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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 키우기
청원 경비원을 지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사스캬츈 강상의 높은 다리를 지날 때마다 쓴 웃음이 난다. 강옆의 공원엔 세계 올림픽을 연 다이빙 수영장이 있다. 경비원이 되어 처음으로 근무한 곳이다. -철공장이라니? 가장 급료가 높기에 뛰어 들었으나 불루칼라의 직업란에 자존심이 구겨졌다. 파트타임으로 부수입도 올리면서 자존심을 내세울 청원경찰에 응시했다. 경비회사의 사장은 한국전에 참전했던 보병장교 출신이었다. 눈에 띠어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과했다. 그러나 본국으로 신원조회를 하느라고 시간이 걸렸다. 신원조회가 끝나 경비원 증명서를 만드는데도 까다롭다. 지문찍고, 얼굴의 앞면과 옆면 사진을 찍고, 박사학위 소지자인 교수나 치과의사, 엔지니어 서명을 받아야 한다. 신원보증인으로 은행장도 할 수있다. 한국인으로서 나타나지 않은 두뇌와 실력자들이 숨어 있다. 드디어 정복을 입고, 청원경찰 모자를 쓴후 킨스맨 스포츠센타로 갔다. 공사장은 공원안에 있는 탓인지 십대들이 자주 들어왔다. 도둑질이 아니라 침대보다 더 폭신한 공사자제 뒤에서 딩구는 것이다. 야하고 진한 숨소리에 놀라 쫓아가 보면 가슴뛰는 청춘공사가 한참이다. -경비원이다. 작업중지! 들은척도 안한다. 무시하는 태도로 천당문앞에 들어가 있다. 호루라기를 휙 불면서 후래쉬를 비춘다. -뭘 하는 거냐? -좋으니까요. -여긴 허가없이 들어올 수 없는 공사장이다. -좋으니까요. -어서 나가. 명령이다! 두배쯤 키가 큰 녀석이 일어서더니 -헤이 맨! 우리 수영경주 할까? 정모를 휙 나꿔채더니 고층 다이빙대로 뛰어 오른다. -정지! 그 모자는 놓고 가 새꺄. 오늘 경비원 모자가 첫 출근이다. -훡 큐.. 지제스 챠이니스.. 킬킬 거리며 잽싸게 층계를 뛰어 오른다. 함께 재미보던 걸프렌드가 쳐다보며 까르르 웃는다. 이거야 말로 만세삼창 이라도 내질러야 할 형편이다. -따라와. 훨로우 미! 풀장안으로 정모를 내던지더니 냅다 뛰어내린다. 독기가 치밀어 올라 그대로 장난꾸러기 위로 풍덩 뛰어든다. 풀장안은 깊었으며 정복에다 구두를 신었으니 수영이 안된다. 몇번 허우적 거리며 -헬미. 나죽어! 달아나던 그 말썽꾸러기가 구조인으로 뒤쫓아 왔다. 풀장위에서 인공호흡까지 해주며 다 젖은 경비모까지 옆에 찾아다준 후 가 버렸다. -안전 수칙을 지켜야지. 그럼 급수장으로 바꾸겠다. 어디서 근무해도 내 생명을 먼저 보호하는 안전수칙을 꼭 지켜야 하네. 다음엔 사스카츈 샛강이 흐르는 변두리 급수장으로 배치됐다. 파충류가 울고 카욧새끼들이 시끄러운 공원근처이다. 급수장 주변과 실내 정수기를 한바퀴 돌아오자면 두시간쯤 걸린다. 정화시설을 점검 하고는 경비사무실로 이상유무를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이거 뭔 소린가? 심야 폭주족들이 불법 경주를 벌인다.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달려왔다. 마치 지진이 터진것처럼 요란하다. 급수장 길을 지나서 공원으로 들어갈 모양이다. 재빨리 길을 막자니까 그대로 통과해 버린다. 난폭한 폭주족들이다. 오토바이로 칠 것 같아 재빨리 옆으로 비켜선다. 털부성이에다 가죽잠바를 걸친 친구가 거수경례를 부친다. 얼떨결에 거수경례를 받아보니 마치 사별관 같다. 뒤따라 오며 거수경례를 붙인다. 손을 흔들어 주며 거수경례에 답례하다보니 영락없는 사열관 꼴이다. 오토바이족들은 공원으로 들어가 키타를 치며 마셔댔으나 공공 급수장엔 조금도 피해를 주지 않는 덕분에 한밤중에 질풍처럼 달려온 10대들의 폭주족 사열을 받았던 것이다. -이번이 3번째야. 