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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 무엇을 얻었나? 9.11은 무엇인가? _오충근의 기자수첩
 
2011년 9월11일, 자본주의 상징인 뉴욕 무역센터가 무너지고 초강대국 국방부가 공격받는 장면을 전 세계가 보았다. 빈 라덴이 지휘하는 테러그룹 알 카에다 작품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9.11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리스도 탄생 전후로 기원 전, 기원 후가 구별되듯 미국 역사도 9.11전과 9.11후로 나누인다고.
어떤 사람들은 건국 후 최초로 미국 본토가 공격당했다고 말한다, 미국 수도와 최대 도시가. 미국인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다고 분노한다. 그러나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9.11의 본질은 그후 세계가 혼돈, 분열, 공포, 증오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는 사실이다, 무슬림을 테러와 연관시키는 고정관념과 함께. 이것이 빈 라덴이 얻고자 하던 바였다면 그는 목적을 이뤘다.
그 결과 두 번의 커다란 전쟁을 치렀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이 또한 빈 라덴이 원하던 바였다면 그는 지하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가 죽었다고? 나는 빈 라덴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다.
또 한가지 지적을 하자면 공격의 규모와 전 세계에 생중계되다시피 한 극적인 이미지는 알 카에다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사건을 유발시켰다.

9.11의 오멘
오멘(omen)이 있었다. 오멘이 괴기영화나 심령과학영화의 단골 메뉴만이 아니다. 밀레니엄을 목전에 둔 1999년12월14일, 밴쿠버를 떠난 페리가 워싱턴 주 포트 엔젤레스에 도착했다. 맨 마지막으로 렌트 카 크라이슬러를 탄 여행객이 빠져나와 세관 검색대 앞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통상적인 질문 몇 가지를 던지던 세관원은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 여행객의 행선지는 시애틀인데 왜 시애틀로 직접 안 가고 굳이 포트 엔젤레스에서 내렸을까? 날카로운 질문에 여행객은 당황했다.
여행객은 알제리 국적의 아메드 레삼으로 밀레니엄의 테러의 본보기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려 했다. 크라이슬러 밑 부분에서 9볼트 배터리, 회로판, 53킬로그램의 폭발물 제조용 요소, 6.3킬로그램의 황산염, 니트로글리세린이 발견되었다. 그 세관원의 직업의식이 아니었다면 테러는 성공했을 것 같다.
빈 라덴은 1996년 미국에 대해 성전(holy war)를 선포했다. 1998년 2월 두번째 성전을 선포했다. “미국인을 죽이는 것, 어느 나라에서 던 가능성이 있다면 무슬림의 개별적 의무”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메드 레삼은 이 명령에 가장 먼저 귀를 기울인 사람 중에 한 명이다.
2차 성전 선포 이후 나이로비와 다르에스살람 주재 미 대사관이 공격당해 미국인 12명 포함 224명이 죽었다. 이 사건 이후 중동의 지하디스트, 급진주의자들이 알 카에다 캠프로 몰려들었다. 알 카에다는 급진 무장세력의 해방구가 되었다.

잊혀진 전쟁, 아프간 전쟁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8개월만에 9.11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2001년 9월 20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의회 합동회의에서 9월 11일의 공격 이후 처음으로 연설을 하기 위해 청중으로 가득 찬 하원을 찾았다. 임기 8개월 만에 그는 초당파적인 박수갈채를 받으며 군중 속을 다소 얼떨떨하게 걸으며 굳은 악수를 하고 어깨를 힘차게 움켜잡았다.
부시는 그의 많은 말들을 미국인들이 보여준 용기와 회복력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들이 보여준 단결력에 바쳤다. 그러나 그 후 그는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 테러는 미국이 전쟁통인 역사에서 경험했던 다른 전쟁과는 달리 전쟁행위라고 선언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은 알카에다에서 시작된다"면서도 "그러나 테러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든 테러집단이 발견되고, 중지되고, 패배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테러와 전쟁이 선언되었다. 미국과 동맹국은 아프가니스탄을 목표로 삼았다. 목표물 빈 라덴과 알 카에다가 그곳에 있었다. 탈레반은 알 카에다와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 캐나다도 미국과 함께 아프간에 파병을 했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연 4만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한국전 이후 최대 파병이다. 군인과 민간인 합해 158명이 낯 선 땅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퍼 부은 돈이 무려 22억 달러다. 캐나다 원조 사상 가장 큰 액수다. 그러나 결과를 말하자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무엇을 얻었단 말인가? 나 혼자 캐나다 정부에 세금을 내는 건 아니지만 납세자의 한명으로 의문이 든다. 내 세금이 왜 이런데 쓰일까?
원래 목표였던 탈레반 축출은 성공했을까? 탈레반은 미국과 평화협상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통치에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탈레반과 테러단체의 자금원인 양귀비(아편) 재배를 뿌리 뽑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2018년 아편 수확은 지난 10년 이래 최고였다.
유아 사망율이 줄었고 여자아이들 진학율이 늘었고 학교와 병원 등 인프라 건설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생활이 향상되었다고? 그런 일이라면 군대 파병할 필요조차 없었다.
보수당도 자유당도 NDP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의회도 침묵하고 정부도 침묵하고 있다. 캐나다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하긴 했나 라는 생각이들 정도로.
캐나다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뺐지만 미국은 아직도 아프간에서 전쟁 중이다. 그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들이 아프간 전선에 나가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다. 그러나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는데 정말 ‘잊혀진 전쟁’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다.

