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개정된 북미자유협정(USMCA)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일년 이상 북미대륙을 긴장으로 몰아넣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9월30일 타결되었다. 명칭도 NAFTA에서 USMCA(United State-Mexico-Canada-Agreement)로 바뀌었다. 이로써 1994년 1월1일부터 발효된 NAFTA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은 멕시코와 8월28일 양자무역협정 재협상을 매듭짓고 캐나다에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강성발언으로 캐나다에게 무역협정 재협상을 마무리 짓자고 덤벼들어 마침내 9월30일 재협상을 타결 지었다.
USMCA 타결에 대해 무역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승리”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우선을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불리한 협정이 개정되지 않으면 협정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뜻을 관철시켰다. 협정 타결 후 양국 공동성명은 "새롭고 현대화된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이번 협정으로 더 자유로운 시장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견실한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협정 타결에 대해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를 위해 좋은 날”이라고 단 한 마디로 소감을 말한 것에서 이번 협정에 대한 캐나다의 불편한 속내를 알 수 있다. 캐나다는 낙농업 시장을 더 개방해야 했고 자동차 분야에서도 미국 자동차 시장 보호 요구를 들어주어야 했다. 분쟁해결 방법을 다룬 19장이 원안대로 존속하게 된 것은 캐나다에 유리하다는 중론이다.

얻은 것과 잃은 것

19장(chapter 19)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y. CVD)분쟁해결 절차에 관한 규정인데 미국은 철폐를 원했다. 덤핑과 보조금 지급 사례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방해한다는 이유다. 캐나다 연질목(soft lumber)의 미국 수출에 대해 미국이 캐나다 연질목이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는 다는 이유로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WTO에 제소된 경우가 있다.
미국은 앞으로 상계관세 부과를 방해받고 싶지 않았으나 캐나다는 19장 존속을 원했다. 캐나다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선이다. 대신 미국은 캐나다 낙농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캐나다는 마지막 순간에 낙농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19장 존속을 얻었다. 자유당은 낙농업 시장 개방으로 정치적 부담이 안게 되나 두 가지 모두 지킬 수는 없었다.
캐나다 목재와 원유의 미국 수출에는 19장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앨버타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유가 일부 관세면제를 받는다. 즉 B.C.와 앨버타는 덕을 보았다. 그러나 캐나다 낙농업의 50%가 몰려 있는 온타리오, 퀘벡의 낙농업 농가의 불만은 대단하다. 캐나다 낙농업 시장 개방은 한국의 쌀 시장 개방만큼이나 민감한 사항이다. 한국의 쌀 농가나 캐나다 낙농업이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쌀 농가는 가난한 영세농이지만 캐나다 낙농업 농가는 부유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내년 연방 총선에서 전통적인 자유당 표밭인 온타리오, 퀘벡의 낙농업 농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캐나다 낙농업과 공급관리 제도

캐나다 낙농업을 설명하려면 공급관리 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공급관리 제도란 낙농제품, 가금류 및 달걀 등 특정 상품의 예측 가능한 가격 안정을 위해 공급을 제한하는 제도다. 캐나다 농산물은 100년 이상 연방정부 차원에서 관리, 지원해 왔다. 현행 공급관리제도는 1960년대 기술 발전으로 낙농제품이 과잉 생산되어 가격이 떨어져 소득이 줄어들자 낙농가 보호를 위해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다.
공급관리제도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생산량 할당(Quota)이다. 연방정부는 매년 낙농제품 생산 할당량을 주정부에 배정한다. 주 정부는 각 농가에 생산량을 배정하고 배정받은 농가만 해당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가령 아무개는 달걀 100개 생산, 아무개는 우유 1000 리터 생산한다는 식이다. 쿼터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해 가격 폭락을 막고 농가에 적정 이윤을 보장한다.
둘째 최저가격 보장이다. 쿼터 배정받은 농가는 해당 상품의 최저가격을 보장받는다. 매년 주 정부 시장위원회(Market board)는 농가와 최저가격 협상을 벌인다. 최저가격 보장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다. 몬트리얼 경제연구소는 “최저가격 보장으로 3,500만 소비자에게 비싼 가격에 닭고기, 달걀, 우유를 사 먹게 했다. 공급관리제도는 특히 부적절하게 가난한 사람을 울린다.”라고 보고서에 썼다.
세 번째 원칙은 고율의 관세부과로 트럼프를 분개하게 만든 근본 원인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인 위스콘신 주의 낙농업자들이 캐나다 고율의 낙농제품 관세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국내시장 10%에 해당하는 외국 낙농제품은 무관세이나 그 이외에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데 액상우유 241%, 치즈 245,5%, 아이스크림 277%, 버터 298.5%다. 고율의 관세로 외제 낙농제품 범람을 막아 낙농가를 보호한다.
그러나 미국의 낙농시장 개방 율은 국내 시장의 2.5%에 불과하고 유럽연합의 가금류(닭고기)시장 개방 율은 내수시장의 0.5%에 불과하다. 한편 이번 USMCA 개정으로 캐나다 낙농시장의 3.5%가 미국에 개방된다.

