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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모든 일이 잘 되기를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새해가 밝았다. 새천년이 시작되고 벌써 20년이 흘렀다. 새천년이 시작될 때 우리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가졌다. 새천년에는 뭔가 달라지고 좋아지리라는 기대, 특히 한국인들은 통일이나 남북관계 호전을 바랐다. 이산가족이 왕래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랐다.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날자 인식을 못하고 오류를 일으켜 컴퓨터 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허황된 불안이었다. 세기말이 되면 사회가 전체적으로 데카당스한 분위기가 되는데 1999년에는 특히 더 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더해 온갖 사이비 종교들의 종말론, 거기에 더해 없어서는 안될 문명의 총아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킨 다니 분위기는 술렁거리면서 암울했다.
컴퓨터 대란, Y2K 라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할 것이다. 컴퓨터가 뒤에 00으로 끝나는1900년과 2000년을 인식 못해 은행에서 돈 인출도 안되고 전력회사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켜 도시 혹은 마을 전체가 정전이 되는 혼란이 일어나고, 거기까지는 봐주겠는데 핵미사일을 통제하는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켜 핵미사일이 발사된다는데 까지 상상력이 도달했다. 근거 없는 미신 같은 불안이 전염병처럼 번져 지하실에 비상식량 준비해둔 가정도 있었다.
그러나 새천년이 시작되며 아침안개 걷히듯 허황되고 미신같은 데카당스한 불안은 사라졌다. 평온하게 감격스럽게 동녘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천년을 맞았다.
‘불안’이란 앞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느끼는 감정이다. 불안에 대해 그리스 신화는 팬(Pan)을 등장시켜 설명해 나간다. 헤르메스와 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팬은 상체는 사람모습이지만 염소의 다리와 뿔을 가진 목축의 신으로 숲속에서 장난을 쳐 지나는 길손을 놀라게 했다. Panic이란 단어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하는데 pan은 접두어로서 ‘많은’ ‘모든’이란 뜻을 갖는다. 만신전을 뜻하는 Pantheon, 범신론을 뜻하는 pantheism을 예로 들 수 있다.
팬이 태어났을 때 모습이 너무 흉해 공주가 내버렸는데 아버지 헤르메스가 다시 주워 왔다. 올림푸스 신들이 팬의 기묘한 모습을 보고 “재미나게 생겼다”면서 “많은 것을 가진 아이”라는 의미에서 팬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숲 속에서 장난으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장난꾸러기 신이 되었다. 이 장난꾸러기는 목축의 신이기도 하다.

현대판 팬 트럼프

팬의 귀신이 씌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이후 번번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정초가 되자 마자 보통 사람은 생각하지도 못할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 카젬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장군이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서 미국 전략형 드론 리퍼(Reaper)의 공격을 받아 암살되었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솔레이마니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번 암살 공격으로 솔레이마니 장군과 함께 시아파 민병대 부사령관 등 8명이 숨졌다. 암살이나 테러공격이라면 그 동안 IS나 알 카에다, 헤즈볼라 등 중동 무장조직이 떠올랐으나 앞으로는 미국도 그들과 동등한 반열에 올라야 하겠다.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주권국가의 장군을 암살한 후 미국은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험 때문에 죽일 수밖에 없었다.” 면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2019년 가을에도 솔레이마니 암살시도가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헤브루가 주도한 암살작전은 솔레이마니 선친 소유의 종교시설 지하에 폭약을 장치해 솔레이마니를 폭사 시키려 했는데 미수에 그치고 암살요원 3명은 체포되었다. 중동에서 이란-이스라엘-미국의 역학관계를 미루어 볼 때 암살 작전은 이스라엘이 단독작품이 아니라 미국이 뒤그림을 그렸다고 추정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솔레이마니를 제거해야 할 당위성이 있겠지만 중동 발 후 폭풍은 전 세계가 감당해야 한다. 후폭풍이 어느 정도인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아무도 안보이는 숲속에서 벌이는 펜의 장난질에 여행객들이 공포에 질리듯 트럼프의 기상천외한 장난질에 세계가 경악했다. 놀라움은 금융시장과 유가를 통해 현실로 나타났다. WTI는 배럴당 61.18달러에서 솔레이마니 암살 뉴스에 63.05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오늘은 0.9% 떨어진 62.70달러로 장을 마감했지만.

