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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가장 잔인한 달_ 오충근의 기자수첩
 
원유, 사상 최악의 시간 될 듯
엘리어트의 시가 아니라 20세기 에너지 총아 원유 이야기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사자성어 때문인지 코비드-19로 인해 휘청거리는데 OPEC-러시아 감산 철회라는 펀치를 얻어맞고 실신상태가 되었다.
3월 첫 주만 해도 서부텍사스 중질유(이하WTI)기준 배럴당 40달러선이었는데 둘째 주에 30달러선으로 떨어지더니 양대 원유 자이언트의 감산철회로 자유낙하를 시작해 요즘은 20달러대에서 게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원유 분석가들은 더 잔인한 자료를 내놓았다. OPEC-러시아의 진짜 유가전쟁은 4월에 시작되는데 그때는 생산쿼터제한마저 없어져 무제한으로 원유를 퍼 올려 시장은 원유 홍수를 이룰 것이다. 그때가 되면 배럴당 10달러 선이 될 것으로 점치는 분석가들도 많이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깨어진 신성동맹
중세 유럽 교황은 세속국가 왕들과 동맹을 맺었다. 교황은 왕들의 지지가 필요했고 왕들은 교황의 신적 권위가 필요해 맺어진 동맹이다. 각자 이익에 따라 결성된 동맹은 어느 한쪽의 목적이 달성되면 해산되었다. 몇 차례의 동맹이 모두 단기간에 해체되어 신성동맹이라면 이익에 따라 모여 깨어지기 쉬운 동맹의 대명사가 되었다.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맹주로 있는 OPEC와 러시아로 대표되는 비OPEC 산유국의 감산합의가 있었다. “우리는 10년간 감산합의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이익이 걸려 악수한 동맹은 쉽게 깨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중반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원유는 그 해 가을부터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원유업계에서는 원유가 폭락의 이유로 세가지 요인을 꼽는데 첫번째가 미국의 셰일 혁명이다. 셰일 혁명으로 산유량이 급증해 세계원유시장을 지배하는 OPEC를 위협했다. 미국과 OPEC는 산유량 경쟁을 벌였는데 결과는 셰일오일이 승리했다. 2015년 2월 원유가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지자 사우디 아라비아는 회원국들과 감산을 합의했다.
감산이 효과를 거두려면 비OPEC 회원국인 러시아 멕시코의 합류가 필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설득이 주효해 비OPEC산유국도 감산에 동참했다. 원유업계에서는 이를 신성동맹’에 비유했다. 마지막 신성동맹은 프랑스 혁명의 여파를 막으려고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로 1세가 제안했는데 셰일 혁명을 막으려고 원유 신성동맹에 러시아가 참가했으니 아이러니다.
신성동맹은 4년만에 무너졌다. 가장 큰 이유는 동맹끼리 감산을 하기로 약속을 해놓고 이를 어겨도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동맹은 언제나 깨질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가 감산을 했지만 결과에 만족할 수 없었다. 감산 효과가 미미해 원유회사들의 원망을 샀다. 원유회사들은 유가가 떨어지면 생산량을 늘려 매출을 늘리려는 경향이 있는데 러시아 원유회사들은 두가지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
OPEC와 러시아가 원유 가격의 균형을 맞추려고 자국 원유회사들의 불만을 무마하며 감산을 계속했으나 결과적으로 미국 셰일원유회사 좋은 일만 시킨 꼴이 되었다. 감산이 계속될 동안 미국 원유 생산량은 계속 늘어나 하루 1,3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었다.
코비드-19 때문에 원유 시장이 얼어붙자 사우디 아라비아는 추가 감산을 제안했으나 러시아가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4월부터는 무제한 산유량을 늘리기로 했다. 23개 산유국이 무제한으로 원유를 생산한다. 원유시장이 2014년 말로 돌아가는 것이다.
산유량을 무제한으로 늘리면 러시아는 하루 30-50만 배럴 증산이 가능하다.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여유생산능력이 200-300만 배럴 정도다. 보여지는 수치만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리하다.

