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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합의안 의회에서 부결_오충근의 기자수첩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 대두, 영국은 어디로

‘대영제국 기는 해가 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었다. 영국은 전 세계 방방곡곡 어디에나 식민지를 갖고 있어 깃발은 해가 지지 않았다는 말인데 특히 빅토리아 여왕시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영국이 제국도 아니고 식민지도 다 독립했고 정치, 외교의 국제적 영향력도 제국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영국은 GDP 기준 경제력이 세계 5위로 전 세계 GDP의 4%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직접투자는 세계2위다. 군사력도 막강해 군사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GFP(Global Fire Power)의 2017-2018 영국 군사력은 세계 6위로 핵 무기 보유국이다. 2016년 기준 국방비는 525억 달러로 세계 4위다.
국방비 1위는 단연 미국으로 6,045억 달러(2016년 기준)로 2위부터 10위 국가 국방비 합계보다 많다. 중국이 국가 시책으로 국방력 현대화를 추진해도 국방비는 1,450억 달러로 미국 국방비에 비하면 ‘족탈불급’이다. 중국 국방비는 왜곡되어 있어 실제로는 그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영국이 EU 탈퇴(브렉시트)를 선언했을 때부터 세계는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유럽 경제는 물론 지구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 브렉시트는 2016년 6월23일 국민투표에서 51.89%의 지지율로 기정 사실이 되었고 어떻게 EU와 결별하느냐 라는 방법론만이 남았다.
브렉시트의 원인으로 난민 문제, 노동이동성 문제가 떠올랐는데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고 영국이 유럽연합과 섞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인 건 브렉시트가 처음이 아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 경제 공동체 (EEC)에 가입할 때도 논란이 있었다. 영국인들의 유전자 속에는 “영국이 지도상으로는 유럽의 일부이기는 해도 대륙국가들과는 다르다.”라는 인식이 들어 있다. 영국인들의 잠재의식이 이번에도 나타났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브렉시트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회원국으로서의 지위를 잃는데 가장 큰 문제가 관세다. 그 동안 역내에서는 무관세로 물자와 서비스가 이동했으나 앞으로 영국과는 국경장벽을 쌓고 세관에서 관세업무를 취급한다. 그런데 영국 바로 옆에 있는 아일랜드는 EU회원국으로 브렉시트가 발효하면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도 국경을 설치해야 하고 물품과 서비스 이동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에 물리적 국경을 설치하는 문제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다. 브렉시트가 실현되어도 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을 설치하지 않고 영국이 관세동맹에 남는 문제에 대해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무늬만 브렉시트”라고 반대하고 있다.
영국은 아일랜드를 800년 이상 지배해 왔다. 지금은 아일랜드가 독립국이 되었지만 영국에 동화가 많이 되었고 북 아일랜드 문제가 남아 있는데 국경이 설치된다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아일랜드는 영국 보다 EU와 가깝게 될 것이다. 영국과 아일랜드 관계는 한국, 일본 관계만큼이나 복잡 미묘한데 한국인들 대부분이 일본을 철천지원수로 여기듯 아일랜드인의 반영감정도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에도 관세동맹을 맺어 물품과 서비스 이동을 자유롭게 하자는 게 합의안의 핵심이다. 관세 동맹이나 아일랜드 국경문제를 비롯해 브렉시트에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영국 정부는 합의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했다.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합의안을 갖고 유럽연합과 협상을 하게 되는데 이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찬성 202, 반대 432로 230표 차이 라는 영국 의회 역사상 압도적 표차로. 보수당 내에서 100표 이상 반란표가 나와 충격을 더했다. 종전 기록은 1924년 노동당이 소수정부를 이끌 던 때 166표 차이였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이 합의안은 모두가 싫어했다. 영국 의회사상 압도적 차이의 부결이 이 합의안이 얼마나 영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지 증명되었다.
이렇게 되자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정치적 생명도 위태롭게 되었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불신임안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불신임 투표에서 테레사 메이 총리는 간신히 살아 남았다. 그러나 메이 총리 앞에는 결코 쉽지 않은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영국이 공식적으로 EU를 떠나는 3월29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아니면 노 딜 (No Deal) 브렉시트,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는 협상 기간 연장이다. 리스본 조약에 의하면 7월까지 연장이 가능한데 영국 내 정치적 사정에 따라, 예를 들면 정부 불신임에 따른 총선을 이유로 장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야당은 야당대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노동당은 메이 정부 불신임해 정권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집권당 내부에도 메이 총리 반대파가 있어 브렉시트 합의안에는 반대를 던졌으나 불신임도 반대해 메이 총리는 정치생명을 연장시켰다. 그러나 반대파는 노동당에 정권을 넘겨주지는 않고 메이 총리를 퇴진시키는 묘안을 궁리할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으나 하원의 분위기는 “그래도 노 딜 브렉시트는 막아야 되지 않겠나?”라는 분위기가 강해 기간 연장을 해서라도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노 딜 브렉시트는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그 동안 한 울타리 안에서 국내와 같은 조건에 있다 하루 아침에 국경, 관세, 통관, 검역, 통행, 시민 자격 등에 관한 아무런 합의 없이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역에 관한 부분은 WTO(세계무역기구)의 규정을 따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규정에 따른 시스템을 갖추려면 최소 몇 달이 걸려 그 사이 큰 혼란이 올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도버와 프랑스 칼데 사이에는 하루 만 대의 트레일러가 화물을 싣고 오가는데 통관에 화물차 한 대 당 2분만 더 걸려도 차량 행렬이 50킬로 미터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관뿐 아니라 그래서 노 딜 브렉시트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점 쳐지고 있다.
그러나 노 딜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영국인들 중에는 노 딜 브렉시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브렉시트를 EU에 대한 영국의 독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No deal, No problem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민투표에서 51.89%가 브렉시트를 찬성했는데 그 사람들은 왜 찬성을 했을까?

