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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 읽기 - 4월 28일자
 
 
캘거리 인구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오일붐이 한창일 때 겪었던 현상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캘거리는 2006년에 주택가격이 정점을 찍었다. 필자 주변의 많은 한인들이 주택을 사거나 짓거나 하는 일로 바쁘게 발품을 팔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그후 2년 뒤 금융위기가 닥쳐 경기가 급락했던 경험을 했었다. 그리고는 오랜 기간 동안 캘거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사람들이 타주로 이주했고, 그중 한 사람이 필자였던 셈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좀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고 싶었다.
이제 캘거리가 부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기사를 쓰면서 옛날 캘거리에서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요즘 하루에 62명씩 캘거리로 유입된다고 한다. 대부분은 이민자들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피난온 사람들이 많다. 4년뒤에는 145만명을 넘는다는 예측도 나왔다.
지금 캘거리 임대료는 전국에서 가장 높다. 실업률도 전국에서 최고다. 인구 팽창에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캘거리 시장은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좋은 현상’이라며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하지만 신규 이민자들은 취업도 힘들고 집도 구하기 힘들어 고충이 많다. 시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가시적인 효과가 언제 나타날 지 또 그런 조치가 점증하는 인구 팽창 속도를 잡을 수는 있을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아무래도 한주간의 메인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아닌가 싶다. 신냉전시대의 대립구도 속에 한국의 외교적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 분기점에 서게 될 미국 방문이어서 국내외 시선들이 한곳에 쏠리는 모습이다.
이번에 양국 정상은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서와는 별도로 이례적으로 확장억제 방안을 따로 문건으로 만들어 발표해 전세계 주목을 끌었다.
확장억제는 쉽게 말해 한국 즉, 미국의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무기, 미사일, 재래식 무기를 총 동원해 응징한다는 개념이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을 의식하며 한국민들에게 미국의 개입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기브앤테이크 개념일 수도 있다.
아뭏든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윤 대통령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우습다. 어느 매체는 “공포의 한주 시작”이란다. 윤 대통령의 입에 또는 행동에 어떤 돌출사고가 생기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다는, 그래서 제발 폭탄을 안고오지 말라고 부탁하는 언론 보도도 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12년만에 이뤄진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방미인데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한국의 언론보도가 의아스럽다. 그런데 이유를 들여다보면 놀랍지도 않다.
해외 방문마다 논란을 일으켜온 윤 대통령인데 방미에 앞서 벌써 문제를 일으켰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돌출발언’을 해서 외교적인 마찰을 불러 일으킨데 이어 출국 직전에는 소위 ‘무릎발언’까지 나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먼저 문제가 됐던 윤 대통령의 외신 발언부터 정리한다.
지난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 발언이 전해지자 러시아가 거세게 항의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상황에 대해서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대만을 두둔하자 이번에는 중국이 격앙했다.
방미를 앞두고 미국을 향해 사랑의 하트라도 날리는 것일까. 굳이 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소신발언을 해서 상대를 자극할까. 중국과 러시아와 척을 지고 그 댓가로 미국에게서 얻는 성과가 얼마나 대단할까.
군대에서 훈련을 할 때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기 위해 ‘암구호’를 사용하지만 ‘피아 식별띠’도 많이 사용한다. 피아(彼我:Identification Friend or Foe) 식별띠는 방탄모나 팔에 두르는데 보통 노란색과 흰색을 이용해 노란색은 아군, 흰색은 적군으로 구분하곤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피아를 구분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누가 내편이고 누가 날 헤치려는 사람인지 판단해 대처하는 처세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피아구분을 해서는 안되는 일들도 많다. 인종문제라든가 코로나 또는 재난사고 등이 그렇다. 특히 국가 간의 피아는 군사적인 대치상황이 아니라면, 적어도 경제 외교관계에 있어서는 ‘적’을 만들면 나만 손해다.
윤 대통령은 피아식별을 좋아한다. 어떤 어젠다를 밀어붙일 때 한쪽만 본다. 다른 쪽은 자연스레 적이 된다. 지금까지 그 적이 되는 쪽이 불행하게도 노동자이거나 강제동원 피해자이거나 아니면 ‘국민’이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드라이브에 정부는 쫒아가기 바쁘다.
이번에도 국빈방문으로 미국의 환대를 받게 되니 미국은 우리 편, 미국의 적인 중국과 러시아는 남의 편이라고 스탠스를 공고화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한미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미국이 그리는 세계전략의 그림에 대한민국이 수단이나 도구로 전락되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종종 줄타기를 해야할 때가 있었다. 미국의 일방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중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냈고 러시아와도 1990년 수교이후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모두 지난 정권들이 공들여 만들어낸 성과이고 역사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현 정부는 1년이란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들어놨다.
