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자국의 총선 과정에 인도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혀 캐나다와 인도 간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인도계 인사의 사망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는 캐나다 정부의 주장에서 비롯한 양국 간의 갈등이 이제는 인도가 캐나다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캐나다의 ‘외국 총선 개입 위원회’(Foreign Interference Commission)는 자국 총선에 인도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이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2019년과 2021년 총선에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 의혹을 조사 중이었는데 여기에 인도를 조사 대상에 추가한 것이다.
캐나다 자유당은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집권당이 됐는데 선거 후 중국의 선거 개입 정황이 불거지며 정치적 논란이 확산했다.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의 1급 비밀 문서가 언론 보도를 통해 보도되면서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문서에는 ‘중국 정부가 반중 성향의 캐나다 야당 의원들을 표적으로 치밀한 선거 방해 공작을 벌였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이어지자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외국의 총선 개입 의혹 조사를 지시했고 지난해 9월 조사위원회가 발족돼 활동을 시작했다.
문제는 해당 조사위원회가 중국은 물론 인도의 선거 개입 의혹까지 조사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앞서 캐나다와 인도는 캐나다에서 발생한 시크교 분리주의 단체 지도자 피살 사건 문제로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었다.
2023년 6월 인도 시크교 분리주의 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가 캐나다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트뤼도 총리가 암살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고 발표한 것이 양국 갈등에 불을 지폈다. 이 일로 양국은 외교관 맞추방, 비자 발급 제한 등 보복 조치를 이어가며 극심한 외교 갈등을 빚었다.
캐나다와 인도는 극심한 외교 갈등 이후 서로 비자 발급을 다시 개시하는 등 화해 무드로 가는 듯 보였으나 이번에 선거 의혹 문제가 불거져 또다시 양국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캐나다 정부의 행보에 국제사회는 냉담하다.
캐나다 맹방인 미국, 영국 등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인도 비판에 말을 아끼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게 인도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에 대해 “트뤼도 총리의 발표는 폭발력을 지닌 것임에도 동맹국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면서 “적어도 대중의 눈에는 캐나다가 인도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인도 정부는 캐나다 측의 암살 배후설이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같은 캐나다의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없다고 못박았다.
외국 총선 개입 위원회는 29일부터 청문회를 시작해 두 차례 선거에서 외국 개입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검토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권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5월 3일까지 중간보고서를, 12월 31일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안영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