USMCA, 캐나다 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

캐나다는 USMCA외에 한국, 칠레,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유럽과 자유무역협정은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이라고 부른다. 캐나다는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에도 서명했다. 캐나다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에도 공을 들여 총리가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세계 경제성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아시아 국가의 총 경제성장을 합한 수치보다 높다.
그러나 캐나다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생겼다. USMCA 32절에 어느 일방, 예를 들면 캐나다가 비 시장국가(non-market country)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면 적어도 협상 개시 3개월전에 다른 측, 즉 미국과 멕시코에 협상 개시를 통보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 시장국가는 중국을 말한다. 만약 미국이나 멕시코가 그 협상을 반대하면 USMCA 탈퇴 통보를 할 수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캐나다와 중국의 자유무역협정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 조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미국의 적과 가까이 말라.”
32절은 캐나다의 무역이 미국에 종속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캐나다 총 수출량 중 미국 수출량이 75%에 이른다. 원유의 98%가 미국으로 수출되고 알루미늄의 78%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철강제품 수출국으로 미국 철강시장 50%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캐나다로서는 미국 일변도의 수출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으나 또 다른 도전을 맞았다.
미국의 의도는 캐나다를 정치적으로 미국의 우산 아래로 들어오게 해서 중국 같은 나라와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32절 같은 독소조항 삽입에 대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캐나다 측 협상가들의 교섭력 부재가 도마에 오르기도 하지만 캐나다 무역이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협상가들이 불유쾌한 조항을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남은 숙제, 의회 비준

USMCA는 각국 의회에서 60일 동안 심의를 거친다. 11월 말 3개국 행정부 수장이 서명을 한다. 그 후 각국의 의회 비준을 받아야 효력을 발생한다. 캐나다 경우 2019년 2월 중순까지는 법안이 하원에 제출되지 않겠지만 하원이 끝나는 내년 6월 이전에는 비준 절차를 거칠 것이다. 내년 가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원 비준 후 상원을 거쳐 왕실 재가(Royal Consent)를 얻어야 비로서 협정이 발효된다. 지난번의 유럽연합과 무역협정은 전 과정이 약 11개월 걸렸다.
미국은 사정이 약간 복잡하다. 현재는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11월6일 중간선거가 있다. 중간선거에서 하원 전원, 상원은 1/3이 선거를 통해 다시 선출된다. 하원 선거는 민주당이 다수당 될 확률이 83%로서 절대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USMCA 비준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하원이 한바탕 힘 겨루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미국도 내년 6월쯤에는 협정이 발효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북미가 새로운 무역협정 하에서 상품 교역, 기업활동, 서비스 제공을 하게 될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8-10-19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앨버타 집값 내년까지 15% 급..
  고공행진하는 캘거리 렌트비 - ..
  캘거리 교육청, 개기일식 중 학..
  첫 주택 구입자의 모기지 상환 ..
  앨버타 유입 인구로 캘거리 시장..
  로블로 불매운동 전국적으로 확산..
  에드먼튼 건설현장 총격 2명 사..
  해외근로자 취업허가 중간 임금 ..
  앨버타 신규 이주자 급증에 실업..
댓글 달린 뉴스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기자수첩> 캐나다인에게 물었다.. +1
  캐나다 무역흑자폭 한달새 두 배.. +1
  캐나다 동부 여행-네 번째 일지.. +1
  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