내부결속을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들라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들라” 춘추전국시대 병법가이자 정치가인 오기(吳起)의 말이다. 오기는 능력 있고 재주 많은 인물이었지만 차갑고 비정한 성격으로 후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악의적인 오기의 기록에는 과장된 부분도 많이 있겠지만 오기는 능력 있는 나쁜 인간의 대명사로 쓰인다. 그는 병법의 대가답게 혼탁한 춘추전국 시대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에서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내부결속을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드는 전략은 외교 군사에서뿐 아니라 기업, 단체에서도 흔히 쓰인다. 비근한 예를 든다면 에드먼튼 한인회를 들 수 있다. 지난 10년간 에드먼튼 한인회가 흑역사를 반복하며 집행부가 장기 집권할 때 문화회관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 문화재단 설립당시 두 단체가 불편한 관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불편한 관계를 더욱 악화 시켜 적대관계로 만든 장본인은 흑역사 속 한인회다. 문화회관은 흑역사 한인회 집행부의 비리와 부정을 막아주는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인회와 문화회관은 설립목적도 다르고 한인사회에서 역할도 달라 대치관계에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적대관계로 변했다. 세월이 흐르며 적대관계가 우호관계로 변할 조짐이 보이고 있어 한인사회 통합에 지랫대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각설하고 이번에 트럼프가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대의명분에 맞게 그럴듯하게 포장되었지만 ‘내부결속용’ ‘선거용’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탄핵 당할 수 있다는 행보를 보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 당했다. 그러나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는 지키지만 탄핵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어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갈라진 민심을 통합할 필요가 있을 때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여론이 탄핵에서 이란으로 옮겨진다면 오기의 전법은 미국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데 마치 60-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이 일어나듯 전국에서 반전 구호가 등장했다. 반전운동의 상징적 존재 제인 폰다까지 불러냈으니 트럼프 대통령은 계산대로 되었다고 흐믓해할까?
이란과 대치상황을 만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탄핵으로 동요하는 지지자들 결속에도 효과적이다. 재선을 위해 트럼프는 대 우크라이나 정책을 이용해 정적 바이든을 압박하려 했듯 이번에는 팔라비 왕조 붕괴이후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을 이용했다.

모국에는 전쟁의 불똥이 튀지 않기를

솔레이마니가 암살당하자 모국에서는 “김정은도 조심해야”라는 말이 독버섯처럼 번졌다. 그 말 속에는 김정은도 솔레이마니처럼 리퍼에 당했으면 하는 바램이 들어 있는데 바램은 바램으로 끝날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 이용해 볼일 다 봤으니 더 이상 일을 벌리지 않고 페르시아만에 감도는 전운을 잘 관리하여 최소한의 피해로 마무리하는 일이 우선과제다.
북한과 이란이 똑같이 미국의 적대국가지만 정치적, 지리적으로 비중이 달라 미국은 김정은을 다른 패로 쓰려고 계산할 것이다. 북한과 무력분쟁은 트럼프 말 대로 돈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미국도 피를 흘릴 각오를 해야 하므로 아무리 사람 놀라게 하는 장기를 가진 트럼프라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더구나 북한, 이란을 동시에 상대하는 시나리오는 아무리 미국이 세계 최강 군사대국이라 해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호르무즈 해협에 전운이 감돌자 미국은 한국에도 파병을 요청했는데 명분 없는 전쟁에 한국 젊은이들이 희생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 비전투요원 파병 요청도 거절해야 한다.
월남전 당시에는 나라가 가난해 돈 때문에 부끄러운 파병을 했다지만 이젠 모국 경제규모가 세계 12위에 오를 정도가 되었으니 돈 때문에 젊은이들 피를 팔만큼 궁색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더구나 동맹을 돈을 계산해 터무니없는 주둔비 요구하는 트럼프에 대해서는 페르시아만 파병은커녕 주한미국 철수를 요구해야 한다.
모국 대한민국은 미국의 꼬임과 위협에 넘어가 전쟁터에 젊은이들을 보내는 대신 국제무대에서 협력과 연대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환경문제나 빈곤타파 등 국제관심사 해결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바란다.

새로운 10년

1999년에서 2000년이 되던 해의 세기말적 불안과 암울을 딛고 20년이 지나 2020년 벽두에 섰다. 해가 바뀌자 마자 지구촌 전체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행한 솔레이마니 암살로 인해 불안에 빠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의 미군 공군기지 아인 알 아사드를 비롯해 최소한 두 군데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 보복공격을 다짐해 확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이란에 공격목표 52곳을 설정해 두었다고 발표했다. 공격목표 중에는 이란의 문화유산이 포함되어 있는데 문화유산 파괴는 전쟁범죄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문화유산 파괴하겠다는 발표는 귀를 의심할 정도다.
이란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경고하며 두바이, 텔아비브, 하이파가 공격목표에 들어 있다고 발표해 중동 전역이 전화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인데 험악한 말 폭탄이 오고가지만 이란도 미국도 전면전을 벌일 상황이 아니니 서로 체면유지 선에서 끝나거나 이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유럽의 어느 나라가 중재역할에 나서 외교적으로 해결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어 현대판 팬(Pan)의 지구촌을 놀라게 한 이번 일이 패닉(Panic)이 아니라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액땜이 되기를 바란다.

기사 등록일: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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