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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세상의 절반이 여자인데

세계 인구가 작년 12월 76억명을 넘어섰다. 성비, 남녀의 비율은 여자 100명에 남자 101.8명이니 남자가 많은데 남자가 많은 원인을 학자들은 인도와 중국에서 찾는다. 두 인구 대국의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남자가 많다는 진단이다. 유럽 지역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고 아시아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다.
지역에 따라 남자가 더 많거나 여자가 더 많기는 하지만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남녀의 비율이 거의 5:5, 이 비율이 가령 6:4 정도가 된다면 장가 못 가는 남자나 시집 못 가는 여자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큰 사회문제가 될 텐데 신기하게도 거의 5:5를 유지하니 이럴 때는 조물주의 신기묘산에 감탄해야 할까?
포유류,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의 암수는 57:53으로 암컷이 약간 많다. 이것도 성비가 6:4 혹은 7:3 정도 된다면 생태계에 큰 혼란이 일어날 텐데 거의 5:5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 역시 조물주의 덕일까?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합리적으로 인간의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실은 모두 신의 영역이었는데 과학의 발달로 신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 조상들, 멀리 갈 것도 없고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만 해도 남녀가 태어나는 걸 ‘삼신 할머니’ 조화라고 했다. 그러나 과학은 남녀가 어떻게 결정지어지는지 밝혀냈다.
성 염색체가 남자의 경우 XY, 여자의 경우 XX로 알려졌는데 남성 성 유전자 Y의 역할을 알려졌으나 여성 성 유전자로 알려진 X 유전자가 있다. Y 유전자에는 남성을 만들어 주는 SRY 유전자가 있고X 성 유전자에는 여성을 만들어 주는 DAX-1 유전자가 있어 두 유전자 싸움에서 이기는 쪽으로 남성, 여성이 결정된다.
그런데 과학자들 관찰로는 SRY 유전자의 100전 100승, 그러니까 남자만 태어나야 되는데 DAX-1 유전자 둘이 덤벼들어 SRY 유전자를 이긴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가 태어난다고. 그런데 SRY 유전자가 왜 강한지, DAX-1 유전자는 왜 무리를 지어 있는지는 좀 더 연구해야 한다니 아직도 삼신 할머니 영역이 남아 있기는 하다.

태초에 평등이 있었다

태초에 글도 없었고 문화도 문명도 없었지만 평등은 있었다. 수렵채집사회 흔적이 문헌으로 남아 있을 리는 없고 유적도 적어 표본이랄 수도 없지만 그래도 학자들은 얼마 안 되는 표본을 통해 수렵채집사회의 퍼즐을 맞춰 본 결과 평등이 있었음이 알려졌다.
현대인이 보기에 야만적이고 미개했지만 남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역할 분담을 하며 사냥, 과일, 견과류, 꿀 채집을 하며 살았다. 보관하고 쌓아두는 건 없었다. 그 일대에 식량자원이 고갈되면 구성원들은 식량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했다. 구성원들은 20명 안팎의 사회로 추정한다.
그 시대에도 남자의 영향력이 큰 사회는 남자의 혈족들이 모여들어 세력을 형성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남녀가 평등한 사회에서는 비혈연들과도 어울려 공동생활을 해 나갔다. 루소는 사회제도에 얽매이고 오염되지 않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자연상태의 인간은 선했으나 문명의 발전과 함께 타락했다.”고 갈파했다.

