 최저임금이 오르고 탄소세도 부담이 되고 2017년부터 신설되어 시행중인 소비세도 부담이 된다. 그런 와중에 관세까지 더해 이중고 삼중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이 타협을 통해 막을 내릴 수도 있으나 악순환에 빠지면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낀다. 정치적으로 볼 때 관세는 필요악이나 기업에 부담이 되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소비자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하고 서민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게 될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8-08-03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앨버타 집값 내년까지 15% 급..
  첫 주택 구입자의 모기지 상환 ..
  로블로 불매운동 전국적으로 확산..
  에드먼튼 건설현장 총격 2명 사..
  해외근로자 취업허가 중간 임금 ..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앨버타 신규 이주자 급증에 실업..
  연방치과보험, 치료할 의사 없어..
  앨버타 주민, 부채에 둔감해진다..
댓글 달린 뉴스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기자수첩> 캐나다인에게 물었다.. +1
  캐나다 무역흑자폭 한달새 두 배.. +1
  캐나다 동부 여행-네 번째 일지.. +1
  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