재고가 넘쳐 날 원유시장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를 비롯해 23개 산유국에서 무제한으로 원유를 생산하면 하루 400만 배럴이 시장에 더 풀린다. 그런데 코비드-19 창궐로 전 세계 생산활동이 지장을 받고 있다.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언제나 물러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산활동 저하로 원유 소비량이 전세계적으로 줄고 있다.
분석가들 예측으로는 이번 4월 원유 소비량이 작년 4월에 비해 하루 1천40만 배럴 줄어들고 2020년 일년 전체적으로 볼 때 하루 소비량이 3백39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았다. 수요악화와 생산과잉으로 넘쳐나는 재고가 연말에는 21억 배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 원유저장고에 원유가 가득 차 선박에도 원유를 저장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월이 최악의 달이 되겠지만 5월, 6월의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감소 폭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5월에는 하루 8백8십만 배럴, 6월에는 하루 7백4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감소폭은 전염병이 물러간다고 해서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일부 기업은 초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고 영원히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산업에도 대대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저유가일 때 더 많은 원유를 구입하려고 초대형 유조선 84척을 사우디 아라비아에 보내 원유를 구매했다는 뉴스도 있는데 이런 반짝 구매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가지 희망적인 전망은 코비드-19 기세가 수그러들어 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 경제회복이 저유가의 혜택으로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무제한 증산과 셰일원유
유가가 폭락하자 셰일원유회사의 수익감소와 파산 위험에 대한 경계로 셰일원유회사 주가가 동시 폭락했다. 아파치 주가는 54% 떨어졌다. 셰일원유 생산량이 하루 1,300만 배럴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지만 원가는 중동원유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셰일원유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가 되어야 제조원가를 감당한다고 알려졌다.
2017년 유가 가 비교적 안정적이었을 때 셰일원유회사들이 생산을 자제해 원유수급을 조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생산원가 때문이었다. 셰일원유회사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어 이번 유가폭락으로 상당수의 회사들이 도산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회사채의 11%가 셰일업계에 몰려 있다는 분석은 그만큼 그 업계의 수익구조가 불안하다는 반증이다. 스코트 셰필드 파이오니어 내츄럴 리소스 사장은 “향후 2년내 50% 업체가 도산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유가가 폭락하자 셰일원유회사들은 생산활동을 줄이고 비용절감에 나섰다. 현재의 유가로서는 생산할수록 손해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퍼메이저 쉐브론(Chevron)은 유가가 손익분기점을 밑돌다 40억 달러의 자본지출을 삭감했다. 엑슨도 코비드-19의 영향과 유가 하락으로 자본지출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다이아몬드 백은 4월 유정 2개를 중단하고 상반기에 한 개 더 닫기로 결정했다. 다른 회사들도 형편은 비슷해 신규투자는 물론이고 기존의 생산활동을 줄이고 있다.
이번 유가 폭락은 2014년의 생산과잉에 의한 폭락에 코비드-19로 생산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 더해져 셰일업게 불안감이 더욱 크다. 셰일혁명 이후 원유업계 종사자가 크게 늘어나 상장업체 종사자만 70만명이 넘고 비상장업체는 수백만명이 종사할 것으로 추정되어 미국 경제에 주는 충격이 2000년 초 닷컴 거품이나 2008년 금융위가보다 클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번 유가 폭락이 OPEC의 감산 제의를 러시아가 거부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으로 러시아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관측통은 국제원유시장의 두 거인이 무제한 증산을 선언한 이면에는 허리띠 졸라매고 유가를 방어하기 위해 감산했으나 그 열매를 가져간 셰일업계를 겨누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OPEC와 러시아의 무제한 증산으로 4월에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으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내에서도 시추활동을 줄여 원유공급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경기부양을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로 유동성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에너지 관련 주식은 6%이상 내려가 암울한 분위기를 더했다.
코비드-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전에 겪지 못했던 일을 겪고 있는데 유가 시장은 4월에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가?
시인은 가사 상태에 빠져 현실을 잊고 무감각하게 살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생명의 소생을 깨닫게 해주는 4월이 가장 잔인하다고 설파 했지만 전 세계가 전대미문의 전염병 대 유행에 문을 닫고 자가 격리중인 지금, 4월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 올까?

기사 등록일: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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