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브렉시트(BREXIT) 가 주는 교훈 _ 오충근의 기자수첩
 
포퓰리즘엔 좌우가 없다

브렉시트(BREXIT)라는 신조어가 처음 생겼을 때는 어색했는데 자꾸 듣고 말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브렉시트는 Britain + Exit의 합성어로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다는 의미다. 유럽이 EU라는 이름 아래 단일 경제를 표방하며 서비스 노동의 이동이 자유로워졌다. 유럽 각국은 자국 통화 대신 유로화를 만들어 통용했다.
그러나 영국은 EU 회원국이면서 유로화를 쓰지 않고 파운드 화를 쓰고 있다. 영국은 독일 프랑스와 더불어 EU의 주류 국가이고 경제력이 세계 5위로 EU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상당하다. 이런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는 것은 유럽이나 세계에 미치는 파장이 컸다
브렉시트의 원인은 복합적이나 표면적 이유는 유로화 위기와 시리아 사태로 인한 난민 유입이다. 특히 노동의 자유로운 역내이동으로 영국의 소외계층은 이민자/난민이 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생각이 심해졌다.
경제적 불안과 불안정한 취업으로 인한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는 계층은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이다. 마침 당시 영국에서는 총선이 있었다. 당시 집권당인 보수당 케머런 총리는 EU 탈퇴 국민선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EU에 불만을 갖고 있는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었다. 포퓰리즘 하면 좌파 포퓰리즘을 생각하는데 우파의 포퓰리즘 또한 이렇게 만만치 않다.
EU 탈퇴 국민선거를 공약으로 걸었던 케머런 총리 자신도 유권자들도 국민투표를 통해 EU를 탈퇴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EU 탈퇴를 주장하던 일부 극우파들조차 브렉시트가 현실로 다가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역사가 우연과 돌발적 변수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연의 편린들이 조합을 이뤄 필연으로 구체화 되는 것이지 우연이란 없다. 케머런 총리의 국민투표 공약이 그 때에는 우파 정치인의 포퓰리즘이란 말을 듣기도 했지만 브렉시트 이후 세계의 흐름을 보면 케머런 총리의 공약은 세계화의 미래를 보여준 예언이었고 그의 예언은 트럼프의 출현을 말해주고 있다.


세계화 선두주자 영국, 세계화를 거부하다

산업혁명으로 세계화가 첫발을 내디뎠다. 19세기 중반 세계는 크게 도약했다. 가난했던 농촌이 도시로 몰려들어 도시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대형 공장은 노동자를 대거 고용해 노동계급이 생겨났다.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차의 출현은 마차 타고 20시간 걸리는 거리를 3시간만에 주파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대량생산과 기차 자동차의 출현은 세계를 좁게 만들었다. 1858년에는 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해저 케이블을 까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는 인터넷의 효시가 되었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프랑스 독일 등 대륙으로 번졌다.
1872년 10월 영국의 어느 사교클럽에는 일단의 신사들이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파이프나 위스키 잔을 들고. 필리어스 포그(Phileas Fogg)가 최신 교통수단을 이용해 80일만에 세계일주 할 수 있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신사들은 모두 포그의 계획이 불가능하다 입을 모았다. “포그씨 세상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포그는 내기에 2만 파운드를 걸었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나도 2만 파운드 걸겠소.” 신사들도 돈을 걸었다.
포그는 기차, 증기 우편선, 화물선, 코끼리를 이용해 세계일주 여행에 나서 80일 약속시간에 3초를 남겨두고 클럽에 도착했다. 세계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80일간의 세계일주’ Around the world 80 days는 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말해주고 있다.
사족을 달자면 원작은 1873년 프랑스 쥘 베른이 썼고 영화 1956년 헐리우드에서 제작되었는데 포그 역에는 데이비드 니븐이 나온다. 영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나 프랑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이 쓴 프랑스 소설이고 우리가 초등학교 때 읽은 ‘15소년 표류기’도 썼다. 그는 과학지식에 상상력을 더해 ‘해저 2만리’ ‘달 세계 일주’등 공상과학소설도 썼는데 그 소설에 나오는 잠수함이나 로켓이 당시에는 상상의 산물이었으나 머잖아 현실로 나타났으니 과학 발전과 세계화의 예언자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의 큰 전쟁을 겪으며 세계화는 주춤했다. 그 후 1948년 자유무역의 밑거름이 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가 출범했다. GATT는 1995년 WTO 체제로 변환하며 자유무역을 토대로 한 세계화로 달려왔다. 그러나 GATT 출범 후 70년이 지나 세계화를 시작한 나라가 세계화를 거부하고 자유무역을 이탈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영국과 유럽대륙

