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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외로운 결단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지도자의 고뇌를 그린 하이 눈

하이 눈(High Noon), 서부영화의 고전. 의로운 보안관이 홀로 악당 3명을 처치하고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진부한 권선징악의 영화.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히 권선징악이 아니라 지도자의 고뇌, 외롭고 고독한 결정의 순간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17번이나 보았다는 영화다. 그만큼 지도자들에게 공감을 주는 영화다.
보안관 케인이 퇴임한다. 보안관 대리에게 업무를 인계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신부와 함께 신혼 생활을 위해 다른 마을을 떠난다. 그때 한 장의 전보가 그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케인이 체포해 사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살인범 밀러가 교도소에서 사면을 받아 석방되어 부하들을 데리고 보복을 하려고 마을로 온다는 전보다.
밀러와 부하들이 기차 타고 마을에 도착하는 시간이 정오 12시, 그래서 영화 제목이 High Noon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케인은 밀러와 부하들을 물리치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나 모두들 거절한다. 목사도, 교인들도, 믿었던 친구도, 마을 유지들도, 같은 편이어야 할 치안판사 조차도 다 거절한다.
이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돕는다고 나섰다 내 목숨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생각, 악당과의 총격전으로 마을에 피해가 생기고 마을의 대외적 평판이 나빠진다는 생각에 악당 물리칠 생각 말고 마을을 떠나라고 권한다.
마을을 떠나면 그만인 케인은 목숨을 걸고 악당을 물리치려고 하는데 악당들에게 피해를 입으며 살아 갈 마을 주민들은 케인에게 떠나라고 종용하는 거꾸로 된 상황이 생긴 것이다. 심지어 과거 여자친구도 갓 결혼한 신부조차도 악당 물리칠 생각 말고 마을을 떠나자고 권한다.
전임 보안관도 “마을을 위해 일해봐야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면서 어서 떠나라고 말한다. 주정뱅이와 어린 소년이 돕겠다고 하나 그런 도움은 받을 수 없다. 마을 주민들의 방관과 비협조 속에 혈혈단신으로 케인은 밀러와 부하들을 물리친다. 마을 사람들이 환호하며 몰려들지만 환멸을 느낀 케인은 보안관 배지를 버리고 신부를 데리고 마을을 떠난다.
클린턴 대통령이 17번 보았다는 하이 눈은 지도자들이 눈 여겨 볼 내용의 영화다.
위기가 닥친다. 고립무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보안관직은 은퇴했다. 방금 결혼식을 마친 신혼이다. 마을을 떠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나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공적 책무 때문에 개인적인 안락한 생활을 포기한다. 두렵다, 신혼의 아내를 남겨두고 죽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의를 위해 총을 들어야 한다.


오랜만에 방문한 모국에서

모국 방문 중이다. 생각해보니 8년만이다. 8년전과 비교해볼 때 전체적으로 청결해졌다는 느낌이다. 시내버스가 LPG를 쓰니 매연이 많이 줄었다. 코와 귀에 익숙했던 매캐한 냄새를 내는 검은 연기와는 영원한 이별이다.
미세먼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계절 탓인지 내가 둔해서인지 거의 느끼지 못했다. 미세먼지 주범 중에는 화물선이 내뿜는 매연도 포함되는데 국제해사기구 기준에 따라 화물선 엔진을 LNG 엔진으로 교체한다고 들었다. LNG 엔진 교체기술은 모국이 세계 제일이라고 들었다.
담배연기 담배 냄새가 대폭 줄었다. 공공장소 금연구역이 많이 늘었고 금연장소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아직은 못 보았다. 애연가들이 음식 기다리며 혹은 커피 마시며 한 대 피우던 즐거움이 담배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놀라운 사실은 부산 태종대의 전 지역이 금연구역이라 청정한 대기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태종대 가본 게 50년만이라 언제부터 전 지역 금연구역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궁창 냄새가 가끔 나긴 하지만 오래된 도시는 뒷골목에 가면 어디나 냄새가 난다. 공중 화장실이 깨끗해진 것은 이미 20년전이다. 서울 지하철은 파리 지하철과 시스템이 비슷한데 서울 지하철이 훨씬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다.
8년전에 비해 시민들의 질서의식 안전의식도 한결 높아졌다. 8년전에는 교통카드 스캔 안 하고 타는 사람들이 간혹 보였는데 그런 사람들이 이젠 없어졌고 줄 서기도 완전 생활화 된 느낌이다. 출 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적은 없지만 전철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무질서도 많이 정돈이 되었고 전철이 출 퇴근 시간에는 여성들만 전용으로 이용하는 칸이 생긴 것도 달라진 점이다. 길거리를 뒹구는 쓰레기도 거의 볼 수 없어 도시 전체가 깨끗하고 단정해진 느낌이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광화문 일대에는 각종 공해를 유발하는 포유류 집단이 몰려든다는 사실이다.
안전문제를 개선해서 좀 더 제도화하고 생활화 해야 할 점이 많은 건 사실이다. 이 부분은 캐나다에 비해 아직도 많이 떨어지지만 격차가 줄어 들었다.
과거에는 젊은이들 모이는 곳에 나이 많은 사람이 가면 눈총을 받았는데 연령 차별의식도 많이 개선되었다. 커피 전문점이나 스타벅스 가보면 젊은층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도 섞여 있다. 이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나이 따지며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아 단절한다면 사회적 퇴보다.


