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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국 풀리지 않는 숙적 관계 _ 오충근의 기자수첩
 
불길한 고유명사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은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하면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고유명사로 유가를 요동칠 때 등장하는 단어다. 70년대에도 호르무즈 해협이 신문 방송에 등장하면 어김없이 유가가 올랐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 그 고유명사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 주 외신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가까운 푸이자라 항구 부근에서 네 척의 상선이 원인불명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네 척의 상선 중 두 척은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유조선이고 나머지는 노르웨이 상선과 UAE 상선이다.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사고가 일어난 위치로 볼 때 주변국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UAE(아랍 에미레이트) 영해로 UAE 외교부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전문수사팀을 보냈다. 해협 건너편의 이란도 사건 전모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란은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의 자작극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란 공격에 대한 명분 축적용으로 미국의 사주, 혹은 암묵적 동의하에 사건을 조작했으리라는 의혹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경제제재와 대 이란 전쟁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풀이했다. 사건을 보는 눈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데 이 사건을 ‘제2의 통킹만’으로 보는 시각은 미국이 과거에도 월남에서 전쟁을 확대하려고 통킹만에서 자작극을 벌린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끊임없는 악연의 연속

미국은 이란에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팔라비 왕조가 몰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란과 싸우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그러나 이슬람 혁명과 미 대사관 인질사건,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이란과 미국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서로 적대적 비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서로를 ‘악마’라고 불렀고 2002년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고 ‘악의 축’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2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중동 국제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역시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며 “전 세계가 이란과 맞서지 않으면 중동 평화는 없다.”고 말해 이란을 보는 시각이 부시 대통령 때와 달라진 바가 전혀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전 세계 이슬람 테러는 수니파 원리주의자들이 일으키는 것으로 이란과는 무관할뿐더러 오히려 이란은 시아파 국가로서 수니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를 막고 있다. 악명 높은 테러단체 알 카에다, ISIL, 탈레반은 모두 수니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단체로 사우디가 가장 큰 후원국가이지 이란이 아니다.
이란과 미국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 때 관계개선 조짐이 있었다. 마침 이란에서도 온건 개혁파 대통령이 재임해 해빙 바람이 불었으나 여전히 양국 간의 기조에는 비 우호적 적대관계가 깔려 있었다. 그래도 오바마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 재임 시에는 평화무드가 진일보 해 2015년 7월 이란 핵 문제가 완전히 타결되어 이란은 기나긴 국제 제재를 벗어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타결을 “가장 나쁜 계약”이라면서 이란과 핵 협정을 탈퇴하고 지난해 8월부터 일반 무역 및 금융제재, 11월부터 에너지 무역 및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하겠다고 위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1/3이 지나는 길목으로 미국은 에너지 정책 상 이 지역을 미 중부군 사령부가 관할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맞서 중부군 사령부는 5함대 소속 무장 순양함에게 무력시위를 지시했다. 미국과 이란은 혁명수비대와 중부군 사령부를 서로 테러단체로 지목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4척의 상선이 공격 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규군을 테러단체로 지목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과 이란, 왜 원수 사이가 되었을까

첫째는 에너지 자원 때문이다. 미국의 중동정책의 핵심은 에너지 자원 관리에 있다. 셰일원유 개발로 미국이 최대 산유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미국은 상당량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원유 수입국이기도 하다. 미국은 하루 약 8백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데 25% 정도를 중동에서 수입하므로 에너지 안정적 공급을 위해 중동이 중요하다.
이란의 지정학적 위치도 중요하다. 페르시아만과 카스피 연안은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지역에 이란이 위치하고 있다. 과거에도 미국은 이란의 민주정부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펴자 CIA가 공작해 민주정부를 와해 시키고 쿠데타를 통해 팔레비 왕조가 이란을 지배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이를 계기로 이란 민중의 반미감정이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란을 앞세워 중동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고 에너지 통제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팔레비 왕조와 미국의 특별한 관계가 지속되었으나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미국의 밀월관계는 끝났다.
둘째는 이스라엘 때문이다.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은 중동의 반미국가가 되었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이스라엘과도 적대관계가 되었다. 이란의 핵개발도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이 되지만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중동국가로 하마스, 헤즈볼라를 지원해 이스라엘과 적대적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란, 시리아 등 시아파들에게서 팔레스타인이 지지를 얻고 있으나 다수파인 수니파 국가들은 이스라엘 만행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만행과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며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란이 하마스에 미사일 기술을 전수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관심은 ‘예루살렘 수도 인정’에서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데 주저함이 없어 이스라엘을 감동 시켰는데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로 연결되었다.


이란과 미국 전쟁을 할까?

미국에 적대적인 반미국가는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를 들 수 있으나 그 중 이란, 북한에 대한 위협이 가장 심각하다. 이란은 인구 8천만명으로 GNP는 1조65억 달러로 세계 17위, 일인당 국민소득 13,000달러로 경제력이 북한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북한의 핵무기와 ICBM이 미국에 위협적이나 핵무기를 제외한 이란의 재래식 군사력은 ‘악의 축’ 국가들 중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걸어 오는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이 전쟁을 한다면 종말을 맞을 것”이라면서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상대를 위협하는 트럼프 특유의 말 폭탄인데 말뿐 아니라 미국은 항공모함과 전함을 아라비아 해로 이동시켜 기동훈련을 하고 있어 중동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바그다드 중심가에 로켓 폭탄이 떨어졌다. 피해는 없었으나 로켓 발사대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란과 전쟁은 미국으로서 쉽게 나설 수 없는 어려운 전쟁이다. 이라크 전에서도 전쟁의 명분이 되었던 대량살상무기는 그림자도 못 봐 맥이 빠진 동맹국들은 이란과의 전쟁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에 단짝인 영국 조차도 “이란의 위협이 가시적이지 않다.”고 한마디 했다.
유럽의 동맹국들, 영국 프랑스 독일은 2015년 핵 합의를 트럼프가 파기한 것에 대해 “미국은 이란 핵 협정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다른 당사국의 온전한 이행을 방해하는 행동을 피해줄 것”을 촉구해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전쟁에 동조할 가능성이 적다. 동맹국의 지원 없이 미국이 단독으로 이란과 전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을 하려면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고 불가피하게 동의 없이 전쟁을 하더라도 3개월이내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야당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이란과 전쟁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강경파만 전쟁을 원하고 있다. 트럼프가 어떤 결정을 할지. 트럼프가 좌충우돌하는 예측불허의 행동을 한다고 하지만 예측불허의 행동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란과 전쟁을 할 마음이 없고 대 이란 경제제재를 계속하며 미국에 유리한 핵 합의를 이끌어 내려 할 것이다. 뮬러 특검 결과 발표로 홀가분해진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강경파를 앞세워 이란과 전쟁 분위기로 몰아가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재선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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