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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과 삼계탕
Valentine’s Day가 다가오고 있었던 어느 날. 아들들과 저녁을 먹으면서Valentine’s Day에 무엇을 선물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Valentine’s Day에는 왜 남자가 선물을하고 여자들은 받기만 해?” 우리집에서 나 다음으로 짜기로 소문난 둘째가 불평을 털어 놓았다. “장미 한 dozen에 80불까지한다며?” “아까 집에 오면서 라디오를 들으니까, 장미 한dozen을 상자에 넣어서 배달해 주는데 49불 99전이래요.” “그만하면 싼거냐?” “아빠처럼 편의점에서 꽃을 사는 사람에게는 비싸지요. ㅋㅋㅋ” “야! 임마 까불지 마!” “난 꽃에 거금을 쓰는게 제일 아깝드라.” 아내가 거들었다. “아빠는 뭘 선물할 건데요?” “그래도 우리집에서 제일 좋은 선물을 받는 사람은 엄마일 걸.” “콤퓨터로 만든 카드요?” “얘, 그게 어때서~ 난 좋기만하더라.” “거봐~ 엄마만 좋아하면 되지!” 나는 아이들에게 돈 안 쓰고 선물하는 사람으로 정평(?)이나 있어서 올해는 “아빠가 뭘 선물할까?” 하는게 하나의 큰 관심사였다. 아들녀석들은 모두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올해는 뭘 선물한다?” 별로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이네…” “아~! 그게 좋겠군!” 번쩍하며 idea가 떠올랐다. 아주 오래 전에 아들 중의 하나가 여자 친구에게서 종이학이 가득 든 병을 생일선물로 받았다. 병속에는 조그마한 종이학이 300마리가 들어 있다고 했다. 바둑알만한 종이학이 300마리! 종이학을 접는 정성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300마리의 학을 접었을까? 그런데 날 더 감동시킨 것은 종이학을 접으면서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학을 하나하나 접는다는 것이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내는 요즘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 여러가지 있었다. 올봄에 졸업하는 막내의 직장문제. 요즘 직장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막내의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제일하기 힘들다는 물리학을 공부했는데 직장이 없으니… 장교로 군에 입대할 생각도 하는 것 같은데, 아내는 극구 말리는 눈치였다. 나이 많으신 장모님에 대한 걱정. 결혼 적령기에 찬 아들들의 결혼 문제. 요즘 부쩍 주위에 몸이 편찮으신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마음 아파했다. “그래, 나도 종이학을 접자!” 아내의 바라는 여러가지 소원을 내가 아니까, 종이학을 한마리 한마리 접으면서 아내가 바라는 소원들이 이루어지길 기도하기로 했다. 사실 아내의 소원이 나의 소원이기도 했다. 일단 결정하고 나니까,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었다. 종이학을 접어서 병속에 넣는 것은 아무래도 남자에게는 쫌(?)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종이학으로 design를 하기로 했다. 계획은 거창하게 세워 놓았는데, 학을 접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한 마리 접는데 5~10분이 걸렸다. 더 큰 고민은 아내 몰래 접어야 하는데 어떻게 아내의 눈에 띄지 않게 36마리의 학을 접어서 그것들을 내가 design한대로 붙이느냐는 것이었다. Valentine’s Day 하루 전날, 둘째 처형이 미국에서 방문을 왔다. 처가집의 여자들만 모여서 단합대회를 하기로 했단다. 아내가 나에게 휴가를 신청했다. 요때다! 아내를 시내에 내보내고 하루종일 세탁소를 보면서 틈틈이 종이학을 접었다. 한 마리 한 마리 접을 때마다 아내의 원하는 소원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접었다. 종이학을 접는다는게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세~상에 사내녀석이 할게 없어서 종이학을 접고 있어? 야! 임마 떼버려라! 떼버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내를 위해서 쑤셔오는 허리를 두드리며 학을 접었다. Valentine’s Day! 아내는 오늘 뭘 준비했을까? 작년엔 예쁜 드레스에 꽃단장하고 Candle light dinner를 준비했었는데… 집에 들어서니 어쩐지 썰렁했다. 식탁위에 김치 그릇 달랑 한개가 전부였다. ‘이게 웬일이야? 이럴 사람이 아닌데…’ 복장도 작년처럼 야~시시하지 않았다. Oven위를 보니 뭔가 끓고 있었다. ‘요 사람이 날 놀래킬려고 하나?’ “오늘 저녁은 뭐야?” “삼계탕!” “삼~계탕~?” 그러고 보니 집에 들어설 때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그게 인삼 냄새였구나! 아니, Valentine’s Day 분위기에 맞게 칼질하는 음식을 차리지 웬~ 삼계탕? 카나다에서 보내는Valentine’s Day 와는 영~ 거리가 먼 음식이였다. 촛불밑에서 칼질할줄 알았는데… 그건 그렇고Valentine’s Day에 삼계탕을 끓이는 저의(?)