경제발전의 중요성

눈에 뜨이는 외형적 발전보다 보이지 않는 사회 인프라가 개선 된 걸 느끼며 “의식(衣食)이 족해야 예의를 안다.”라는 관중의 말이 생각났다. 윤리, 예절, 명예는 경제적 기반이 든든해야 가치가 빛을 발한다.
사마천도 사기 화식열전에서 관중의 말 “衣食足而知禮節”을 인용하여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먹고 입을 것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고 말해 국가경영에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마천의 화식열전은 후배 역사가 반고에게 ‘권세와 이익을 숭상하고 빈천을 부끄럽게 여겨 ‘화식열전’을 지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70년대 경제발전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도 받지만 ‘개발독재’라는 비판도 받는다. 맨땅에 헤딩하는 저돌적 방법으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해 성공해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중화학공업 육성책은 야당은 물론이고 미국도 반대했고 자금을 공여하는 IBRD도 고개를 흔들었다.
반대로 둘러싸인 속에서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외로운 결단’이 빛을 발했다. 그러나 하이 눈의 케인 보안관은 혼자서 3명의 악당을 상대해 마을을 지켰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외로운 결단은 달동네 살면서 저임금에 허덕이며 열악한 환경에서 살인적인 노동을 견딘 공돌이 공순이 희생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으니 박정희 대통령의 ‘외로운 결단’뿐 아니라 이름 없이 경제발전에 공헌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헌신도 찬사를 받아야 한다.


외로운 결단, 계속 되어야

관중의 말 “衣食足而知禮節(의식족이지예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지닌 본성으로 프랑스 혁명 때 자꼬방은 빈민층을 없애는 사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자꼬방은 빈민층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사회에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나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므로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나와 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민주주의 실현이 우선되어야 된다고 생각해 과감한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사방에 적으로 둘러싸인 자꼬방 산악파의 ‘외로운 결단’의 산물인 사회개혁 프로그램은 특권층, 보수반동의 방해를 받아 무산되었고 지도부가 단체로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는 시련을 겪었으나 길고 긴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 프랑스 사회 전반에 시행되었다.
모국은 여러 가지 대외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남북관계 및 대미, 대일관계에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남북관계 개선은 미국의 동의 없이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으므로 북미관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올해 안에 북미 대화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지 기대된다. 더 중요한 것은 대미종속에서 벗어나 독자적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대일관계는 ‘징용배상판결’이 우호관계에서 긴장관계로 돌아선 표면적 이유지만 일본과 관계는 역사적으로 쌓인 게 많고 해결해야 할 것도 많지만 해방 후 역대 정권은 일본에 대해 저자세 미봉책으로 일관해 왔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징용배상판결로 그 동안 일본과의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고질적 대일 무역적자, 핵심소재의 과도한 일본의존도, 일본 우익의 이익을 대변하는 친일 매국노의 커밍 아웃 등등. 그 중에서도 일본이 핵심소재 수출 안 하면 당장 나라 망할 듯이 일본에 고개 숙여야 한다고 난리 피우던 맹목적 일본숭배자들의 호들갑은 목불인견이었다.
나라걱정이라는 가면을 쓴 매국노들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당장 나라가 망할 듯 호들갑을 떨며 일본에 사과하고 고개 숙이라 했지만 일본의 수입규제는 수입선 다변화와 기초소재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민족의지의 결정체인데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라고 폄하하는 자들이 있다.
친일 매국노들이나 맹목적 일본숭배자들은 자신들의 언행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우국충정”이라고 착각하는데 조선 말기 자발적으로 혹은 회유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일본에 협조해 나라 팔아 먹은 매국 역적들도 “그 길이 억조 창생을 살리고 종묘사직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 후 50년대 60년대의 가난하고 못 먹고 못 입던 시절이 아니다. 모국이 미국 러시아처럼 세계 최강의 대국이 아니지만 경제력, 군사력에서 세계 상위에 속한다는 사실을 잊고 사대주의자들은 고개를 숙여야 살아가는 줄 착각하고 있다. 자만은 금물이나 비굴도 금물이다.
야당, 방송, 언론, 친일 친미 사대주의자들은 대미 대일 굴종외교가 최선의 현실적 방법이라고 우기고 있으나 국가 최고지도자는 주위에서 아무리 반대한다 해도 옳다는 소신이 서면 밀고 나가는 결단과 힘이 있어야 한다. 그 결단이 얼마나 외로운 결단이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후임 대통령들에게 하이 눈 볼 것을 권하겠는가?
대통령이란 자리가 외로운 결단의 연속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좌고우면 하지 말고 이름없는 시민들의 성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나라의 위상과 자존심을 높이고 인권이 존중되고 개개인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시민이 나라를 무서워하지 않고 나라가 시민을 무서워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기사 등록일: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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