빈 라덴은 왜 미국을 공격했을까?
좀 도둑이 라면 몇 개 훔치다 잡혀도 담당 경찰은 “왜 훔쳤나?” 범행동기를 묻는다. 범행동기는 상당히 중요하다. 왜 그랬는지를 알아야 예방이 가능하니까. 그러나 이 엄청난 사건에는 동기가 없다. 궁극적으로 칼리프가 통치하는 신정국가 건설? 그런 목표라면 알 카에다 후에 일어난 ISIL에서도 알 수 있듯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의 거의 대부분이 알 카에다의 대의를 따르지 않고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는 ISIL과도 선을 긋고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는 사과성명도 발표하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당사자 미국조차 사건의 배경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때로는 거짓말로 서슴지 않았다. “사담 후세인이 알 카에다를 지원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백악관의 정직하지 못한 발표는 음모론의 온상이 되었다. 대형사건 뒤에는 언제나 음모론이 슬그머니 일어나 호사가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9.11과 관련된 음모론은 백악관 책임이다.
9.11 이후 중동문제 전문가, 정보나 첩보업계 수장, 외교전문가들이 사건을 분석하는 저서를 냈다. 그 저서들이 공통적으로 암시하는 내용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다. 모든 중동문제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으로 귀결된다. 이 근본적인 문제는 모른 척하고 엉뚱한 짓에 변죽만 울렸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동문제의 뿌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척 할 수밖에 없다.

테러리스트 무엇을 얻었나?
2017년 1월27일, 45대 대통령 취임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법안을 소개했다. 그 법안은 7개 무슬림 주요국가를 추려내 그 시민들은 미국 입국 금지를 명령했다.
행정부 관리들은 이 금지가 이슬람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IS와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이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이민자들, 특히 입국 금지된 7개 이슬람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테러 공격을 한 적이 없거나, 미국 태생의 시민들보다 이민자들 사이에서 폭력 범죄율이 낮다는 통계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었다.
무슬림에 대한 레이블링(labelling)은 미국 대중 사이에서 분노를 일으켰다. 시위대는 수사망에 걸린 여행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민 변호사를 대동하고 공항으로 물밀 듯 밀려들었다.
무슬림 입국금지는 이제 확대되었다. 남미와 중앙아메리카의 망명 신청자들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테러리스트와 갱단이라고 비난 받아왔다.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있고, 억류되어, 인권단체들이 "혐오스럽다" "비인간적"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는 더 많은 것을 약속하고 있다. "우린 안전해야 해. 우리나라는 안전해야 한다. 우리는 매우 강력한 여행 금지령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몇 개국을 추가하게 될 것이다."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 기회와 개방이 보장된 사회,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사는 사회에서 특정 인종에 대한 갈등과 차별, 혐오가 일어난다면 이는 곧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바 일 것이다.
9.11 이후 미국 군사비는 48% 증가했다. 미국인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월 700달러씩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진행된 테러와의 전쟁으로 무기가 넘쳐나서 경찰도 군대 수준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민주국가인지 경찰국가인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9.11이후 제정된 보안법, 국토안보부 설립, 테러를 감시하기 위해 감시 당하는 시민들, 민주주의 기본가치가 테러와의 전쟁으로 많이 퇴색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리스트들이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9.11, 그 후 20년
테러와의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쑥대밭이 되었다. 미국의 편의에 따라 세워진 두 나라 친미정권은 부패했고 무능해 혼란만을 야기한 채 민중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스스로 무너졌다. 오히려 이란이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 미국이 원치 않는 바이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위해 2조 달러에 달하는 전쟁장비를 준비했다. 무기 전문가들은 4200억 달러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란과 전쟁은 지상군을 파병해야 하는데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과 동맹국의 공공의 적 탈레반은 이번 3월1일 미국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5천명은 5월말 철군 예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 후 탈레반 지도자와 회담을 갖는다.
알 카에다는 건재하고 있다. 창설자 빈 라덴이 죽고 후계자인 아들 함자 빈 라덴도 죽었지만 조직은 건재하다. 아니, 건재할뿐 아니라 오히려 조직이 더 커지고 단단해지고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창설자와 후계자 아들의 권위에 따라 중앙집권적으로 움직이던 조직은 각 지부별로 움직인다. 평화협정에 탈레반이 관할하는 지역에서 알 카에다가 활동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기는 있다. 폼베이오 국무장관은 연설에서 “알 카에다와 관계를 단절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과 협상할 능력이 없다. 부패하고 무능하고 허약한 정권은 미국이 철수하면 어떻게 될지 뻔하다. 1975년 남부 월남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반복하고 인간은 거기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

기사 등록일: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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