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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TA 재협상 _ 오충근의 기자수첩
 
달라진 세월 앞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이하 NAFTA)이 발효된 지 24년만에 재협상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트럼프 대통령은 NAFTA뿐 아니라 외교정책, 이민정책도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트럼프와 백악관 보호무역주의자들은 자유무역으로 미국이 손해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취임 하자마자 TTIP를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은 NAFTA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 놓다 하루 만에 재협상 하겠다고 가닥을 잡았다.
NAFTA 탄생의 주역들인 브라이언 멀루니 캐나다 총리, 미국의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자유무역이 대세이자 시대의 트렌드였다. 1993년 탄생한 유럽연합에 대응해 북미에 블록경제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당은 NAFTA를 반대했다. 백악관에서는 공화당 자유무역 신봉자들이 멀루니 총리를 지원했다.
세월이 달라졌다. 정권을 잡은 자유당은 자유무역 기조를 이어 가고 있다. 캐나다 경제는 이미 자유무역이라는 토양에 익숙해졌다. 한편 ‘미국 우선’을 내세우는 백악관 주인공들은 보호무역으로 선회했다. 경제학자들은 보호무역이냐, 자유무역이냐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으나 이 두 가지의 절대 가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치논리에 따른 선택이 있을 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산업화 초기에는 국가가 경제를 주도했고 강력한 보호무역을 채택해 국내 산업을 육성 발전시켰다. 1986년 다자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 라운드를 ‘결사반대’ 한 여론은 보호무역의 향수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수기반이 미비해 기술집약, 자본집약으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해야 하는 체제에서는 여론의 반대에도 우루과이 라운드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 10대 교역국이고 수출 6위 인 한국은 자유무역 체제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자유무역의 그늘진 곳을 껴안고 보듬어 주고 아픈 곳을 감싸 주는 역할을 정부가 잘 해야지 자유무역 자체를 부정하고 보호무역으로 돌아가는 건 자살 행위다.
자유무역, 캐나다의 고민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나라는 1988년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1989년1월1일부터 발효되었다. 그러니까 NAFTA는 양자 무역협정에 멕시코가 들어온 확대 판이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상품 수출국이 되었고 미국이 수입하는 캐나다 상품도 급격히 늘어났다. 캐-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던 1989년 미국으로 수출액이 1,005억 달러였으나 2002년에는 3,454억 달러로 2.5배 늘어났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수입되는 물량도 같은 기간에 882억 달러에서 2,183억 달러로 1.5배 늘어났다. 상품 교역만 늘어난 게 아니라 자본의 자유이동으로 투자가 활성화 되었고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NAFTA는 캐나다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었다. 경제면에서 미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진 것이다. 1981년 미국시장은 캐나다 수출의 64%를 차지했고 80년대 후반에도 70%를 유지했으나 캐-미 자유무역협정과 NAFTA 이후인 2004년에는 미국 시장 수출이 88%로 늘어났다. 미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자 미국에 경제가 종속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자유무역 신봉자들은 경제교류와 경제주권이 별개 문제라고 주장했으나 사회운동가, 노동조합에서는 캐나다가 경제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제적 독립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장 일변도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캐나다가 택한 방법은 자유무역의 확대였다. 자유무역의 대상지역을 아시아, 유럽, 남미로 확대했다. 자유무역이 확대되면서 캐나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심할 때는 50% 가까이 차지할 때도 있다. OECD국가의 수출 의존도가 평균 20%임을 감안할 때 GDP 대비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이다.
