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고정관념의 프레임을 깨고 나와야_ 오충근의 기자수첩
 
대통령은 욕하면 안되는가?
욕통령은 내가 만든 단어로 ‘욕 잘하는 대통령’의 준말이다. 모국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 36대 죤슨 대통령이다. 죤슨 대통령은 케네디 대통령 때 부통령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대통령직을 승계했고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어 3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죤슨 대통령은 아프리카 이민자 차별을 금지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저소득자를 위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국내 인권개선에 뛰어난 족적을 남겼으나 베트남 전쟁 확전으로 그의 업적이 평가절하된 대통령이다.
텍사스 농가 출신인 장신의 대통령은 입이 험했다. 그러나 입이 험하다고 해서 인격까지 험한 것은 아니다. 점잖은 말, 유식하고 고상하고 외교적인 말에 능하다고 그 사람 인격이 고상하고 점잖다는 보장이 있는가? 세상에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너무 많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에게는 여자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는 특이한 재주가 있다. 케네디와 마릴린 몬로,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 등등. 죤슨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라 여자 비서와 집무실에서 한창 재미를 보는데 마침 집무실을 찾은 영부인이 현장을 보는 불운한 일이 생겼다.
불같이 노한 죤슨 대통령은 경호원을 불러 온갖 쌍욕을 다 퍼부었다. 경호원이 그런 문제까지 경호해야 하는가?
죤슨 대통령은 이웃나라 캐나다 피어슨 총리에게 베트남 참전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피어슨 총리는 한술 더 떠 미국에서 대학생들 상대로 반전 연설을 하고 다녔다. 다혈질의 텍사스 사나이는 피어슨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X만한 XX야, 너는 왜 남에 카펫에 오줌이나 싸지르며 돌아다니냐?”
죤슨 대통령은 말끝마다 욕이었으나 미국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는 베트남 전쟁 때문이지 욕을 달고 사는 입 때문이 아니다. 욕 잘하는 것은 개인의 기질문제로 대통령 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이유는 없다. 정적들도 죤슨 대통령의 입을 정쟁도구로 삼지 않았다. 그게 미국이다.

욕 때문에 곤욕을 치른 사람
미국 사회는 욕 잘하는 죤슨 대통령을 문제 삼지 않고 포용했지만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체코슬라바키아(현재는 체코 와 슬로바키아로 분리 독립)는 소련의 동맹국으로 바르샤바 조약 회원국이었다. 유럽이 68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을 때 체코도 영향을 받아 수도 프라하에서도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이 일어났다.
프라하의 봄은 소련의 명령으로 20만명의 병력과 탱크를 앞세우고 체코를 침공한 바르샤바 조약군에게 무력으로 탄압 당했다. 프라하의 봄은 오지 않았으나 89년 벨벳혁명으로 역사적 정당성이 인정되었다.
당시 브레즈네프 소련 서기장은 죤슨 대통령에게 체코 문제에 개입하지 말 것을 은근히 요구했다. 마침 베트남 전쟁으로 혼이 반쯤 빠진 미국은 체코 문제까지 개입할 여력이 없어 소련은 마음 놓고 프라하의 봄을 유린했다.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은 체코 민주화의 성지로 프라하의 봄에 분신자살한 젊은 대학생 얀 팔라흐, 얀 자이츠의 동판이 있다.
프라하 갔을 때 광장 중앙에 있는 동판 앞에 서니 조국 민주화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김세진 열사 생각이 났다. 무지막지한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에 기여한 80년대 학번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인간 얼굴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프라하의 봄은 지식인, 학생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밀란 쿤데라, 이반 클리마, 루드비크 바출리크 등 공산주의 작가들도 지지했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작가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작가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가 배출한 걸출한 작가였으나 프라하의 봄 이후 시민권을 박탈당해 파리로 망명했다. 그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4명의 남녀를 등장시켜 인간의 삶을 통찰한 작품인데 망명 당시 프랑스 어로 출간했다.
밀란 쿤데라는 유려한 필치로 20세기 최고의 명작을 썼으나 욕 한번 했다 크게 망신을 당했다. 사석에서 동료와 욕을 섞어 대화하는 것을 체코 공산당이 비밀리에 녹음해 전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체코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너희가 존경하고 따르는 민주화 인사 밀란 쿤데라가 이런 저질 인간이다”라는 걸 공개해 민중과 밀란 쿤데라 사이를 이간질하고 프라하의 봄을 좌절 시키겠다는 의도다.
인간적 약점을 빌미 삼아 협박하고 망신 시키는 이런 짓은 야비하고 졸렬하고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다. 이 세상에 약점 없는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는가? 민주화 지도자는 욕하면 안되는가? 욕 하는게 잘했다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능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결벽증이란 올무에 걸린 민주화 인사들
모국에서는 진보 혹은 좌파로 분리되는 집단이 있다. 그러나 좌파 우파 단어의 원산지 유럽 기준에서 본다면 진보, 좌파는 극소수이고 대다수가 중도파, 개혁 지향, 평화통일 주장하는 인물들이 다. 나는 그들을 뭉뚱그려 민주화 인사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조국 전 장관을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데 약간 좌파 성향이 있긴 해도 조국을 좌파라고 부르면 진짜 좌파들이 “그럼 우리는?” 이라고 반문할 것이다.
모국 사회는 민주화 인사들에게 고정관념에 젖은 특이한 프레임을 씌웠다. 도덕적이어야 하고 부자여서는 안되고 노동문제와 환경문제에 관심 가져야 하고 청렴 결백해야 한다. 조그만 부정도 있으면 안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조그만 개인적 약점에도 강한 사회적 도덕적 비난이 쏟아지고 때로는 사회에서 매장당한다.
모국 사회는 민주화 인사들의 약점에 도덕적 굴레를 씌워 사회에서 매장 시키거나 대중 앞에서 망신 준다는 점에서 체코 공산당을 닮았다.
민주화 인사들이 좋은 집에서 살고, 재테크에 관심 갖고, 외제 차 타고 다니면 당장 위선자라고 비난 받아 대중으로부터 외면 당하고 정치적으로 매장 당한다.
55억 세계 인구가 모두 다른 능력, 개성을 갖고 있는데 ‘너는 이래야 된다’라는 고정관념에 젖어 프레임을 씌우는 사회는 야만의 사회요 무지의 사회다.

