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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형 컬럼_19) 쉬면서 가세요.
-쉬면서 가거라.
그렇게 하얀눈이 속삭이는 것 같다. 흰나비들 같이 나풀거린다. 흰 나비떼를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 외투에 달린 털모자를 푹 쓴다. 두터운 장갑을 낀 채 차가운 공기를 마신다. 하얗게 변해버린 설경이란 신선한 느낌이 든다. 이해의 첫눈이다. 초설이란 순백의 수채화를 그려준다.
-쉬었다 가거라. 모두들 왔다가 떠나버리는 세월이 아니더냐. 즐기면서 다음장으로 가거라. 저 포근한 눈안개속에 기다림이란 무엇이더냐?
눈 내리는 날엔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빗소리처럼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차가운 감촉이 스친다. 빗소리처럼 정겹지는 않으나 얼굴을 비벼대는 감촉이 차갑다. 쌀쌀한 겨울맛도 괜찮다. 타다남은 젊은날의 낭만이 남아서 아쉽게 되살아난다. 눈송이는 정교하게 세공되어 결정체로 날아온다. 순수한 결정체를 온 몸으로 맞으며 걷는다. 눈 밟히는 감각이 전해온다. 숲속에 사는 산새와 다람쥐, 산닭, 물러꽃사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코요테가 집근처로 내려온다. 늑대사촌격인 코요테는 더 날렵하고 지능적이다. 울타리 안까지 들어와 집지키는 멍멍이를 물어간다. 목에 맨 쇠줄만 남겨놓고 순간적으로 물고간다. 겨울철이 오면 애완견을 집안으로 들여놓는다. 흰눈설위에 피를 뿌리며 잡아먹는 생태계가 섬짓하다. 언제나 눈설이 덮히면 집근처로 산토끼가 피난을 온다. 도심지까지 코요테가 기어들지는 않으니까…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먹이를 뿌려준다. 새먹이도 울타리가에 매달아 놓는다.
-눈스키를 다시한번 타볼 수 있을까?
하얀 설산을 누비며 눈스키를 즐겼던 시절이 스쳐간다. 손에 땀이나고 모험을 즐기던 젊음이 있었다. 그때엔 쟈스퍼에 살았다.
그곳에 Marmot 스키장이 유명하다. 때로는 벤프에 있는 선샤인이나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도 찾았다. 트랩을 타고 전나무 숲위로 올라갈때에 그 상쾌한 맛이란 잊을 수가 없다. 눈덮힌 로키산맥이 내려다 보일 때 흔쾌하게 가슴을 펴본다. 한겨울이란 짜릿한 매력이다. 지금은 균형감각이 무디어져 서양젊은이들속에 낄수가 없을 것 같다. 코리안의 젊은학생들이라면 한두번쯤 이곳의 청년들과 스키를 즐겨봄직하다. 스키장의 규모와 주변환경을 내려다 보면서 새하얀 눈밭위로 달리며 수천그루의 전나무숲을 바라보는건 그야말로 통쾌한 장관이다.
-나는 한마리의 작은 구더기였구나!
진한커피를 마시며 얼음꽃 안개를 바라본다. 설산의 정상에서 맞이하는 침묵속엔 정신 번쩍나게 하는 짜릿한 느낌이 있다. 사실 작은 구더기처럼 이기적으로만 살았다.
가까운 소로길에서 허리를 펴고 햇살을 받는다. 햇살에 스르르 사라지는 애절한 눈꽃송이들. 누구인가 속삭여 주는 것 같다.
-쉬면서 가세요. 바쁜 일상속에는 풍성한 삶이란 없지요.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이해의 초설이다. 나비떼처럼 나풀거린다. 명상곡처럼..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4년 2/27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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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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