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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의 꿈’은 꿈보다 해몽인가?_오충근의 기자수첩
 
느부갓네살 왕이 꿈을 꾸었다. 그는 바벨론 왕국의 왕으로 유태인에게는 기분 나쁘고 불쾌한 인물이다. 이스라엘이 부족연맹에서 왕정으로 이행하며 최초의 왕이 된 이는 사울이다. 그 후 솔로몬 왕이 죽으며 왕국이 갈라져 북쪽은 이스라엘, 남쪽은 유대로 나눠졌다. 이스라엘은 아시리아에게 망했다.
남왕국 유대는 바벨론 느부갓네살왕에게 망했다. 유대는 이집트의 영향력 아래 있었는데 아시리아를 멸망시키고 패권을 잡은 바벨론은 친 이집트 정책 버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드기아 왕은 바벨론의 경고를 무시하고 친 이집트 정책을 고집하다 바벨론의 침공을 받아 멸망했다. 유대의 멸망은 약소국이 국제 정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줄을 잘못서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 후 이스라엘은 페르시아, 알렉산더 대왕의 그리스 제국, 로마 제국의 속국이 되어 통치를 받는 고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고난의 역사는 1948년까지 계속되었다.
구약 예언서에 의하면 느부갓네살의 꿈을 다니엘이 해석했다. 다니엘의 해석은 종말론자들에 의해 살이 붙어져 퍼졌다. 말 그대로 ‘꿈 보다 해몽’이다. 다니엘의 해석에 의하면 느부갓네살은 꿈에 신상을 보았다. 신상의 머리는 순금이고 가슴과 팔은 은이고, 배와 넓적다리는 놋쇠이고 다리는 철이었다. 발의 일부는 철이고 일부는 진흙이었다.
산에서 큰 돌이 날라와 철과 흙으로 된 신상의 다리를 쳤다. 다리가 부숴지며 철과 진흙, 놋, 은, 금으로 만들어진 신상이 무너져 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신상을 친 돌이 큰 산이 되어 세상에 가득했다.
종말론자들에 의하면 신상의 금으로 된 머리는 바벨론이고 은으로 만들어진 가슴과 팔은 페르시아, 놋으로 된 배와 넓적다리는 그리스 제국, 철로 된 다리는 로마제국이다. 철과 진흙으로 된 다리 일부와 발가락은 로마제국의 분열을 암시하며 로마의 부흥을 꿈꾸는 유럽연합과 그 동맹국 미국인데 산에서 돌이 날라와 쳐서 신상이 무너지는 장면을 세상의 종말로 보고 있다.

천년왕국 로마, 그 후

철로 만들어진 신상의 다리에 해당하는 로마는 철처럼 강해 천 년을 지속하며 유럽과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로마 법은 로마 존속기간뿐 아니라 18세기까지 유럽 국가들 법제도의 근간이 되었다.
일본은 명치유신 후 근대화 과정에서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법제도 역시 독일 영향을 받았고 일본제국 법을 원용한 우리나라 법도 로마법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달력도 로마의 유산이다. 어디 달력뿐이랴. 로마, 서로마가 망한지 1,500년이 되었는데 로마의 문화, 행정, 예술, 건축, 군사제도에 걸쳐 로마의 유, 무형의 유산은 전 세계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유럽인들은 늑대 젖을 먹고 자란 형제가 세운 로마를 ‘영원한 도시’, ‘세계의 머리’ 라고 부르며 존경과 애정을 보낸다.
유럽인들의 ‘로마의 회귀’ 본능은 신성로마제국에서 나타난다. 신성하지도 않고 제국답지 않은 제국에 로마라는 이름을 차용했다. 제국은 허울만 남아 나중에는 독일어 쓰는 지역에 국한 되었고 제국은 나폴레옹에 의해 안락사 당했다.
독일의 신성로마제국에 대한 애착은 유별나 1870년 프러시아는 보불전쟁에서 승리해 파리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제국을 선포하니 이를 제2제국이라 부르고 히틀러의 나치를 제3제국이라 부른다.
신성로마제국 황제는 세습제가 아니라 선출제로 황제 선출권을 가진 제후를 선제후라고 부르는데 국가 주권을 유지하는 국가연합체인 유럽연합과 유사한 형태라 신성로마제국을 유럽연합의 전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럽연합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나라가 독일인데 신성로마제국 황제들이 독일 출신이었다는 점도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만은 없다.
로마의 국조는 독수리다. 독수리 는 로마의 상징인데 신성로마제국도 독수리가 국장이다. 동로마제국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러시아의 국장도 독수리고 유럽인들이 건너가 세운 미국의 국장도 독수리다.
미국 건국은 영국인이 주도했으나 반영사상이 강한 건국의 아버지들은 왕국대신 공화국을 세우며 그 기원을 초기 로마의 공화정에서 찾았고 국장도 영국 국장인 사자대신 흰머리 독수리로 정했다. 흰머리 독수리는 직접 사냥하기보다는 남의 사냥감을 빼앗아 먹고 약한 새를 괴롭히는 특성이 있다고 하니 건국의 아버지들이 국조를 잘 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종말론자들의 주장이 작위적이지만 철과 진흙으로 된 다리와 발가락은 분열을 초래할 유럽연합과 동맹국 미국을 나타낸다고 주장하는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 진출은 유럽연합의 불안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유럽연합과 나토, 분열할까?

