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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달력 한 장을 남기고 _ 오충근의 기자 수첩
 
세월 가는 속도가 나이에 정비례한다더니 정말 그렇다. 어느새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한 해를 보내는 심사가 모두 다르겠지만 어느 단편의 주인공처럼 ‘저 달력이 없어지면 나도 가겠지’라고 절망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한 해가 가면 또 한 해가 오는 우리 인생은 순환의 연속이니까 절망 대신 희망을 가져야 한다.
희망을 잃었을 때 삶은 치욕이 되고 죽음은 의무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말고 살아야 한다.


남북 화해에 대한 희망

올해는 남북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대결을 벗어나 화해의 악수를 했다. 남북화해, 남북공존의 시대가 첫걸음을 시작하였지만 북한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믿지 못할 존재’라고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이 있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살아 있어 동족상잔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고 반세기 이상 계속된 반공교육, 북한에 대한 의도적 왜곡을 교육받은 결과다.
올해 남북 정상이 만나고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된 것을 1989년 미소 몰타 정상회담과 비교하곤 한다. 몰타 정상회담으로 동서가 대결하던 냉전이 끝났다. 몰타회담은 “냉전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몰타회담이 세상을 대결에서 화해 교류로 바꿔 놓았듯 남북회담도 남북관계를 대결에서 화해 협력으로 바꿔 놓을 것이다.
고르바쵸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군비경쟁으로 인한 경제 침체를 벗어나려면 대결에서 화해로 전환해야 할 필요는 느꼈다.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다. 핵무기가 경제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니 ‘인민들을 이 밥에 고기 국 먹게 하려면’ 화해와 교류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미국과 핵 사찰 범위를 놓고 샅바 싸움을 하고 있는데 북한 강경파도 미국 강경파도 대세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갈등에서 화해로, 대결에서 평화로 이행되는 시기,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대 세력이 항상 있다. 반대세력은 보수주의자, 극우주의자 라고 불리는 무리들이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식민지 알제리를 독립시키려 했을 때도 극우주의자들이 반대했다.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보수주의자로 프랑스 국익을 위해 알제리를 독립시켜야 마땅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극우파는 알제리 독립을 반대했다. ‘오뉴월 곁 불도 쬐다 보면 섭섭하다’고 계륵으로 전락한 알제리를 독립시키려는 드골에 반대해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극우파 장군들은 ‘매국노 처단’이라는 명분으로 드골 암살을 계획했으나 실패했다. 드골 대통령 암살은 프레드릭 포사이드가 쓴 ‘재칼의 날들’이라는 소설의 배경이 되었고 영화도 나왔다.
3개 공수연대가 반란에 동원되었는데(어느 나라나 공수부대가 문제다) 드골은 군복으로 갈아 입고 나타나 군사반란을 일으킨 극우파를 진압하고 알제리 독립을 관철시켰다. 제국주의 산물인 식민지 끼고 있어봐야 프랑스에 이익 되는 건 없었다.
북미 회담도 미국 내에 힘을 가진 반대세력이 북미 평화협정을 훼방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좌충우돌, 기상천외한 수법에 능해 호 불호와 지지계층이 명확이 갈리고 정적이 많다.
드골 대통령처럼 암살의 위험은 없겠지만 정치 경력이 없는 비주류로 민주당에서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어 탄핵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심지어 공화당에도 백악관 내에도 반대파가 있어 모처럼 찾아온 북미 평화 무드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남한도 마찬가지로 북한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정치계, 언론계, 경제계에서 남북화해를 훼방 놓고 있다. 남북 화해를 평화를 구걸한다고 폄하하는데 이들은 미국, 일본에 허리 굽히며 구걸하던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자는 건 평화를 구걸하는 게 아니고 화해와 협력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대결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드골의 알제리 독립이나 냉전을 종식시킨 몰타 회담에서 볼 수 있듯 역사의 물결은 그 정도 장애물은 뭉개고 넘어 목적지로 나아갈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방문하면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게 된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을 방문한 사실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남, 북은 특수한 관계다.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상 영토의 일부분을 불법 점거한 불법단체로 김정은 위원장은 그 수괴에 해당한다. 그러나 국제법상 별개의 나라로 엄연히 유엔에도 가입되어 있는 정식 국가로 국가원수다.
또한 6.25동란이라는 미증유의 동족상잔의 비극을 안고 서로가 70년 이상을 대결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은 역사적 혈연적 문화적 전통을 공유하고 있는 같은 민족으로 외세에 의한 분단을 극복하고 협력하고 왕래해야 하는 역사적 의무도 있다.
말로 설명하기 복잡한 관계에 있는 북한의 지도자가 서울을 방문한다는 사실은 성과는 어찌되었던 방문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가 크다. 김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앞두고 설왕설래하는데 방문을 환영한다. ‘김정은 위원장 만세’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만 서울에 와서 남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명히 느낄 필요가 있다.
한쪽에서는 민족의 원흉 3대세습 독재자 김정은 화형식이 벌어지고 한쪽에서는 초상화를 들고 김정은 위원장 만세를 외치며 열렬히 환영하는 서울 시민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 환영 일색이던 평양과 서울이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걸 눈으로 보아야 하고 민주주의의 다양성 인정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 서울을 방문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가 서울 방문을 할 때쯤에는 북미 간의 핵 문제도 안개가 걷히고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이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만세, 북한 고무찬양 죄인가?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을 앞두고 일부 단체에서는 환영준비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 만세를 부른다는데 개인적 생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만세의 대상은 아니다. 첫 째, 독재 사회에서 북한 주민의 민의와 상관없이 밀실에서 지도자로 추대되었기 때문이다. 하긴 북한체제에서 민의를 물어봐도 99.99% 찬성이 나오겠지만.
둘째, 만세를 받을만한 업적을 남긴 게 없다. 남북 해빙의 첫발을 디뎠다는 업적은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으니 업적이랄 수 없고 그 외에는 업적이랄 게 없으니 만세의 대상이 된다는 건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그러나 만세를 부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부르도록 내버려 두는 게 민주사회다. 북한 지도자 만세를 부른다면 국가보안법의 북한 고무찬양 죄에 해당돼 감옥에 간다.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같은 과 친구가 버스 정류장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며 ‘동무’라고 말했다 경찰에 끌려가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경우가 있는데 북한 지도자 만세 부르면 감옥 간다.
앞으로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은 간통죄처럼 사문화되다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없어져야 당연한 법이다. 헌법에는 양심의 자유가 있고 표현의 자유가 있다. 표현의 자유에 앞서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우리 헌법에는 사상의 자유가 없다. 헌법 제정할 때 북한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생각되는데 사람은 생각이 자유로워야 한다. 캐나다 살면서 가장 부러운 게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교육 못 받으며 자랐다.
김정은 위원장 만세를 불렀을 때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이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 만세 부른다고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을 적용하지는 않겠지만 헌법이 두 법 위에 우뚝 서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기사 등록일: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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