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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 읽기 – 3월 31일자
 
 
캐나다는 여름과 겨울밖에 없어서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채 영글기도 전에 겨울이 냅떠서 오지만 그래도 필자가 살고 있는 토론토는 캘거리와는 달리 봄과 가을이 잠시 머물러 꽃이 피고 지는 순간들을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제 그 봄기운이 땅에서, 나무에서, 호수에서 느껴지는 계절이 왔다.

이렇게 봄은 오고 있지만 한국의 정치판은 여의도에 핀 벚꽃이 아까울 정도로 한겨울이다.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등을 묶어 이 대표를 기소했고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다.
31일에는 이 대표에게 등을 돌리고 그를 저격하고 있는 측근이었던 유동규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이 이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법정 대면을 할 예정이어서 언론사 정치면은 아마 이 소식들로 채워질 것 같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폭탄 같은 이재명을 끌어안고 가느냐를 놓고 갑론을박하던 민주당은 이 대표 끌어안기로 한 배를 탄 듯 보인다. 그래서 그를 지키느라 윤 정권에 맹폭을 날리고 있다.
반면에 정부 여당은 비난여론이 빗발친 대통령의 한일 외교에 대한 성과를 부각하려고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난데없이 일본 교과서 파동이 또 일어나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일본 아이들이 공부할 교과서를 심사한 문부과학성은 일본 강점기 당시의 강제징용이 강제가 아닌 자발적 선택이라고 하고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적은 채 심의를 완료했다.
강제징용 피해도 우리가 배상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일본의 ‘성의’를 기다린다더니 결국 이런 것이 돌아왔다.
여론도 더욱 안좋아졌지만 언론을 보면 한쪽은 윤 대통령을 저격하고 한쪽은 정부의 ‘깊은 유감과 항의’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가차저널리즘(gotcha journalism), 자신의 의도대로 여론을 유도하려는 언론의 행태는 늘 폭주하는 기관차 같다. 좌우앞뒤를 보지 않는다.

지난주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은 캐나다와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서로 ‘진영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방문해 양국간 경제동맹 강화에 합의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러시아를 규탄하면서 중국을 국제질서에 큰 도전이라고 정의하고 효과적으로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서방 대 반 서방의 냉전 양상은 점점 더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서로에 대한 견제가 이어지면서도 각국은 자국의 이익(무기 판매와 경제협력 등)을 위해 이런 냉전체제를 이용하려 할 것이다. 요즘 북미에서 거세지고 있는 틱톡 퇴출도 그 연장선에서 바라보면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친한 친구 둘이 있는데 하나가 다른 친구를 미워한다면 나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좀더 가까운 친구를 선택하고 다른 친구를 버릴까? 좀더 가까운 친구가 다른 친구를 버리라고 한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한국)에게 미국이 좀더 가까운 친구임에는 틀림없다. 미일중러 4개국의 코 앞에서 파워 밸런스를 갖고 있을 정도로 우리의 위상은 올라있지만 친한 친구 손을 들어주고 다른 친구를 배척하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 많은 처지이기도 하다. 친한 친구(미국)과 친하게 지내되 그 친구가 싫어하는 다른 친구(중국)와의 소통은 절대 놓아서는 안된다고 충고하는 외교전문가들이 많다. 정치적인 이권을 떠나 우리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실질적 이익이 되는 정치 외교적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시끌벅적한 권도형의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사태의 핵심인물인 권도형이 해외도피 끝에 검거됐다.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공동창업자인 그는 지난해 5월 폭락 사태 직전에 잠적했는데 인터폴이 적색수배에 올렸던 인물이다.
그가 붙잡힌 곳은 발칸반도에 있는 몬테네그로이다. 캘거리처럼 해발 1천미터에 달하는 고원지대이고 스위스에 버금가는 산악국가이기도 하다. 산세가 험준해 경치가 좋은 곳이 많아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도망치면서도 화려한 생활을 했던 듯 싶다.
흥미로운 것은 수배중에도 공개적으로 행보하면서 자신은 도주해 숨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2개의 위조여권을 갖고 있다가 검거됐으니 누가 그의 말을 믿겠는가. 벨기에 여권이었고 여권에 적힌 이름은 당연히 가명이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권도형은 테라와 루나 알고리즘 자체에 내재된 취약점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부하직원들이 지적할 때도 묵살했다고 한다. 문제점을 얘기하면 이어폰을 끼고 못들은 채 하거나 한국말을 못알아듣는 척도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4월에 태어난 딸의 이름을 루나, 권 루나라고 이름을 지었다. “사랑하는 딸의 이름을 제 위대한 발명품을 따서 지었다”고 자랑하면서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스테이블 권이라고 짓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스테이블’은 법정통화와 연동돼 가치 변동이 적은 통화, 즉 테라를 의미한다. 권씨의 알고리즘은 테라의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자매 코인(루나)을 발행하고 이 코인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테라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두바이로 가려다 검거된 상태여서 당분간 그쪽에서 신병을 확보해 위조 여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과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이 모두 그의 송환을 원하지만 국제법상 그를 체포한 몬테네그로가 송환국을 결정하게 된다.
그는 한국으로의 송환을 원할 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혐의 하나 하나 따로 처리하고 그것을 모두 합쳐서 처벌하는 병합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70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포드는 이런 식으로 해서 150년을 선고받았었다. 한국은 아직 이런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아닌지 판단할만한 기준도 없고 처벌할 법도 아직 없다.
한국에서의 분위기는 직접 우리 손으로 법적 책임을 묻고 싶어하면서도 수많은 피해자를 울린 악행을 생각하면 우리의 ‘솜방망이’ 처벌 보다는 미국으로 보내 중형을 선고받게 하는 것이 낫겠다는 정서도 많아 보인다.

이런 암호화폐들의 높은 수익률에 현혹되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캐나다에 사는 교민들도 상당수가 있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사는 토론토에는 한때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어 너도나도 돈을 투자했다. 연 84%의 고수익 유혹에 귀가 열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수만달러를 투자했다가 해지를 못하고 고스란히 잃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해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하는 등 말썽이 일자 결국 한국에서 이들 업체를 수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연 20%이상의 수익을 약속하는 상품은 금융다단계 사기로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실제로 암호화폐 투자로 한달에 몇 만불씩 챙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문제는 투자를 하고 돈을 뺄 시기를 놓치는 데 있었다. 투자금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 할수록 입금이 되는 돈은 배로 뛰게 되니 쉽게 해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들의 성공스토리(?)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들의 말을 듣고 뒤늦게 따라들어간 사람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물론 초기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미 원금 이상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돈도 없고 별 욕심도 없어서 그런 고수익 투자 상품에 관심이 없는데 주변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말 어렵게 벌어서 너무 쉽게 날리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투자자의 절실함을 이용한 사기행위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서성인다. 쉽게 벌 수 있는 돈은 이 세상에 절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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