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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구한 영웅인가? 국가 반역자인가 ?_오충근의 기자수첩
 
논란의 중심에 선 페탱

11월11일은 1차대전 종전 100주년 되는 날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종전의 Remembrance Day 행사보다 규모가 큰 행사를 한다. 트뤼도 총리는 프랑스 비미 릿지에서 열린 종전 100주년 행사에 참가해 전사한 캐나다 군인들에게 헌화했다.
1차대전 비미 릿지에서 캐나다군의 용전분투는 전쟁의 흐름을 바꿔 놓았을뿐더러 캐나다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비미 릿지에 가서 “캐나다에서 왔다”고 하면 “여기는 너희 땅이다”라고 환영한다.
11월11일 파리 개선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정상 70명이 모여 종전 100주년 행사를 가졌다. 이와 별도로 10일 파리에서는 앵발라드에서 1차대전에서 공을 세운 8명의 장군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다. 나폴레옹의 시신이 안장되어 있는 앵발라드는 군사 업적을 가진 위인을 모시는 곳으로 한국으로 친다면 현충원에 군사박물관을 합한 것에 해당된다.
1차대전 영웅 8명의 장군 중에는 앙리 필리프 페탱도 포함되어 논란이 되었다. 페탱은 1차대전 당시 프랑스 제2군 사령관으로 서부전선 베르됭(Verdun)전투에서 독일군의 진격을 훌륭히 막아내 1차대전을 승전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고 프랑스와 유럽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아 1차대전후 원수로 진급했다.
그러나 2차대전 때 페탱은 나치에 부역해 매국노, 국가 반역자가 되었다. 1차대전의 영웅은 스페인 대사로 있다 조국이 독일의 군화에 밟힌다 소식을 듣고 급히 파리로 돌아와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했다. 파리가 함락되자 드골을 비롯한 항전파는 런던으로 망명해 임시정부를 세워 독일에 대항했다.
그러나 페텡은 독일에 항복하고 괴뢰정부를 세워 수반이 되었다. 페텡이 독일에 항복한 명분은 독일의 점령 지역을 최소화하고 독일에 협력함으로써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데 있었다. 이런 명분은 어느 시대에나 매국노, 반역자들이 내세운다. 조선이 식민지 통치를 받을 때 매국노들도 그런 명분을 내세웠다. 페텡의 비시정부는 독일의 착취와 수탈을 방조하고 유대인 추방, 프랑스 청년들 독일군 지원, 레지스탕스 체포로 독일에 협력했다.
2차대전 말기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자 독일은 페탱과 비시 내각은 독일 남부로 끌려갔으나 전쟁이 끝나자 자진 귀국했다. 페텡은 즉시 국가반역죄로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육군 원수 복장을 한 채 체포된 페텡에게 헌병들은 경례도 하지 않았다.
재판 당시에도 페텡의 국가반역은 논란이 되었다. 배심원들은 한 표 차이로 페텡의 유죄를 평결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그가 사형 선고받을 때 89세 노인이었다. 페텡이 기갑사단장이었을 때 드골은 소위로서 페텡의 기갑사단에 부임했다. 그 후 드골은 페텡의 부관을 지내기도 했는데 군 선배이자 베르됭 전투의 영웅을 종신형으로 감면시켰다.
페텡이 종전 100주년 행사에서 공을 세운 장군의 한 명으로 공적을 기린다는 소식에 반대 여론이 물 끓듯 했다. 나치에 부역한 매국노를 기린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소리다. 거듭된 논란 끝에 페텡은 종전 100주년 행사에서 제외되었다. 1차대전의 영웅이라는 공 보다 나치에 부역한 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프랑스 극우주의자들은 페텡을 1차대전의 영웅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전쟁 영웅으로 둔갑한 매국 반역자