여기서 임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화이어야. 집에가서 아기나 봐! 급수장에서 다시 맥주공장으로 근무지를 옮겨줬다. 영어권속에서 외국인으로 보이지 않고 콩글리쉬를 쓰지 않는다면 방송국이나 백화점, 시립도서관 같은 근무처에 보직을 주었을 터이다. 무지막지한 경비원에 사무직도 많다. -좋다 좋아. 지금와서 메주덩어리가 치즈덩어리로 바뀔거냐? 언어와 인종, 풍습이 바뀔거냐? 만약에 이곳의 하얀놈들이 한국으로 이민을 온다면 어디 경비복을 만져나 볼거냐. 아암, 그렇구 말구. 여긴 후퇴할 길이 없으니까 고지점령을 위해 배짱부터 키워야 해. 두둑한 배짱말야. 무서운 것 모르는 배짱이란 얼마나 살맛나고 신이나? 그때엔 강상 언덕위로 보이는 CN타워, 맥도날드 호텔, 노바스코티아 은행건물이 고작이었다. 십여개의 빌딩뿐이었으나 지금은 마천루가 되었다. 이 맥주공장은 지금도 O’keep oldstock 이외에 Canadian이란 맥주를 생산한다. 그때 강변에서 맥주공장 시설물을 뜯어 옮기는 과정이라 경비가 배치됐다. 지하에서 5층까지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순찰마크를 찍는다. 영하 40도나 내려가는 싸늘한 빈 공장엔 으해해, 산발을 하고 웃는 여자귀신이 나온다. 으시시하도록 소름이 끼친다. 역마살(驛馬煞)이 끼어 별의별 역마가 히이힝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 겨울밤의 눈쌓이는 소린 옴몸을 흔들리게 한다. 어느곳은 화공약품과 알코올의 발효로 반딧불같은 물체가 날아 다닌다. 공장안엔 전등이나 냉온방이 끊겼다. 층층대를 오르내릴때마다 뒷통수를 끌어잡는 공포가 히이힝 거린다. 발효실에 들어갈때 기술자가 썼던 방독면이 마치 해골인 양 걸려있다. 여기저기 딩구는 해골같은 방독면은 섬찟한 것이다. 우르르… 쥐떼다. 인기척에 야-옹 들고양이가 놀라 달아난다. 잔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공포에 쫓기기 시작하면 입술이 탄다. 큰 술공장의 퀴퀴한 냄새까지 기(氣)가 약하면 층계에서 기절해 버렸을 터이다. 긴장감이 높아지면 위기상황이 되고 오줌이 마렵다. 지하실에 있는 화장실로 갔다. 공포도 방류하면 순환이 되는가? -우익? 진짜 여자귀신이 시간 저편에서 노래를 부른다. 정신통일을 하고 화장실문을 확 연다. 언뜻 여자귀신과 눈빛이 마주쳤다. 아주 짧은 시간에도 눈빛을 보면 단번에 알아차린다. -하이, 컴언 인! 펄쩍 주저 않을뻔 했다. 경비원에는 권총이 없다. 대검도 없다. 호신용 방망이도 없다. 그저 호각만 휘익 불면서 후래쉬를 확 비춘다. 사력을 다해 여자 귀신을 붙든다. 붙들리는게 아니라 확 목아지를 그 큰 젖가슴에다 처박는다. 술취한 유행가 속에 꼼짝없이 붙들렸다. 가끔 공원에서 술취한 취객이 화장실로 찾아왔는데 바로 원주민 여인이 경비원을 놀라게 한다. -하니, 아이 러브 유! 이거야 말로 놀랄 일이다. 기록해 놓을 기절초풍이다. 화장실로 들어와 실례를 하던 그녀에게 시큐리티 가드가 찾아와 신고를 한 셈이다. 그외에도 소년원 경비등 많은 곳을 돌아 다녔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라난 청소년이 절반이나 된다. 청원경찰을 하면서 이사회의 어두운 밑바닥을 똑바로 보았다. 어디에 살아도 자신감인 배짱부터 키워 나가야 하리라..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3년 11/28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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