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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 보훈의 달에 _ 오충근의 기자수첩
 
호국 보훈의 진정한 의미

모국에서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킨다. 호국보훈은 말 그대로 나라를 보호하고 지켜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6.25 동란 때 북한군에 맞서 열악한 장비로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장병들, 국권을 일본에 빼앗기고 망명해 이역만리에서 풍찬 노숙하며 오로지 독립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던 선열들이 없었으면 오늘날의 평화와 번영 발전도 없었다.
그래서 해마다 6월이 오면 6월6일 현충일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추념한다. 6월6일을 현충일로 정한 이유는 6.25동란이 6월에 일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기상 망종(芒種)이다. 망종은 벼나 보리의 씨앗 뿌리기에 좋은 때지만 고려 때 거란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병졸들의 유골을 집으로 보내 제사 지내게 했다는 기록에서 연유를 찾을 수 있다. 고려는 거란과 3차에 걸쳐 전쟁을 했다.
현충일은 공휴일인데 일부 기업에서는 생산활동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공휴일에서 제외한다고 해서 현충일의 의미가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라는 논리다. 그러나 현충일은 일상의 일을 쉬면서 순국선열, 호국영령들의 은덕을 기리고 감사하며 경건하게 지내는 날이지 단순히 노는 날이 아니다.
지금은 의식수준이 높아져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일년에 하루인 현충일을 단순히 노는 날로 착각하고 음주가무 혹은 공공장소에서 요란하고 시끄러운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삼가야 할 때 삼가지 못하는, 요즘 말로 해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의식수준도 문제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호국영령들 틈에 슬쩍 끼어들어 부당한, 자신의 행적보다 과도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친일행위로 지탄 받는 인물이 독립투사 사이에서 공경 받는 경우다. 이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동체 유지를 역행하는 처사로서 사회정의 확립 차원에서 용서 받지 못할 행위이고 숭고한 순국선열, 호국영령들의 정신을 모욕하는 행위다.


가짜 명예는 명예가 아니다

4년전 오마이 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종갑씨는 증조부 김정필이 가짜 독립운동가이니 서훈을 취소해 달라고 보훈처에 요청했다. 당숙이 증조부와 이름이 같은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가로채 증조부를 독립운동가로 변신 시켜 1968년 대통령 표창을 받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종갑씨는 2015년 보훈처에 서훈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보훈처에서는 서훈 취소에 소극적이었다. 후손들이 서훈 취소를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할 때까지 전화 한 통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김종갑씨가 적극적으로 나서 서훈 취소 서류를 제출했다. 서훈이 취소되기까지는 2년 걸렸다.
서훈 취소 통보를 받은 날 김종갑씨는 주과를 준비해 증조부 묘소에 가서 제사를 지내며 서훈 취소 사실을 알렸다. 아울러 후손들이 부정 서훈으로 조상에게 누를 끼친 사실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공적비를 뽑아냈다. 김종갑씨는 “비석조차 부끄러웠다.”면서 “후회는 없다. 가짜 명예는 명예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종갑씨는 “가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있다면 서훈을 하루 빨리 반납하고 역사 바로 잡는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춘추전국시대와 한비자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혼란의 시대요 정치, 경제, 사회가 큰 변화를 맞이하는 시대로 수많은 학파에서 수많은 사상가가 나왔다. 이를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하는데 그 중에 순자가 있다. 순자의 이름은 순황으로 인간의 근본이 악하다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인간 본성이 선하다는 맹자와 달리 순자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므로 질투하고 미워하고 자기 이익만 구한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정신을 수련하고 예의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자의 제자 중에 한비자가 있다.
한비자는 스승 순자의 영향을 받아 인간이 염치와 예의를 알고 정의가 뭔지 알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자가 설파한 이상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이 있는 자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한 자에게는 벌을 주는 ‘신상필벌’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라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는 원칙을 정해 강제적이고 타율적인 법 집행을 엄격하고 일관성 있게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전 사상이지만 이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