페텡과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도 있다. 페텡만큼 비중 있나 영향력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백선엽이 그런 경우다. 백선엽은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군 28연대에 근무하다 간도특설대에 전속, 3년간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다. 백선엽은 독립군 토벌에 대해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우리가 독립군 토벌했다 해서 독립이 늦어진 것도 아니고, 탈영해 독립군에 가담했다 해서 독립이 빨라지지도 않았다.”는 자기변명 겸 괴변을 늘어 놓았다.
백선엽은 독립 후 군사영어학교를 마치고 장교로 입관, 국군 초창기에 육군본부 정부국장으로 재직할 때 여순반란 사건에 연루된 박정희를 사면 시켰다. 박정희는 남로당 군 조직책이었으나 조직원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사면받았다.
백선엽이 전쟁영웅으로 부각된 것은 6.25 때 다부동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그가 지휘하던 1사단은 평양에 가장 먼저 입성한 부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7사단이 1사단보다 하루 빠른 10월18일 평양에 입성해 김일성 대학에 태극기를 게양했다고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쟁 덕에 30세에 사단장이 되고 군단장을 거쳐 참모총장이 되었다. 그에게는 전쟁 영웅이라는 칭호와 함께 친일파라는 불명예도 따르고 있어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92세인 백선엽은 사망하면 현충원에 묻힐 것이다. 현충원 안장을 놓고 한차례 논란이 있겠지만 전쟁영웅이라는 공이 독립군 토벌이라는 과를 덮을 것이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친일파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우리 현대사에서 독립운동이 너무 과소평가 되어 있다. 독립운동이 지나치게 과소평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사회 각계각층에 똬리 틀고 앉아 있는 친일파들이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악의적으로 비하했기 때문이다.
“독립군은 훈련도 제대로 못 받은 오합지졸의 비적”이라던가 “조선인들은 분열만 일삼아 독립운동 대신 갈라져 편싸움만 했다”는 친일파의 악의적 프로파간다를 수렴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린 결과가 그렇게 되어 전혀 양심의 가책 없이 ‘독립군 토벌은 아무 것도 아닌 것’ 혹은 ‘일본군으로 당연한 의무’라고 여기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힘을 합해 위기에 대처해 공동체를 구할 생각을 하지 않고 공동체를 배반하고 그 구성원을 팔아먹은 배신자를 정죄하기는커녕 배신자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시 공동체에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는 지구상에 한국이라는 나라 외에는 없을 것이다.

밀린 숙제 친일파 문제 해결

단체나 국가, 가정을 막론하고 정리되지 않은 배신자는 악성 바이러스처럼 잠복해 있다 공동체를 좀 먹고 병들게 한다. 해방 후 친일파 문제를 짚고 넘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당연히 해야 할 걸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이승만 대통령의 권력욕 때문이었다.
이승만이 한때 독립운동에 몸 담았던 사람이고 개인적으로는 반일주의자이나 국내 기반이 없는 이승만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친일파 도움이 필요했다. 이승만의 농간으로 반민특위는 와해되고 친일파는 용서받아 남한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
해방 된지 70년이 넘었지만 비정상적 사회가 정상으로 되기 위해서는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 방법론이야 정치권이 시민사회와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밀린 숙제를 끝내야겠다는 당위가 우선은 공감을 얻어야 한다.
나치 부역자를 철저히 색출해 부역의 대가를 치르게 한 프랑스도 페텡 같은 인물의 공적을 놓고 논란이 되는데, 페텡의 경우는 일차대전 공적이 너무 뛰어나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무기징역을 받았고 이번에도 행사에서 제외되었다. 한국의 친일파 중에도 독립운동 하다 일제 앞잡이로 전향한 무리들이 있지만 기준을 세워 경중에 따라 처리해 더 이상 과거사를 놓고 국력을 소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공동체의 배신자를 그대로 둔다면 그 사회를 좀먹고 부패하게 만들고 그 사회의 위계질서를 깨뜨리고 자라나는 후세에게도 공동체의 배신에 대해 도덕적으로 무감각하게 만들어 줘 공동체 유지 관리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독립운동을 과장해서도 안되지만 지금처럼 평가절하나 폄하를 해서는 더더욱 안되고 후손들이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독립운동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친일도 정당한 평가를 받아 백선엽 같은 사람이 현충원에 묻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묻혀 있는 친일파들도 현충원에서 이장하는 법을 만들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신상필벌’의 건강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기사 등록일: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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