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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 종전 100주년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전쟁

11월11일은 1차대전 종전 100주년 되는 날이다. 유럽 국가들과 영국에 뿌리를 둔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11월11일을 기념한다. Remembrance Day, Veterans Day, Armistice Day 등등 명칭은 제각기 다르지만 1차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날이다. 종전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Remembrance Day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 올 것이다.
인류가 생긴 이래 갈등과 분쟁은 끝날 날이 없었다. 성경의 기록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지만 창세기의 ‘카인와 아벨’의 설화에서부터 최근 시리아 사태, 사우디 아라비아와 예멘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는 갈등 분쟁 전쟁의 연속이었는데 1차대전은 인류가 경험한 최초의 대량살육전으로 전쟁이 끝나자 참혹함에 모두가 놀라 “이렇다 인류가 공멸하는 게 아닐까?”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라고 전쟁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1차대전 인명 피해 중 민간인, 군인 사망자 합계가 약 2천9백만명이다. 이는 캐나다 인구 80%가 4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사라져버린 미증유의 살륙전이었다.
1차대전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무르익어 있었다. 전쟁의 도화선은 오스트리아-헝가리 황태자 페르난디르 부부가 사라예보에서 민족주의자 가브리오 프린치프에게 암살 당해서지만 그 일이 없었다 해도 전쟁은 시간문제였다.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과학발전의 결과 무기 성능이 월등하게 좋아져 유럽에 무기는 넘쳐났다. 넘쳐나는 무기로 군대는 무장을 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는 넘쳐나는 힘으로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나가 힘없고 약한 나라를 식민지 삼아 부를 축적하는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시대였다. 무장을 마친 나라들은 국익에 따라 동맹을 맺어 편 가르기를 했다.
그 당시는 내셔널리즘이 대세이자 추세, 유행이었다. 임계점에 달한 용암이 지표면을 뚫고 폭발하듯 유럽은 그런 형세였다. 용암은 내셔널리즘을 촉매로 폭발했다. 배타적 내셔널리즘에 사로잡힌 유럽은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전쟁만 하면 우리가 이긴다는 망상에 가까운 필승의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상대방 역시 똑 같은 필승의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회주의자들도 동조해 숟가락을 얹었다. 2차 인터내셔널은 “전쟁을 혁명으로 전환 시키자” “자본가 탐욕과 왕조의 야망에 동조하는 것은 범죄다. 전쟁이 일어나도 동맹 파업으로 무기 생산 중단, 전쟁물자 운송 중단으로 전쟁 대신 평화를 가져오자”고 선언했으나 정작 전쟁이 시작되자 동지보다는 ‘조국 방위’가 우선이었다.


1차대전이 남긴 것

전쟁은 사회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다. 에드몬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의 참상과 혼란을 개탄하며 보수 스스로의 점진적 개혁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쟁은 혁명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파괴적 방법으로 세상을 변화 시킨다. 희생과 고통을 최소화한 점진적 변화나 고통과 희생을 수반하는 급진적 변화나 인류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총량은 같다. 조금씩 오래 지불할 것인가,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지불하고 말 것인가의 차이다.
1차대전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급격히 올라갔고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전쟁의 주역들인 빌헤름2세나 죠지5세, 조르주 클레망소가 “전쟁을 해야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다”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결과는 그렇게 되었다. 총력전이 벌어지자 남자들은 모두 전선으로 징집되어 떠나고 여태까지 집에서 애 키우며 가사를 돌보던 여자들이 밖에 나와 남자의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군대도 여자들의 힘이 필요했다.
여성들이 거부감 없이 바지를 입은 것도 1차대전과 관계가 있다. 19세기말부터 여성주의자들이 “우리도 남자와 똑 같은 인간이다.”라고 바지를 입기 시작했으나 전쟁을 거치며 일상화 되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대거 사회에 진출해 생산을 담당하고 경제활동을 하면서 목소리도 커져 여권신장의 계기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남자들이 전쟁에서 돌아왔으나 한번 돌아간 역사의 시계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
1차대전으로 전제군주시대가 막을 내리고 공화국이 대세가 되었으니 전쟁을 시작한 전제군주들은 자기 발등을 찍은 꼴이 되었다. 1차대전 전에도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선진적으로 공화국을 채택한 나라들이 있었고 영국은 입헌군주국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여파로 전제군주시대에서 공화국시대로 점진적으로 전환되는 시점이었지만 전쟁으로 전제군주시대는 급격히 몰락하고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 시대가 시작되었다. 1차대전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유럽 어디선가는 “전하 통촉하시옵소서”라고 머리 조아리는 신하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는 발명의 아버지라고 1차대전으로 신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과학의 힘으로 기계공학이 발전해 독가스, 기관총 등 대량살상 무기 발명에 이용되었다. 철조망과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 탱크가 고안 된 것도 1차대전이며 비행기가 눈부신 진화를 겪으며 발전한 것도 1차대전이다.


