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타 향 살 이
가야와 함께 걷는다. 15년간 함께 살아온 강아지다. 앙칼지게 잘 짖지만 웃기를 잘한다. 이 가야는 내 속마음을 환히 안다. 기분이 상쾌하면 이 강아지도 이리뛰고 저리뛴다. 집에서 몇십분만 걸으면 작은구릉이 나온다. 구릉사이로 졸졸 시냇물이 흘러간다. 차소리도 들리지 않는 태고의 냄새가 좋다. 이곳은 내 정원이나 다름없다. 캐나다의 큰 매력이란 도심지속에 원시공간이 잘 보존된 것일까? 일부러 좁은 울타리안에 꽃밭을 만들 필요가 없다. 바로 이곳이 나의 꽃밭이며 산책길이 된다. 울창한 전나무와 늘푸른 소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여름햇볕이 쏟아져 들어온다. 소심한 아내는 한두번 함께 따라오더니 지금은 따라 나서지 않는다. 으시시한 공기가 무섭고 또 뭐도 무섭고... 여름을 장식하는 은방울꽃이 아침이슬처럼 매달린다. 눈부신 햇살에 야생 들장미도 피어난다. 삐이 삐삐삐... 저 비비새가 울면 벌써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다. 산딸기가 지천으로 열다가 떨어져 버렸다. 산구릉의 바람소리속에 애틋한 향수가 느껴진다. 이끼로 덮힌 통나무에 앉아 벌써 엷게 물들어 오는 단풍을 본다. 나뭇가지에 검은새가 앉아 있는게 안타까운 아픔을 건드린다. 가야는 내옆에 앉아 못생긴 얼굴을 기대인다. 못 생겼지만 귀엽다. -슬퍼하지마 아빠. 여름가면 추석이쟎아? 뭐 그렇게 말하는 듯이 그 큰눈을 껌뻑인다. 그렇구나! 흥겨운 잔치마당인 한가위가 큰명절로 다가온다. 조상들의 자랑스런 이야기를 들어가며 성묘를 한다. 저녁이면 모여앉아 장만한 음식들을 나눈다. 햅쌀로 밥을짓고, 송편속엔 햇콩과 밤, 대추들을 넣는다. 아낙네들이 마당에 솥을 걸고 웃음꽃을 피운다. 햅쌀로 빚은 맑은 술을 돌려가며 권한다. 한쪽에선 멍석만큼 큰 둥근달을 바라본다. -올해엔 꼭 찾아가 성묘라도 해드려야지! 해외에 사는 동포에게 제일 큰 괴로움이란, 한가위 차례에 참석할 수 없는 여건에 있다. 태평양을 건너거나,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있는 동포들이 명절제사를 찾아 간다는 건 지극히 어렵다. 앞으로는 해외동포들이 고향을 방문하는 명절로 바뀌어졌으면 좋겠다. 동포들이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찾아오는 귀성길엔 흥겨운 민족문화의식이 숨어있다. 우리는 기마족이기에 항상 친인척과 부모님들 하고도 멀리 떨어져 살게 되었다. 기마족은 가축의 먹이가 되는 새로운 평원을 찾아 어디라도 찾아간다. 우리는 10명중 1명은 해외에 사는 사람들이다. 앞으로는 10명중 9명이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때는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는 한가위지옥 같은 건 사라지게 된다. 좁은공간이 넓어지면 해외동포들이 부모님땅을 쉽게 방문할 터다. 찾아가 싫건웃고,울고, 서로 안부도 묻게 될터이다. 해외에서 단합하여 성공한 이야기 꽃밭이 피어난다. 이민생활이란 정보순환이 제일 중요하다. 정보의 네트워크 없이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벌써 한가위가? 숨어있던 향수병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앞으로는 해외동포들이 찾아와 만났다 떠나는 재충전의 명절로 변했으면 싶다. 그 얼마나 어머니 향기가 보고 싶었던가. 남의 땅에서, 남의 말로 먹고살며 적응해 일어선다는건 쉽쟎은 길이다.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부평 같은 이내 신세 혼자도 기막혀서... 가슴이 찡해온다. 그래도 한가위를 그리며 가슴 설레어본다. 가야가 앞발로 톡톡치며 왜 그러느냐고 한다. 일어서서 돌아간다. -되련님 몸조심 하세유. 파란만장한 세월이 흘러 후반생(後半生)으로 접어들었다. 한국보다 캐나다에서 살아가는 햇수가 더 많아졌다. 이곳은 모든걸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곳이다. 웃음만이 가장 좋은 보약이다. 단풍잎도 서로 부벼대며 웃는다. 가을바람에 무슨 우스개소리가 묻혀오는지 잎새끼리 가만가만 웃는다. -되련님이 할아버지 되셨네유. 벌써유우!! 성묘차 방문하게 되면 찾아가야 할 곳이 많아졌다. 떨리는 듯한 옛목소리로, -타향살이가 힘드셨지유? 나는 아무런 대답도 못할 것 같다. 그저 스쳐가는 바람소리만 들을 터이다. 고개만 끄덕이면서...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3년 9/19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4-02-19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캘거리-인천 직항 내년에도 - ..
  앨버타 최고의 식당은 캘거리의 ..
  (종합) 앨버타 두 곳 대형 산..
  캘거리 대학 ‘전례 없는’ 상황..
  캘거리, 에드먼튼 타운하우스 가..
  캘거리 일회용품 조례 공식적으로..
  전국 최고 임금 앨버타, 어느새..
  캘거리 주민들, 인근 소도시로 ..
  캐나다 생활수준 40년 만에 최..
  세입자, 모기지 가진 집주인보다..
댓글 달린 뉴스
  주정부, 여성 건강 및 유아 생.. +1
  요즘은 이심(E-Sim)이 대세... +1
  에드먼튼 대 밴쿠버, 플레이오프.. +1
  캘거리 시의회, “학교 앞 과속.. +1
  “범죄 집단에 비자 내주는 캐나.. +1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