로마제국부터 히틀러의 제3제국까지 유럽의 통합이 무력에 의한 피의 통합이었다면 유럽연합은 수 많은 조약에 의한 합의의 산물이다. 처음에는 6개 부자나라에서 시작된 유럽 공동체(EC)가 확대 발전하여 93년 유럽연합이 출발할 때는 12개 국가, 그 후 24개국으로 늘어났고 2002년 회원국은 통화주권을 포기하고 단일 화폐 유로화를 쓰기 시작했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로 유럽연합에서 탈퇴했다.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모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졌다. 경제규모가 제각각이라 해법도 이해도 달랐다. 경제 기초가 단단한 독일과 제조업 없이 관광에만 의존하는 그리스의 금융위기 해법이 같을 수 없다.
노동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따라 가난한 나라 노동자들이 부자나라에 와서 일을 했다. 부자나라는 값싼 노동력을 좋아했으나 금융위기로 살림살이가 쪼그라들자 부자나라 노동자들이 “우리 일자리 빼앗는다”는 불만이 고개를 들었다.
금융위기는 유럽의 민족주의를 다시 자극해 극우 포퓰리즘이 고개를 드는 촉매가 되었다. 금융위기에 기지개를 편 극우 포퓰리즘은 난민 사태를 맞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 이민, 반 EU 기치를 내건 극우 포퓰리즘은 유럽의회를 위협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국가별 인구비례에 따라 751명이 선출 되는데 지난 5월 실시한 선거 결과는 그 동안 의회를 지배해 온 중도 우파, 중도 좌파 의석이 20% 줄어들고 극우파가 대거 진출해 의회의 ¼을 차지했다. 전례 없는 극우파의 의회 진출로서 최종 목표는 유럽연합의 해체다.

나토 창립 70주년

나토(NATO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냉전의 산물이다. 미국의 전략적 가치 1순위, 동맹 1순위는 유럽으로 2차대전 후 가상 적국 소비에트 연방의 서유럽 진출을 막기 위해 미국 주도로 창설된 집단안보체제다.
이 집단안보체제는 “어느 회원국에 대한 무력행사를 회원국 전체에 대한 무력행사로 간주해 개별적,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하고 상호 원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단안보체제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진가를 톡톡히 나타냈다.
나토 창설이 올해 70주년으로 런던에서 이틀간 행사가 열렸다. 70년이 지나는 동안 지구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토창설의 본질이었던 냉전이 끝났고 가장 적국 소비에트연방은 해체되었다. 올해 나토는 중국을 가상적국에 포함시켜 변화를 실감나게 만들었다.
서유럽국가들도 소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미국의 필요에 따라 유럽을 꼬드겨 창설된 나토를 유지하는데 미국이 비용을 많이 지불하는 것은 당연했다. 2018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은 GDP의 3.39%를 분담금으로 냈다. 액수로는 7,060억 달러로 이는 나토 국방비 1조134억 달러 중 약 70%에 해당한다. 나머지 29개국이 30%를 부담했다.
나토의 권고사항은 회원국은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게 되어 있으나 미국, 영국을 비롯해 7개국만 권고사항을 지켰을 뿐 부자나라 독일은 GDP의 1.23%를, 알부자 룩셈부르크는 겨우 0.54%를 나토 국방비로 지출했다. 금전적 손해를 못 견디는 사업가 기질의 트럼프 대통령이 분개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는 방위비 50억 달러, 일본에는 8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해 동맹을 돈으로 안다는 불만을 샀고 펜타곤 장성들도 “우리가 용병이냐?”는 볼멘 소리를 했다.
그러나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은 트럼프의 선거공약이다. 트럼프는 유세하면서 “여러분이 내는 세금으로 부자나라 도와주고 있다.“고 미국인의 심기를 건드린 후 “방위비 인상하지 않으면 미군 철수한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공언한바 있다.
냉전의 산물 나토는 새로운 질서개편 요구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나토에서 미국의 위상이 전만 못하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나토의 변화는 회원국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지정학적 이해가 달라졌다는 점도 있다. ISIL 대응, 쿠르드 족 문제, 북부 시리아에서 미군철수를 놓고 터키와 미국이 갈등을 빚었다. 그 사이 러시아가 군대를 다시 파견했다.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은 나토 70주년 기념식에서 계속 되었다. 시작부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가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날려 트럼프 대통령을 불편하게 하더니 폐막 직전 트뤼도 총리가 유럽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자신을 비웃는듯한 발언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위선자라고 비난하며 분담금 2% 이상 낸 회원국들만 초청해 오찬을 베풀었다.
나토 70주년 행사가 해프닝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나토 존속의 필요성,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의문은 앞으로도 계속 제기 될 것이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미국이 대통령 한 명 때문에 흔들리는 일이 없겠지만 과거 미국이 국제사회에 보여준 지도력은 찾아볼 수 없고 미국의 힘은 퇴색되고 있다.
이것이 느부갓네살 왕의 꿈에 보인 진흙과 철로 만들어진 다리와 발가락이 무너지는 징조일까?

기사 등록일: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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