영국은 유럽의 일부이면서 대륙국가들과 섞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륙국가들과 달리 멀리 떨어져 있는 섬나라였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안보에 대한 염려가 적어 지상군보다는 해군에 주력했다. 유럽국가들보다 뛰어난 해상력으로 항로개척하고 식민지를 선점해 부를 축적했다.
영국은 유럽국가들이 전쟁을 하던 난리를 치던 모른 척하고 있다 자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나야 유럽문제에 개입했다. 스페인 무적함대 격파와 나폴레옹을 무찌를 것도 영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국가들은 영국을 “믿지 못할 인간들”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데 프랑스를 견제하려고 프러시아 성장을 뒤에서 부채질하다 프러시아가 통일을 이뤄 세계대전을 두 번 일으켜 미국의 도움을 받아서야 유럽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영국은 EC공동체에도 가장 늦게 가입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 더해 과도한 EU분담금, 회원국으로서 지켜야 할 각종 규제,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인한 내국인들의 취업기회 박탈, 의무적 난민할당이 브렉시트의 원인이 되었다. 국민투표는 탈퇴 찬성 51.9%, 반대 48.1%로 EU탈퇴가 결정되었다. 영국은 리스본조약에 따라 2019년 3월29일 공식적으로 EU를 떠난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등장

케머런 총리의 노림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투표 공약으로 보수파를 결집시켰으나 브렉시트가 결정됨에 따라 케머런은 총리직을 사임하고 떠났으니 오히려 정치생명을 재촉한 셈이 되었다.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갖고 EU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 했던 노림수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세계화의 그늘, 세계화에서 소외된 그룹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트럼프의 당선을 점치는 사람들이 생겼다. 시류에 민감한 사람들은 브렉시트 지지자들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통점을 파악했다. 우선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만이다. 영국에서는 유럽연합의 관료주의자들에 대한 불만이 미국에서는 워싱톤의 상, 하 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정치인데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브렉시트를 선동하는 정치인들은 이 불만세력에게 EU를 탈퇴하면 영국에 이로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나를 선택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세계화를 인한 이민자 증가, 자유무역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주로 백인들인 안정적인 중산층의 소득 감소에 대한 불만도 영국과 미국의 공통현상이었다.
포퓰리즘도 공통현상이었다. 브렉시트 찬성하는 영국 정치인들이나 트럼프는 논리나 객관적 사실보다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며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해 인기를 얻었다. 트럼프는 도저히 당선될 것 같지 않았으나 당선을 점치는 사람들이 옳았다. 그들은 세계화의 퇴조와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계화 되돌릴 수 없는 대세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등장은 신고립주의, 배타적 자국우선주의의 산물로 세계적으로 우 클릭이 진행되었다. 반 난민정서, 보호무역, 이민제한, 노동이동 제한이 유행병처럼 되었다. 그러나 그런 정책으로 고용을 지키고 불만세력을 잠시 잠 재우는 효과를 볼 수 있으나 그 자체가 성장동력이 될 수는 없다.
브렉시트가 2년이 지났는데 런던에서는 70만이 모여 브렉시트 재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고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막대한 액수의 EU 분담금이 브렉시트의 큰 원인 중 하나였으나 유럽과 무관세로 거래해서 생기는 이익이 분담을 상회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내년 3월 EU 공식탈퇴를 앞두고 세계 굴지의 금융, 보험, 다국적 기업 본사들이 런던을 떠나고 있어 브렉시트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걸 영국인들이 깨달았다.
그러고 세계는 이미 상호의존적이 되었다. 예를 든다면 기후변화는 세계가 협력해야 할 사안이지 몇몇 국가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영국은 물론이고 초강대국 미국도 세계화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의 내재적 문제점, 산업혁명 때부터 문제가 되어 온 더 가난해지는 저소득층, 소외계층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득세 속에서도 빛난 버니 샌더즈의 약진, 영국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의 부상은 세계화의 그늘에 대한 진보적 대안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8-10-26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앨버타 집값 내년까지 15% 급..
  첫 주택 구입자의 모기지 상환 ..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에드먼튼 건설현장 총격 2명 사..
  해외근로자 취업허가 중간 임금 ..
  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 7%..
  앨버타 주민, 부채에 둔감해진다..
  CN Analysis - 2024 예..
댓글 달린 뉴스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2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돈에 관한 원칙들: 보험 _ 박.. +1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개기일식 현장 모습.. 2024.. +2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