1차대전이 주는 교훈, 깨닫지 못하는 인류

여태까지 보아온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대량 살상의 참혹함과 가공할 파괴력에 인류는 공멸의 위기감을 느끼며 평화를 지켜야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쟁을 피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 되었다. 이 공감대의 결과가 국제연맹의 결성으로 나타났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 공조의 강조는 사기성이 농후한 정치인들의 주장이 아니라 철학자 러셀의 주장이기도 했다.
러셀은 1차대전 원인을 내셔널리즘과 자본주의의 심화라고 진단하고 19세기에 내셔널리즘과 산업화를 규제할 국제조직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극단적 충돌이 발생했다고 풀이했다. 러셀은 “문명사회의 집단 자멸을 구하는 길은 평화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조직을 통해 가능하다.”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1차대전후 세계는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국제연맹을 조직했으나 2차대전을 막지 못했다. 2차대전 후에는 UN(국제연합)을 조직했으나 UN이 정말 세계 평화에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제법이란 게 강대국 이익을 대변하고 국제사회가 강대국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게 현실이니까.
UN은 강대국의 핵무기 개발에 속수무책이었다. 러시아나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지구를 몇 번 파괴하고도 남는다. 핵무기 사용= 인류 공멸이란 사실을 알고 있으니 핵이 갖고 있는 억지력도 있지만 인류의 공멸을 가져올 핵무기는 폐기 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강대국의 이기적 논리 앞에 UN의 역할이나 핵 폐기는 구두선이 되었다.


희생된 이들을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희생되었다. 스트라스코나 고등학교에는 그 학교 다니다 징집되어 1차대전에서 희생된 학생들 사진이 걸려 있다. 20세 안팎의 학생들이 전장에서 죽어갔고 그들의 죽음을 딛고 우리는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집도 사고 여행도 다니고 있다. 그들 중에는 마지 못해 입대한 사람도 있고, 애국심에 불타 자원 입대한 사람도 있고, 정치인의 프로파간다에 넘어가 입대한 사람도 있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쫓아 덩달아 입대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전장에 투입되어 젊은 나이에 죽어갔다. 그들이 죽어가면서 인류 평화를, 여성의 권리신장을, 민주주의 발전을, 약소국가 독립을 염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전쟁의 결과가 그렇게 되었고 산 자들은 죽은 자들을 기리는 행사를 갖는다.
그 시대 그 곳에서 태어나 징집연령에 해당 된다는 이유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며 참호 속에서 혹은 돌격전을 벌이다 죽어간 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이 생기고 그들이 누려야 할 삶을 내가 빼앗아 누리고 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협상국 소속이던 동맹국 소속이던 간에. 이번 11월11일에는 딸과 함께 행사장에 가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겠다. 왠지 그렇게 해야 될 것 같다.

기사 등록일: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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