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8일 그간 연방하원을 통과하지 않은 모든 예산관련 법안을 한 법안으로 모아 짐 플래허티(Flaherty) 재무장관 발의로 의안 C-45를 연방하원에 상정했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이라는 법안 제목이 있으나 실제 내용은 올해 초 발표한 정부 예산안 중 야당과 시민단체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법안을 모두 한 법안으로 담아 올린 것이다.
법안에는 일부에서 환영 받는 내용도 있다. 중소기업 고용창출을 위해 임시 도입된 고용환급(HCSB)제도를 한해 더 연장하는 내용은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이 환영을 표시한 바 있다. HCSB는 전년도 대비 고용주의 고용보험(EI) 납부액이 증액됐을 때 이를 최대 1000달러까지 환급해주는 제도다.
이외에도 법안에는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여러 내용이 담겨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주간(州間)거래촉진 ▲금융기관 감독법 개선 ▲캐나다-미국 국경 왕래 촉진 ▲곡물 재배 농가에 대한 규제해소와 요금 경감 ▲항공 상업분야 지원안이 담겨있다.
법안 중 논란이 되는 내용은 주로 공동출자공인연금제도(PRPP)나 캐나다국민연금(CPP) 관리조항 변경 같은 집권 보수당(Conservative)의 색깔이 진하게 들어간 부분이다. 특히 투자수수료가 낮게 책정된 공동투자 형태의 연금 적립 상품을 금융권에서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 그간 사설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의 연금적립을 돕겠다는 PRPP는 논란의 대상이다.
캐나다 국내 진보진영에서는 민간회사가 운영주체이며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일정액 지급보장이 없는 PRPP보다 정부가 관리 책임을 지고 일정액 지급보장이 있는 CPP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특정 분야에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청정에너지 발전기기에 대한 투자자 감세확대 ▲광산과 석유, 가스 분야에 대한 단계적 감세도 C-45에 포함됐다. 청정에너지 발전기기는 주로 유전이나 가스전에서 전력마련에 사용된다. 또한 광산과 석유, 가스분야 감세는 보수당의 텃밭인 앨버타주에 상당한 수혜가 돌아가게 된다.
플래허티 장관은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난기류와 선진경제의 경쟁 속에서 정부는 강한 경제기반을 위해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며 “경제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요구되는 변화를 미루게 되면 캐나다는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법안의 빠른 의회 통과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제1 야당 신민당(NDP) 네이슨 컬른(Cullen)원내대표는 C-45에 대해 “의회가 법안 검토라는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끔 하나의 법안에 여러 다른 분야의 법안을 모아 넣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이콜 터멀(Turmel) NDP원내총무는 “또 다시 400페이지가 넘는 괴물법안(monster bill)을 상정해 캐나다인의 눈을 가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는 관련 법안을 종합법안(omnibus bill)이라고 부른다.
신민당은 또한 법안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컬른 원내총무는 “항해수역보호법에서 파이프라인 개발 부분을 삭제해 환경보호 기준을 흔드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또한 환경보호 대상 여부를 공청회 없이 장관 직권으로 결정하도록, 권한을 확대한 부분도 문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