종교가 조장한 성 차별

평등이 깨진 것은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부터다. 제도가 생기고 경쟁이 생기고 소유에 따른 계급이 생기면서 평등이 깨졌다. 성 평등을 불평등화 하는데 종교가 큰 역할을 했다. 마이너급 종교에서는 성 평등을 인정할지 몰라도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 메이저급 종교에서 성 차별을 조장했다.
기독교 성 차별은 새삼 이야기 할 필요도 없고 이슬람교 성 차별도 더 거론할 필요가 없다. 불교는 나을 줄 알았더니 별 차이가 없다. 비구니(여자 중)는 100살이 되어도 비구(남자 중)를 맞이할 때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존경한다, 비구니는 비구의 죄를 드러내지 못하고 비구가 하는 일을 막지 못한다, 비구는 비구니를 꾸짖을 수 있으나 비구니는 비구를 꾸짖지 못한다 등등.
이런 성차별 계율에 대해 당시 인도사회의 여성의 지위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했던 당시 인도에서 여성 출가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이슬람에서도 주장한다, 성 차별이 아니라 여성 보호에 목적이 있다고. 그리고 여자는 운전도 못하게 하는 지독한 성 차별에 대해서는 남성중심의 유목민 문화로 돌려버린다. 명예살인, 여성 할례, 일부다처 모두 이슬람과 무관한 오아시스 유목민 문화라고 한다.
어느 목사는 기독교의 성 차별을 이야기하니까 “하나님 아래 모든 창조물은 평등합니다. 남녀가 다르다는 구별은 있지만 차별은 없습니다.” 똑 같은 등록금 내고 대학 다녔는데 남자는 목사 되고 여자는 평생 전도사로 지내야 되는 게 차별 아니고 구별인가?

불평등을 넘어 평등으로

농경사회부터 시작된 여성 차별은 매우 오랫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계 방방곡곡에서 지속되었다. 이런 불평등, 차별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은 19세기, 그 인식이 20세기 들어와 열매를 맺었다. 1908년 3월8일 국제 여성의 날이 시작되었다. 러시아 혁명은 여성 차별 철폐에 큰 획을 그었다.
러시아는 지금도 남자 위주 사회지만 100년전 러시아 여자의 지위는 정말 낮았다.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이 남자 노동자의 절반도 안되고 해고 당하지 않으려고 임신 사실을 숨겨야 했고 애 낳고도 다음날 출근해야 했다. 서양사회가 다 그랬지만 러시아도 여자는 아버지와 남편의 소유물이었다. 결혼식에서 친정 아버지가 사위에서 딸을 다스릴 수 있는 채찍을 주는 게 러시아 관습이었다.
러시아 여자들은 혹독한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1890년부터 시작된 혁명의 시기에 산전 산후 휴가, 수유시간 보장, 성희롱 금지 등의 요구사항을 내걸고 투쟁했다. 여자 노동자들은 1917년 2월혁명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2월혁명으로 니콜라이2세가 퇴위해 제정이 소멸되었다. 러시아는 임시정부와 소비에트가 공존하는 이원권력구조가 되었다.
임시정부도 여자들의 삶과 고통에는 관심이 없었다. 10월혁명으로 볼세비키는 임시정부를 타도하고 소비에트가 권력을 잡았다. 10월 혁명으로 러시아 여자들은 서구 자본주의에서도 이룬 적이 없는 지위를 맛보았다.
고용평등, 동일임금, 완전한 참정권, 유급출산휴가, 수유시간 보장, 3시간 마다 휴식, 낙태 합법화가 시행되었다. 간통, 근친상간, 동성애에 관한 법률은 폐지 되었다. 탁아소와 공공주택 건설로 양육과 가사를 사회가 책임지게 되었다. 그러나 혁명이 일어났다 해서 법으로 여성평등을 보장한다 해서 수백, 수 천년 내려온 차별의식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
볼세비키의 혁명적 여성해방은 적-백 내전과 스탈린의 집권으로 짧게 끝났다. 스탈린의 반혁명은 그 동안의 모든 혁명성과를 무력화 시켰고 국가자본주의로 전환한 러시아는 스탈린의 권위주의 독재에 시달려야 했다.
1차대전은 제국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가 빚어낸 대살륙의 비극이었지만 1차대전은 여자들의 지위가 급상승하는 계기가 되었다. 남자들이 모두 전쟁에 나가자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던 여자들이 후방에서 생산을 담당하게 되었다. 공업 농업 상업 등 산업 전분야에 걸쳐 여자 노동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비록 소수이지만 여자들이 군에 입대해 전투지원업무를 담당했다.
전쟁이 끝나고 남자들이 돌아왔다. 여자의 사회참여를 독려하던 정부와 언론의 태도가 돌변했다. “여자들은 가정으로” 여자들이 몇 년간 사회 각 분야에서 얻은 경험은 큰 자산이 되었다. 그래서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거꾸로 돌지 않는다.

기사 등록일: 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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