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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자유당 보수당의 진부한 정권교체

연방총선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10월21일이나 그 이전에 총선이 실시되니까. 캐나다가 생겨난 이후 연방정치는 자유당과 보수당이 사이 좋게 번갈아 집권하며 제3당의 출현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이번 총선에도 자유당 아니면 보수당이 집권 할 것이다. 자유당은 20세기 들어 69년을 집권해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가장 오랜 집권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유당은 제3당으로 전락한 흑 역사도 갖고 있다. 2011년 당시 보수당이 정권을 잡고 있었으나 여소야대였다. 야당끼리 공조해 예산안을 부결하고 의회 불신임을 선언했다. 총독은 하퍼 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여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했다.
2011년 총선에서 보수당은 과반수가 넘는 166석을 차지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주도할 수 있게 되었고 NDP가 103석을 얻어 제1 야당이 되었다. 자유당은 34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제3당으로 전락했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Michael Ignatieff) 자유당 대표는 사임했고 자유당은 2013년 대표 경선에서 저스틴 트뤼도를 대표로 선출했다. 34석의 미니정당 자유당은 2015년 총선에서 184석을 얻는 대승을 거두며 여당으로 돌아왔다.
2011년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된 NDP는 여세를 몰아 2015년 총선에서 정권에 가장 근접했으나 당 대표 Jack Layton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캐나다 정치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사실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 후 당 대표를 두 번 교체한 NDP는 현재 제3당 위치를 지키고 있다.


연방 녹색당(Green Party of Canada)의 등장

2011년 총선에서 특기할 사실은 녹색당이 최초로 연방 하원에서 의석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엘리자베스 메이 당대표가 밴쿠버 아일랜드의 Sanich Gulf Island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연방 정당사에 기록을 남겼다. 2011년 총선 당시 녹색당은 보수당, 자유당, NDP등 주요 정당이 참가하는 대표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연방 법원이 녹색당 대표 참석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대신 마리화나 당, 공산당 등 소수정당이 참석하는 토론회에 참석하도록 정해졌으나 녹색당은 ‘우리는 소수정당이 아니다’라고 참석을 거부했다. 이런 설움을 견디며 녹색당은 연방 하원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녹색당은 2006년 엘리자베스 메이가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녹색당은 정치개혁, 경제정의, 빈곤 퇴치, 노동운동 등 각양각색의 진보 운동가들과 환경 운동가들이 일정한 구심점이 없이 중구난방의 모래알 같은 연합체에 불과했으나 메이 당 대표는 이를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묶는데 성공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게 한국정치에만 국한 되는 쓰라린 현실이 아니고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으로 캐나다도 진보도 예외가 아닌데 메이 당 대표의 정치력, 지도력이 인정 받는 계기가 되었다.
2011년 총선이 녹색당에 중요한 의미는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중에 연방 하원에서 1석을 얻었다는 점이다. 2011년 총선에서 녹색당 지지율은 3.9%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총선 지지율 6.8%에 비해 거의 절반이나 떨어진 지지율이다. 지지율 하락 현상은 2011년 총선에서 NDP 돌풍이 워낙 거세게 불어 녹색당 지지 표가 대거 NDP로 몰렸기 때문이다.


2011년 NDP 돌풍,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이 일으킬 수 있을지

이번 8월16일-19일에 Leger에서 실시한 연방 총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유당 지지율33%, 보수당 지지율33%로 호각지세이고 녹색당이 13% 지지율로 3위에 올랐다. NDP는 11% 지지율로 녹색당에도 뒤졌다. 녹색당 지지율이 두 자리 숫자를 기록한 이유는 자유당 지지자와 NDP 지지자가 녹색당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당 지지자가 녹색당을 지지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입소스(Ipsos)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다르게 나왔다. 보수당 지지율 35%, 자유당 지지율 33%로 보수당이 미세하나마 우세로 나타났고 NDP 지지율 18% 녹색당 지지율 9%로 나왔다. 지지율에서 녹색당이NDP을 앞서는 현상은 이미 4월부터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정당 지지율에 편차가 있는데 에코 리서치 여론조사는 4월 말 녹색당이 NDP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15 총선에서 자유당에 투표한 유권자 중 44%가 트뤼도 총리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51%가 자유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 투표할 계획이다. 지난 총선B.C. 에서 자유당으로 출마 했거나 자유당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자유당원들이 녹색당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현상이 크게 늘었다.
B.C. 뿐 아니라 P.E.I.에서는 창당 14년만에 녹색당이 2019년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되었다. P.E.I. 총 MLA는 28석으로 녹색당이 8석 당선되었다. 캐나다 녹색당 역사상 최초로 P.E.I. 녹색당이 제1야당이 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녹색당이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유권자들이 녹색당을 잠재적 대안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SNC Lavalin 같은 정치공작에 대한 회의와 반발, 극심해 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진부한 그저 그런 기존 정치에 대한 식상 등이 녹색당이 대안으로 인정받는 환경을 제공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 정당과 녹색당이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의 규모나 이념이 완전히 상반된 정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이상현상이 생기고 있다.
녹색당은 전국민 무상의료보험 개념의 National Phamacare를 구상하고 있다. 메이 당 대표는 이 구상을 제2 무상의료보험이라고 명명했다. National Phamacare는 91%의 캐나다인의 지지를 받는다고 녹색당은 말하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보장한다. 또한 기초 치과 플랜, 무료 등록금 및 기술 교육, 에너지 효율적 주택에 감세조치 복원, 화석 연료에서 얻어지는 수입을 세금으로 전환, 선거개혁 등 좌파적 이념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보수당은 탄소세를 반대하고 있고 기후변화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녹색당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월 이후 당원이 15% 증가해 약 2만명이다. 모금액도 2019년 1분기에 738,729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2015년 총선 당시 녹색당 1분기 모금액은 487,000달러였다.