원칙 없는 호국보훈

모국에는 현충원이 서울과 대전에 있는데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현충원에 있어서는 안 되는 친일파들이 독립운동가들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친일파가 아니라 해방 후, 정부 수립 후 공을 세운 사람들이라 공과를 따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김백일 같은 경우다. 김백일은 만주군 상위로 독립군을 토벌하고 박해한 간도특설대에 근무했다.
김백일은 해방 후 군문에 들어가 장교가 되어 사단장을 지냈고 6.25동란에는 군단장이 되어 38선을 돌파하고 혜산진까지 진격했다. 그는 전쟁 중 비행기가 추락해 죽었는데 동작동 국립묘지(서울 현충원)에 묻혔다.
김백일은 국군창설과 6.25동란에 공을 세웠으나 단순한 친일파가 아니라 독립군에 맞서 싸우며 독립을 방해한 반민족 행위를 했다. 현충원에는 김백일처럼 국군창설과 6.25 동란에 공을 세웠으나 반민족 행위에 앞장선 친일파가 63명 있다.
뿐만 아니라 독재를 찬양하고 부역한 자, 군사반란에 참여하고 동조한 자, 용공조작 간첩조작으로 무고한 시민을 고문하고 학대한 자들이 버젓이 국가 유공자로 변신해 현충원에 누워있다.
더욱 가증스러운 사실은 5.18 광주항쟁 때 자국민에 총격을 가해 살해한 자들이 국가 유공자로 현충원에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사용한다. 국가가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는 오로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때뿐이다. 그러나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무장한 군인들이 비무장한 자국민을 살해했다. 자국민을 살해한 자들이 현충원에 누워 있다. 이런 논란에 대해 프랑스가 정답을 제시했다.


프랑스의 원칙

미라보 백작은 귀족출신이지만 대혁명 때 서민 자격으로 참가해 혁명을 이끌었다. 그는 혁명이 과격화 되는 것을 막아 입헌군주제를 채택하는 등 혁명에 지대한 공을 세워 죽어서 판테옹에 1호로 묻히는 영광을 얻었다.
그러나 사 후 그가 루이 16세와 정치적 암거래를 한 증거가 나왔다. 앞에서는 혁명을 지도하면서 뒤에서는 루이 16세와 더러운 거래를 한 것이다. 미라보의 공과를 따지는데 프랑스는 후자, 프랑스를 배반한 과에 무게를 두었다. 프랑스는 판테옹에 묻힌 미라보의 파내 공동묘지로 옮겼다. 그래도 미라보는 다리 하나를 얻어 미라보 다리는 서정과 낭만의 상징이 되었지만.
페텡은 일차대전 때 베르됭에서 독일군 진격을 막아 프랑스는 물론 유럽을 구한 혁혁한 공을 세웠다. 페텡의 베르됭 승전은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일차대전 때 전공으로 페텡은 원수로 진급했다.
그러나 이차대전이 일어나자 페텡은 나치에 항복해 자청해서 히틀러의 하수인이 되었다. 역사에서 이를 비시(Vichy)정부라고 부른다. 전쟁이 끝나고 페텡은 재판에 회부되어 국가반역죄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드골은 군 선배 예우 차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재판에 회부 되었을 때 페텡은 이미 89세의 노인이었다.
일차대전의 위대한 공적, 이차대전 때 히틀러에 부역한 과를 놓고 재판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졌으나 프랑스를 배반한 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프랑스는 89세 노인을 대서양의 외딴 섬 일드외 감옥에 수감했다. 페텡은 수감 중1951년 세상을 떠났다.


친일파, 무자격자 현충원에서 이장 가능한가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현행법으로는 이미 현충원에 묻힌 사람은 재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비록 친일파 반민족 행위자라고 해도 해방 후 공로를 세워 묻혔기 때문에 자격이 취소되지 않는 한 이장이 안 된다.
일본에 협력해 민족에 해악을 끼친 친일 반민족 행위자는 당연히 현충원에 묻힐 수 없는데 현행법상 불가능하므로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해야 이장이 가능하다. 법 개정을 통해 국방장관이나 보훈처장에게 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국립묘지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 예정이었으나 국회가 열리지 못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친일파 묘를 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길뿐더러 내란죄 수괴 전두환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게 된다.

기사 등록일: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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