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12월도 하순에 접어 들었고, 벌써 대림절의 네번째 주일입니다.
교회 강단위의 촛불이 네개가 커졌습니다.
곳곳에 요란한 성탄장식을 보고, 하루종일 들려오는 성탄음악을 듣으면서,
왠지 마음이 들뜹니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성탄절!
그러나 이젠 성탄절이 아기 예수님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고,
한몫(?) 잡을려는 장사꾼들의 축제가 되버렸습니다.
그 거센 물결 속에 저 자신도 모르게 함께 쓸려 내려가고있는 것 같습니다.

닷새 남짓 남은 “주님 오신 날”을 나는 어떻게 맞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의 마음의 자세는 어떤가? 하고 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마치 창문을 통해 남의 집을 들여다 보는 것 처럼…..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에 아름답게 장식된 마음의 상태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 마음을 들여다 본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여기저기 지저분한 것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직도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고,
오래 전에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람을 용서하지 못한 응어리가
말라 붙은 핏자국처럼 한쪽 구석에 붙어 있었습니다.
아직도 물질에 대한 욕심이 구석구석에 널려 있고,
나 보다 못한 사람들을 암암리에 얕잡아 보았던,
교만이 한 쪽 구석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옳음을 내세우는 논리와 유식한 척하는 언변 속에는,
남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는 가시들이 있었습니다.
교인임을 가장한 위선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꽁꽁 싸놓은 근심과 걱정의 보따리가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음식 찌꺼기가 여기 저기 붙어 있는,
동물의 입에서 흘러 나온 침이 말라 붙은 여물통 같았습니다.
동물들의 발길에 채여서 이리저리 굴러 다니는 여물통이였습니다.
보기 흉했습니다.

‘이렇게 보기 흉한, 준비 안된 마음 속에 아기 예수님이 오실까?’
고개가 저절로 설래설래 흔들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여물통 속에 누우셨던 아기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바로 이것이구나!!!”

이미 2000년 전에 오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여물통에 누우셨던 아기예수님!
‘그래! 그 예수님께서 내 마음 속에 못 오실 이유가 없지!’
‘비록 깨끗치 못한 마음이지만 예수님은 오실꺼야!’
커다란 위안이였습니다.

아기 예수님, 여물통 같은 저의 마음 속에 오십시요.
참빛으로 오십시요!

가장 낮은 곳에 오셔서 따돌림 받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신 주님!
슬픔과 애통에 몸부림 치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신 주님!
병들고 나약한 사람들을 고치시고 돌보아 주신 주님!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억누르는 자들에게 대항하신 주님!

실망과 좌절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주신 주님!
이웃을 네몸과 같이,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시고 실천 하신 주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의 소망을 주신 주님!

예수님을 닮기 원합니다.
예수님처럼 살기 원합니다.
아기예수님! 여물통 같은 저의 마음 속에 오십시요!
참빛으로 오십시요!



꼬리글:
카드에 글씨가 요상하게 보이네요.

“지난 일년간 귀한 분들을 만나서
사귈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겐 큰 행운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을 만나서 저의 삶이 더 풍요러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엔 더욱 더 건강하시고
여러분들의 가정에 활짝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으시길 빕니다.”

어진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