조국 전 장관의 경우
조국 전 장관은 호 불호가 아주 명확하게 갈리는 인물이다. ‘불호’쪽에서는 천하의 야비한 위선자요 권력을 앞세워 사익을 취한 이기적이고 사악하고 불한당 같은 인물이다. ‘호’쪽에서는 검찰개혁에 앞장 섰다 검찰에 보복당해 온갖 수모와 모멸을 당하고 심지어 가정사까지 공개된 검찰 개혁의 희생자다.
검찰은 그를 12가지 죄목으로 불구속 기소했는데 126일동안 압수수색을 70회 넘게 했다. 어느 한 가족을 70회 압수수색 한 기록은 기네스 북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12가지 죄목의 대부분은 자녀 입시관련 교육관련 혐의라 구속하기에는 무리다.
기록적인 압수수색에도 이렇다 할 증거가 나오지 않자 이리저리 엮어서 불구속 기소를 했다. 그래서 ‘상상기소’ ‘소설기소’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태산명동 서일필’이란 고사성어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태산이 무너질 듯 요란했으나 쥐 한 마리 잡은 꼴이다.
조국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의 흘린 뉴스로 조국에 대한 반감이 더욱 높아지고 위선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이는 대통령 지지율, 민주당 지지율에도 나쁜 영향을 주었다. 입시 교육관련 혐의가 아니었다면 반감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발 디디고 사는 사람 중에 자녀 교육,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국민 스트레스에 조국이 불을 질렀으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검찰이 불을 질렀으니 조국에게 온갖 비난이 집중하는 것이다.

프레임을 씌우는 사회
피의사실 공표죄(被疑事實公表罪)는 형법 126조에따라 검찰·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사람이나 감독 보조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죄이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한 것으로, 수사중 이거나 입증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공표함으로서 부당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를 문자 그대로 ‘밥 먹 듯’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아 있으나 마나 한 법조항이 되었다. 검찰의 잘못을 검찰이 수사해 처벌해야 하는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10년간 한 명도 처벌받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 두렁’ 시계가 대표적인 경우로 노무현 망신주기 위해 ‘논 두렁 시계’를 언론에 흘려 자살에 직접적 영향을 주었다. ‘논 두렁 시계’를 놓고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서로 “네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일이 훌륭한 일 같았으면 서로 “내가 했다”고 우겼겠지.
일전에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동생에게 문자로 ‘강남의 빌딩사고 싶다”라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법으로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다. 정경심 교수가 죄가 있건 없건 간에 인격권에 침해를 입었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체코 공산당이 밀란 쿤데라 욕설 녹음해 전국 라디오에 방송한 것과 똑같은 행위다. 체코 공산당의 행위만 사악하고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이 아니라 한국 검찰도 체코 공산당처럼 사악하고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조직이다.
정제되고 세련된 단어로 대중적 공감을 일으키는 소설가도 때로 욕 할 수 있다. 그걸 받아드리고 포용하는 사회가 열린 사회다. 소설가가 욕한 것을 약점삼아 대중 앞에서 인격살인을 당한다면 그 사회는 마녀사냥 하던 중세와 다를 게 없다
정경심 교수가 죄를 지었다면 죄값을 치러야 한다.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경심 교수는 공동상속 받은 상당한 규모의 재산이 있다. 그 재산을 종자돈 삼아 10년동안 돈 모아 강남에 빌딩 사서 자녀들 독립시키고 여생 편하게 살 권리가 있다.
돈 모아 좋은 집 사고 싶은 건 누구나 갖고 있는 꿈인데 ‘너는 그러면 안된다’고 프레임을 씌우는 사회라면 21세기가 아니라 야만과 무지의 시대를 사는 것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할 때가 되었다.

기사 등록일: 2020-02-06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웨스트젯 캘거리-인천 직항 정부.. +1
  캘거리 집값 역대 최고로 상승 ..
  4월부터 오르는 최저임금, 6년..
  캐나다 임시 거주자 3년내 5%..
  헉! 우버 시간당 수익이 6.8..
  앨버타, 렌트 구하기 너무 어렵..
  캐나다 이민자 80%, “살기에..
  앨버타 데이케어 비용 하루 15..
  캐나다 영주권자, 시민권 취득 .. +1
  주유소, 충격에 대비하라 - 앨..
댓글 달린 뉴스
  넨시, “연방 NDP와 결별, .. +1
  재외동포청, 재외공관서 동포 청.. +1
  CN드림 - 캐나다 한인언론사 .. +2
  (종합)모스크바 공연장서 무차별.. +1
  캐나다 동부 여행-두 번째 일지.. +1
  캐나다 영주권자, 시민권 취득 ..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