게다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한 외신 인터뷰에서는 “1백년전 일로 일본의 무릎을 꿇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폭탄발언까지 했다.
이제는 피아구분이, 일본이 아군이고 국민은 적군이 된 셈이다. 한일 굴욕외교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민들을 분노케했는데 또다시 한일관계와 국민들의 분노를 맞바꾼 충격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을 말이다.
이렇게 폭탄을 던져놓고 미국에 왔다. 한국은 연이어 터져나오는 대통령의 ‘덜컥수’로 온통 나라가 뒤숭숭하다. 대통령이 뜬금없는 폭탄발언으로 ‘무리수’를 두면 정부는 이를 수습하느라 이런저런 해석을 갖다붙이는 ‘꼼수’를 부리고 보수언론은 절묘한 프레임으로 ‘속임수’를 두며 여론을 호도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의 돈봉투 의혹도 한국 정치권의 핫뉴스다. 검찰이 2년전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과정에서 최소 수천만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섰고 이 의혹의 키를 쥐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파리에서 급거 귀국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압박에 일단 탈당하고 검찰조사를 받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 의혹의 관련자가 몇명인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의원들에게 자진 탈당 압력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어 계파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사태의 내막은 이렇다. 당시 송영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선 캠프 총괄이었던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 등 몇 명이 자금을 마련해 몇몇 의원과 위원장들에게 돈을 돌렸다. 송 대표가 직접 연루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의 역사는 68년전에 시작됐다.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며 그 숱한 세월을 민주화에 몸을 받친 정당이다. 그런데 부패의 상징인 돈봉투사건이 터졌다. 민주당이 무너지고 있다는 한탄이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다. 멀쩡한 몸통(민주당)을 건지려고 썩은 살(돈봉투 관련자)을 빨리 도려내려는 분위기인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상처가 쉬이 아물 것 같지는 않다.

여담이지만, 며칠전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골프장에 갔었다. 친구들과 라운딩을 하던 중 작은 실개천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송어를 보았다. 폭이 4미터 정도 되는 얕은 시냇물이었다. 길이가 팔뚝 이상인 붉은 빛의 송어 대여섯마리가 서로 내기라도 하듯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진귀한 풍경이었다. 생각해보니 벌써 송어의 산란기가 된 모양이다.
필자는 가을이면 친구들과 한번씩 꼭 가보는 곳이 있다. 토론토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보만빌이란 곳이다. 그곳에는 얕은 강이 하나 있는데 10월이 되면 수많은 연어들이 일제히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 가서 알을 낳으려고 힘찬 몸짓을 하는 연어들의 회귀본능은 보면 볼수록 신비스럽기만 하다.
그곳에 가면 필자는 긴 강기슭의 한 부분에서 늘 발걸음이 멈춰진다. 강둑에 있는 작은 터널이다.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서는 그 터널을 통과해야만 한다. 먼 곳에서부터 올라와 지칠대로 지친 연어들에게는 큰 시련인 셈이다. 높이만도 1미터를 훌쩍 넘으니 물을 차고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연어들은 뛰어 오른다. 한번 실패하면 두번 세번 시도하곤 하는데 끝내 그 장벽을 오르지 못한 연어들은 근처에서 알을 낳고 죽어버린다.
물속에서 몸을 비틀어 거센 폭포도 뚫고 오르는 그 힘이 어디서 올까. 연어들은 고향으로 돌아올 때 먹이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수천마일이 떨어진 곳에서 지내다 산란기가 되면 다시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면 마음 한쪽이 시큰거린다. 하찮은 미물에게서 종종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끼게 된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어디 연어 뿐일까.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으로 많은 시선들이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공식 일정들에 쏠려 있는데 눈길을 끄는 작은 이벤트가 있었다.
백악관 환영식에서 뉴저지 한국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아리랑을 합창했다. 유명가수도 아닌 일반인이 이런 무대에 오른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한다. 우리말이나 제대로 할까 싶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부르는 아리랑. 그 노래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부르는 것일까.
엊그제는 내전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수단 교민들이 한국 육해공의 성공적인 합동작전으로 무사히 고국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한국 정부는 여러 주변국의 협조를 구했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로 직접 군을 보내 이들을 구출했다. 교민 한사람은 문앞에서 폭탄이 터지는 현장에서 탈출할 때 태극기가 선명한 군 수송기를 보고 이제 살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는 모국을 떠나 살고 있는, 한국에서는 ‘재외국민’으로 분류되는 한국인이다. 시민권을 갖고 있어도 또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이민 3세여도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어린 아이들이 아리랑을 부르는 순간이나 전쟁통에 고립되었던 수단 교민들이 대한민국의 땅을 밟게 된 순간이나, 그들 모두의 가슴에는 벅찬 감동이 있었을 것이다.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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