녹색당과 당 대표 엘리자베스 메이(Elizabeth May)

메이 당 대표는 1954년 미국 코네티켓 주에서 태어났다. 1972년 전 가족이 노바 스코시아로 이사했다. 메이 당 대표는 Dalhousie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일을 시작했다. 메이는 1980년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환경문제와 반핵을 다루는 ‘the small party’라는 당을 창당했다. 2006년 메이는 녹색당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당 대표가 되었다. 메이는 성공회 신자지만 정교 분리 원칙을 따라 낙태를 찬성하는 녹색당을 이끌고 있다. 메이 당 대표는 환경운동가, 저술가, 변호사로 유명하다. 메이 당 대표는 연방 하원에서도 예의범절이 깍듯한 의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08년 연방총선에서 메이는 노바 스코시아 Central Nova에서 출마했다. Central Nova에는 연방 보수당에서 피터 멕케이가 출마했다. 외무장관, 국방장관을 지낸 피터 멕케이는 보수당의 거물이자 실력자다.
메이가 강적 피터 멕케이를 피하지 않고 Central Nova에출마한 이유는 자유당이나 NDP 후보와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자유당에서도 Central Nova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총선에서 메이는 32%의 득표로 47%의 득표율을 기록한 피터 멕케이에 패했다.
메이는 당 대표에 대한 지지도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연방 정치인 중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지지가 반대를 앞선 유일한 당 대표다. 자유당 트뤼도는 지지 28% 반대 67%, 보수당 앤드류 쉐어는 지지 40%, 반대 46%, NDP 싱 대표는 지지34% 반대 45%인 반면 메이 당 대표는 지지 45% 반대 34%다.
녹색당에는 3명의 연방 하원의원(MP Member of Parliament)이 있다. 메이 당 대표, 지난 5월 밴쿠버 아일랜드의 나나이모-레디스미스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폴 맨리(Paul Manly), 이번 8월19일 무소속에서 녹색당으로 이적한 피에르 난텔(Pierre Nantel)이다. 난텔은 NDP 소속으로 퀘벡에서 당선된 재선의원으로 NDP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잠시 머물다 녹색당에 입당했다.
8월27일 발표한 녹색당의 지역별 지지도를 보면 대서양 연안주 12.4%, 퀘벡 9%, 온타리오 10%, 평원주(매니토바, 사스캐추원) 7.3%, 앨버타 7.3%, B.C. 17.1%로 B.C.에서 가장 높은 지지도를 기록했다.


녹색당 선거개혁, 비례대표제

선거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의 약진이 두 가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경제성장 청사진으로 어떻게 유권자들을 설득할 것인가, 기후변화가 이번 총선에서 어떤 비중을 갖는 이슈가 될 것인가 이다. 2018년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보고서는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12년의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2008년 총선 때 메이-디옹(Dion)의 협력관계가 이번에 다른 정당과 협력관계 혹은 공식 비공식 연정으로 나타난다면 선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 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총선에서 트뤼도는 선거개혁을 공약했으나 2년전 공약을 파기했다. 데비드 머너(David Merner)는 트뤼도의 선거개혁 공약파기로 자유당을 탈당하고 녹색당에 합류한 대표적 케이스다.
캐나다 선거제도는 우리가 알다시피 ‘단순 다수 소 선거구’로 득표율에 관계없이 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2015총선에서도 자유당 득표율은 39%였으나 권력을 독식했다. 캐나다 선거제도에서는 40% 득표를 하면 과반수를 차지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60%는 어디로 갔는가? 이런 선거제도가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는 민주적 선거제도라고 할 수 있을까? 다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선거제도는 민주적 선거제도가 아니다.
2015년 선거운동 당시 트뤼도는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두 거대 정당 보수당 자유당은 현행 선거제도를 선호했다.
득표율이 적용되는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도입했다면 2015 총선에서 녹색당은 10석 정도 확보했을 것이다. 현행선거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인 녹색당은 비례대표제를 추진하고 있다. 녹색당의 약진으로 캐나다 정치지형이 변화할지 두고 볼 일이다.

기사 등록일: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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