가 뭐야? “여보, 이거 당신 선물.” ”와 ~~~ 멋~있다!” ”모양보다는 정성이야!” “……” “내가 종이학을 하나 하나 접으면서, 당신이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 지길 기도했다는데 의미가 있는거야.” ”그~래요~? Thank you! 고마워요!” 아내는 목을 끌어 안고 키쓰를 했다. 삼계탕을 식탁위에 놓고 마주 앉았다. 처음엔 좀 실망스러웠지만 막상 아내의 정성이 담긴 김이 무럭 무럭나는 삼계탕에 싱싱한 파 썰어 넣고, 닭고기 뜯어서 후추가루, 고추가루 석은 깨소금에 찍어 먹으니 맛이 기가 막혔다. 목젖이 익을 것 같은 쌉쌀한 국물을 떠먹으니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칼질도 좋지만 토종 한국 음식도 그만이군!’ “여보, 요즘 내가 좀 부실해?” “무슨 소리예요?” “내가 요즘~ 좀~ 부실하냐구~?” “………” 영~ 감이 안 잡히는 모양이였다. 한참 껌뻑 껌뻑하더니 “지금 무슨 소리 하고 있어요?” “아~니~ 갑자기 삼계탕을 끓이니까……” “하여튼……” “Valentine’s Day에 삼계탕… 좀 부담스럽자나?” “못 말려!” 아내의 손이 내 어깨에 날라 들었다. 찰싹 “아퍼~ 밥먹을 땐 개도 안 때린다는데…” “당신은 맞아도 싼 ‘개’ 야!” “뭐라구? 남편보구 개라니!?” “그럼 당신이 개지… 토끼야?” 할말이 없었다. 난 개띠고, 아내는 토끼띠였다. “그래도 좀 너무했다” 눈을 흘기는 아내의 눈매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촛불밑에서 칼질하는 양식도 좋지만, 아내가 소매 걷어 붙이고 뜯어 주는 삼계탕도 일품이였다. “당신도 좀 먹지 그래~ 이걸 내가 다 어떻게 먹어?” “많이 잡수시고 힘쓰셔~~~” “아니~ 힘을 쓰다니?” “아이구~, 오해하지 마셔~. 건강해져서 돈 꽝꽝 벌어 오라는거니까.” “응~ 난 또 뭐라구…” 껍질을 모두 벗겨내고 닭고기를 뜯어서 접시에 놓아주는 아내를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아내한테 잘하자! 자식들도 날 생각해 주겠지만, 어디 아내만 하랴!” “닭다리 하나 먹어.” 닭다리를 하나 뜯어서 아내의 접시에 놓았다. “이건 당신이 먹고, 난 날개를 먹을께요” “내가 바람 날까 봐?” “당신이 바람 필 사람이예요?” “어이구~ 사람일을 어떻게 알아?” “내가 알지요! 당신은 보증수표!” “지례 침을 놓는구만… 허허허” 닭다리를 내 접시에 놓고, 닭날개를 뜯어다가 자기 접시에 올려놓는 아내를 물끄럼이 쳐다봤다. 우리들의 할머니들, 어머니들, 한국의 여인들은 왜 닭날개를 남편들에게 주지 않았을까? 정말 남편들이 바람이 날까봐서 닭날개를 주지 않았을까? 닭날개를 먹고있는 아내에게 한 마디했다. “여보, 닭날개에 기름이 제일 많테. 기름을 떼어내고 먹어.” 그때 순간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러면 그렇지!” 우리 한국말에 참 재미있고 의미있는 말들이 많다. 예를들면, 어렸을 적에 비온후에 지렁이가 보이면, 동네 개구쟁이들이 둘러서고 모두 고추를 꺼내서 지렁이를 향해 일제히 사격을했다. 그때 동네 할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 “이놈들아, 지렁이한테 오줌을 싸면 고추가 퉁퉁붓는다~.” 라고 하셨다. 난 그게 정말인줄 알고 걱정을 했었다. 그말 속에서 작은 미물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야한다는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엿볼수 있었다. 나의 할머니는 밤에 손톱을 절대로 안 깍아 주셨다. 밤에 손톱을 깍으면 귀신이 나온다고 하셨다. 그 말은 어두운 밤에 가위로 손톱을 자르다가 잘못해서 손가락을 다칠까봐서 만들어낸 우리 선조들의 지혜였다. 그렇다면 왜? 닭날개를 먹으면 바람이 난다고 하면서 남편들에게 닭날개를 안 주었을까? 닭날개를 먹고있는 아내에게서 그 답을 찾았다. 닭고기 중에서 제일 기름이 많은 곳이 닭날개다. 기름이 많으니까 맛은 있는데 몸에는 좋지 않다. 그러니 사랑하는 남편에게 어떻게 닭날개를 줄수 있었으랴! 그낭 주지 않으면 “요놈의 마누라, 자기가 먹을려고 그러지?” 할테고… 그러니 “바람난다” 하면서 주지 않은 한국의 어머니들, 아내들이여! 여자들을 알길 먹같이 알던 한국의 남자들이 어떻게 그 깊은 여인들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을까!? 늦게나마 깨달은 내가 대견스러웠다! 아무말 없이 닭다리를 집어서 아내의 접시에 놓고, 닭날개를 집어왔다. “왜 이래요?” ”날개는 내가 먹을께.” “바람날려구?” ”난 보증수표라며?” 아내는 다시 닭다리를 내 접시에 놓고 닭날개를 집어갔다. 아내는 닭날개를 먹고 있었다. 오늘은 예쁜 드레스도 입지 않았다. 꽃단장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겠지… 그 바쁜통에 남편위해 삼계탕 끓여 놓고, 가슴팍 살과 닭다리는 껍질 벗겨 남편에게 주고, 닭날개 먹고, 닭갈비를 쪽~쪽~ 빨고 있는 아내!!! 나같은 놈을 남편이라고……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식모 아줌씨 같은 아내가 오늘은 더 정겨워 보였다!!! 꼬리 글: 닭날개 이야기는 그냥 제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남편이 바람 날까봐서 닭날개를 안 줄지 모르지만, 순진이는 절 위해서 날개를 안 준다고 믿습니다. 순진이가 다시 삼계탕을 끓이면, 그때는 싸움을 해서라도 순진이에게 닭다리를 먹이고, 닭날개는 제가 먹을겁니다.ㅎㅎㅎ

기사 등록일: 200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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