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건강하고 자유로운 영혼들의 섬_Salt Spring Island_3
이른 시각인데도, 이미 장터는 활기를 띠기 시작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들은 전혀 없고, 각종 도자기, 양념들, 옷과 유기농으로 재배한 각종 채소및 과일등, 기타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수 많은 다양한 예술품들이 진열대에 놓여 있고, 물건을 파는 예술가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피던 나는 놀랜다. 보통의 물건파는 상인에게서 보이는 탐욕, 속임수, 눈치, 강매, 사탕발림 따위 대신 그들의 눈빛은 맑고, 늘 웃는 얼굴이다. 물건을 팔지 못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정신적 여유로움에 나까지도 기분이 좋아지고 여유로워진다. 한 남자가, 마 자켓과 바지를 입고, 내 앞쪽으로 걸어온다. 사람을 볼 때 옷차림 보다는 표정을 읽는 나는 즉시 그의 표정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40대가 넘었을 이 남자의 표정엔, 생의 고통도, 욕심도 없고, 생의 진리를 깨달은 듯한 편안함만이 깃들여 있다. 그러나, 독특한 것은 그의 양 손이다. 쉴 새 없이 자유 자재로 뜨개질을 하는 양 손. 그의 주머니 속에 실타래가 불룩 튀어나와 있고, 그는 머리 한번 굽히지 않고 허공을 보며 끊임없이 실을 엮는다. 도사다. 뜨개질 도사. 아마 수 많은 뜨개질을 통해 그는 인내를 배우고, 결국, 그것이 수양의 결과를 가져와 그렇게 편안한 얼굴을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예술가들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정성이 깃든 예쁜 작품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질을 숭상하지 않으므로 물건보다는 그들의 표정을 읽으며, 이곳에서 예술가로서의 삶을 짐작해본다. 그리고는 장터를 빠져나와 맥스웰 산을 오른다. 비포장 도로라서 먼지를 심하게 날리며 산을 오르지만, 아래로 펼쳐진 작은 섬들, 그리고, 반대편엔 녹갈색 톤으로 펼쳐진 농장들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산을 내려와 해변 도로를 달리기로 한다. 푸르고 커다란 나무들이 긴 그늘 터널을 만들어 주어,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온 시원한 공기가 내 팔의 모든 털을 쫑긋 서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 상쾌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달리다보니 주립 공원이 나온다. 주차장 아래로 내려서자 짠내가 물씬 풍기는 것이 고향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카이약하는 사람들이 몇 몇 있을 뿐, 관광철이지만 복잡함이 전혀 없다. 해변으로 가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나무 이름은 잘 모르겠으나 나무통이 자주빛이 나는 게 신기해서 나는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바위 틈에 핀 앙증맞은 꽃들도 카메라에 담는다. 가을철도 아닌데, 가을 산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노오란 나뭇잎이 카페트로 깔려 있는 탓이다. 햇빛은 따뜻하고, 바다 바람은 상큼함과 동시에 짠내를 실고와 나뭇잎 위를 걷는 나는 잠시 시인이 되어 본다. 저녁 무렵 텐트장으로 돌아온다. 비가 또 내리기 시작한다. 가랑비도 이슬비도 아닌 장대비다. 이런 비가 밉지 않은 이유는 내가 화끈하게 내리는 장대비를 좋아하는 탓이다. 어느 순간 뒤 끝없이 깨끗하게 멈추고 찬란한 태양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그런 비가 좋다. 오늘도 우리는 일찍 텐트 안으로 들어가 비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시적 영감을 공책에 적기도 한다. 그 다음날, 아름다운 새 소리에 잠이 깨고, 일어나자 마자 텐트를 걷는다. 예상대로 찬란한 태양이 벌써 커다란 나무 사이로 손을 뻗치고, 모라와 조이도 어느 새 정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녀들처럼 부지런한 고양이들도 정원에서 풀 벌레를 찾느라 눈을 휘둥글거리고 있다. 짐을 다 정리해서 차에 넣고, 그녀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송글송글 맺혀 있는 그녀들 이마의 땀방울이 아침 햇살에 빛이나고, 그녀들의 눈빛 또한 그지없이 맑게 빛난다. 다정한 그녀들이 웃으며 대문까지 우리를 배웅한다. 페리를 타기 위해 부두로 간다. 페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작은 가게 안을 둘러보기로 한다.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내가 맡겨 놓은 까봉이(나의 검은 고양이)를 잘 돌보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며 작은 선물을 고를까 한다. 안에 들어가자 천정부터 바닥까지 꼼꼼히 새겨진 예술 감각에 왠지 즐거워 지고 잘 물어뜯는 우리 까봉이를 돌보고 있는 그녀들을 위한 좋은 선물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인 여자에게 남편이 무언가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서 우리는 얘기를 하게 된다. 그녀는 얘기하는 동안 줄곧 그녀의 커다랗고 맑은 눈을 우리 둘에게 번갈아 맞춘다.가게에 다른 손님들이 들어와서 물건을 둘러보아도 그녀는 그들에게 의심 또는 경계의 눈빛 한번 보내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양심을 믿고 있는 것이다. 길가의 무인 판매대의 주민들처럼. 일반 장사하는 사람들과 다른, 영혼이 있는 그녀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가게를 나온다. 그래도 그녀는 친절하게 우리를 보낸다. 저쪽에 빅토리아로 가는 페리가 들어오고, 우리는 주차해 놓은 우리 차로 돌아간다. 건강하고 자유로운 영혼들의 섬 Salt Spring을 떠나는 것이다. (끝) (편집자 주) Salt Spring Island는 Vancouver Island내 나나이모에서 페리를 타고 약 30분정도 가면 나오는 섬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4-02-19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웨스트젯 캘거리 직항 대한항공서..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성매매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 7%..
  주정부,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4
  해외근로자, 내년부터 고용주 바..
  CN Analysis - 2024 예..
댓글 달린 뉴스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4
  오일러스 플레이오프 진출에 비즈.. +1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돈에 관한 원칙들: 보험 _ 박.. +1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