NAFTA, 캐나다와 미국의 쟁점
지난 8월 27일 미국과 멕시코는 NAFTA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번 개정에서는 자동차 분야가 초점이었는데 미국의 의도가 많이 관철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감을 표시하며 화살을 캐나다로 돌리고 있다. 캐나다와 개정안 합의는 몇 가지 점에서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캐나다 낙농제품의 supply management(공급 관리)에 불만이 크다. 캐나다 낙농제품은 정부의 과보호를 받고 있다는 국 내외 비판에도 변화가 없는데 NAFTA뿐 아니라 유럽연합과 FTA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캐나다 낙농제품은 첫 째, 높은 관세장벽으로 외국 제품 수입을 막고 둘 째, 각 농가에서는 생산이 규제를 받고 셋 째, 농가에는 일괄된 가격을 지불한다는 3가지 원칙을 50년전부터 지켜왔다. 캐나다 전체 낙농업의 50%가 퀘벡 주에 몰려 있으며 낙농업계 총 수입의 40%가 퀘벡 주로 돌아간다. 미국은 낙농제품 공급관리 제도의 철폐를 원하는데 캐나다는 개정을 원하고 있어 온도차이가 크다.
퀘벡은 자유당의 정치적 고향 같은 곳으로 낙농업뿐 아니라 알루미늄의 산지다. 캐나다 알루미늄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10% 관세 부과를 받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자유당이 NAFTA 개정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분쟁을 다루는 11장과 19장 개정도 캐나다와 미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와 투자 기업간의 분쟁을 다루는 11장, 정부와 정부간의 분쟁을 다루는 19장에서 두 나라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상대방 정부를 제소하는 내용을 다루는 11장(투자자-국가 제소)은 특히 캐나다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정부는 NAFTA 협정국 기업(주로 미국 기업)으로부터40건의 제소를 당하고 있는데 자원개발과 환경보호에 관련된 내용이다. 캐나다 정책 대안센터(Canadian Centre for Policy Alternatives) 보고서에 의하면 2005년 이후 NAFTA 협정국 투자가들의 70%가 캐나다 정부를 타깃으로 삼았다. 캐나다는 선진국 중에서 해외 투자가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제소를 당하는 나라다.
캐나다는 11장을 재점검해 기존의 특별위원회가 중재하는 대신 NAFTA 협정국이 지명한 판사들 중에서 중재위원을 택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중재를 담당하는 기존의 특별위원회는 위원들이 이해상충 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간 분쟁을 다루는 19장도 캐나다와 미국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느 나라가 일방적으로 상대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면 상대국은 독립된 파넬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는데 캐나다는 이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독립된 파넬의 중재가 미국의 주권을 해칠 수 있으므로 미국 법원이 중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 문화산업 보호와 반 덤핑 관세, 상계관세도 양국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재협상을 주도하는 있는 외무장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의 파트너인 미국의 무역대표부 로버트 라이타니져 대표는 캐나다 연질목의 상계관세 시스템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오래 전부터 반대해 왔다. 프릴랜드 외무장관은 이번 주 워싱턴에서 협상을 재개한다.
미국의 입장
멕시코와 NAFTA 협정을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주는 협상”이었다고 매우 흡족해 했다. 멕시코에서 제조되는 차량이 미국으로 무관세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역내 부품 의무 사용 비율이 62.5%에서 75%로 상향 조정 되었다.
자동차 부품의 40-45%는 시간당 16달러 이상 받는 노동자들이 생산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되었다. 캐나다 쪽 노동자들은 시간당 20달러 받는 노동자들인 반면 동질의 노동을 하는 멕시코 노동자는 시간당 7달러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은 6년마다 재검토 하고 분쟁해결을 위한 특별 패널을 폐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살을 캐나다로 돌렸다. 캐나다와 협정 타결이 안되면 미국-멕시코, 미국-캐나다의 쌍무협정을 원한다고 운을 떼었지만 캐나다가 거부하고 삼자협정을 고수했다. 야당인 민주당 상원도 삼자협정이 되어야 한다고 백악관을 압박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도 캐나다 빠진 무역협정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간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제외 시킬 수 있다고 위협하지만 미국의 최대 시장인 캐나다가 무역협정에서 빠지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양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캐나다와 NAFTA 재협상을 진행하며 트럼프는 중국을 향해 2천억 달러 상품에 대한 관세 폭탄을 퍼붓는 강공을 택했다. 강경 일변도의 트럼프 행보가 11월 중간선거에 어떤 결과를 거둘지?

기사 등록일: 20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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