영국과 유럽연합

유럽연합이 회원국들 사이에 단일경제, 단일통화, 단일시장을 추구하다 보니 영국이 주권침해를 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은 유로와 파운드를 병행해서 쓰고 있어 독자적인 통화정책 환율정책이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자유롭지만 최근 몇 년간 제정된 법률의 60%가 영국 의회가 아닌 EU 집행위원회에서 나왔다니 주권침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자발적 주권포기를 통해 더 큰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브렉시트에서 볼 수 있듯 주권이라는 벽에 걸려 넘어진다. 그리고 주권 너머에는 동질성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대두된다.
유럽 대륙국가들은 로마제국이래 봉건적 요소가 강하기는 했지만 같은 왕국, 같은 제국을 이루며 살았다. 통합을 해야 한다는 자발적인 의지보다는 전쟁이라는 물리적 힘이 많이 작용했지만. 프랑스와 독일이 지금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별개의 문화, 전통, 언어를 갖고 있지만 프랑크 왕국 때에는 같은 나라였다.
서기 843년 베르뎅 조약으로 프랑크 왕국이 3등분되어 오늘날의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시초가 되었다. 대륙국가들은 혈연적으로 지리적으로 얽히고 설켰고 전쟁을 통해 국경선을 수없이 그려가며 살았다. 예를 들면 알사스 로렌 지방은 여러 차례 독일 영토, 프랑스 영토를 반복했다.
독일이 세계적 규모의 전쟁을 두 번 일으키며 유럽이 쑥대밭이 되자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재앙적인 민족주의 대신 통합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리투아니아인, 오스트리아인, 헝가리인 따지지 말고 그냥 유럽 시민으로 살자” 과거의 로마제국이나 프랑크 왕국처럼.
그런 정신이 유럽 연합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영국은 대서양 건너 멀찌감치 떨어져 대륙의 정치적 혼란을 바다 건너 불 구경하며 불똥이 튀지 못하게 막으며 이익을 취하는 게 목적이었다. 2차대전 후 영국의 처칠은 유럽 연합국을 주창했는데 영국의 의도는 독일이 전쟁을 다시 못하게 중공업과 석탄을 공동관리 하는데 있었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유럽대륙과 동질감이 떨어지는 영국이 자발적으로 주권 포기해가며 유럽연합에 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럽연합에서는 브렉시트 번복하고 재투표해 다시 유럽연합에 복귀하는 것을 원하고 있으나 재투표할 명분도 부족하고 재투표한다고 해도 유럽연합 복귀 찬성표가 많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뿐.
또한 브렉시트는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통해 상호이익을 보던 지구촌 경제가 보호무역과 자국 이익 우선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흐름에서 본다면 트럼프에 대한 호 불호는 차지하더라고 트럼프의 등장은 역사적 필연이다. 그가 추구하는 보호무역, 자국 이익 우선은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에 대한 반동으로 남을 것이고 트럼프 이후에도 반동은 계속될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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