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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김이 남기고 간 하얀 사랑
폭설에 갇힌 가족들의 구조를 요청하러 나섰다가 숨진 채 발견된 제임스 김의 비극적인 스토리가 세상을 울리고 있다.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도의 뜻과 함께 내가 이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자문하거나, 아내나 남편 또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을 것이다. 극한 상황 하에서 부성애를 발휘한 희생정신이 가족애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며, 무엇이 그들을 그런 상황까지 몰고 갔을지 되짚어 보기도 할 것이다.
언론매체의 움직임만 살펴 본다면 한국에서보다 미국 현지에서의 반응이 훨씬 애절하게 와 닿는 것으로 보인다. 연일 제임스 김의 희생정신을 영웅시하며 애도하는 특집 방송이 끊이질 않고 있다.
CNN방송에서는 한 개 채널을 할당하다시피 해 일주일이 넘도록 심층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정규 뉴스 시간은 물론 래리 킹 라이브나 앤더슨 쿠퍼의 뉴스 쇼에서도 각계 관련자들과의 다원방송을 통해 사고의 전말과 그의 희생정신을 높이 기리고 있다.
한 서바이벌 전문가는 숫자 3과 관련된 세 개의 경구를 제시했다. 사람은 물 없이 3일을 버틸 수 있고, 먹거리 없이는 3주를 생존해 낼 수 있지만, 피난처가 없으면 단 3시간도 견뎌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는 따스한 방에 앉아 차라리 그가 가족과 함께 차량에 남아 있는 것이 더 현명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극도의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자신의 고통보다 더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자식들의 눈빛과 마주쳤을 때, 과연 어떻게 행동 했을지를 짐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주일 간의 추위와 허기, 구조로부터 멀어졌다는 절망감, 세상에서 잊혀진 완전 고립감, 다 같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던 그에게 단 하나 남은 희망은 자신이 직접 도움을 찾아 나서는 길 뿐이었을 것이다.
한 산악 서바이벌 전문가는 혹한과 폭설 속에 묻힌 고지대 산악에서 가족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친 제임스 김의 초인적인 힘은 사랑에서 비롯됐음을 증거한다. 전문가인 그 조차도 그 같은 악조건에서는 한 시간 이상을 버티는 것이 불가능함을 몸소 체험해 보이기도 했다. 눈을 파서 몸을 숨기고 나무덤불을 덮어 체온을 보존하려는 시도를 해봐도 목숨을 부지하는 것 마저 불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눈에 푹푹 빠져가며 그가 이동해낸 거리는 불과 1마일 정도로 제임스 김의 최대 추정 10마일에는 턱없이 부족한 거리를 나타냈다. 동절기 보호장구를 전혀 갖추지 못한 제임스 김이 한계상황에서 걸치고 있던 셔츠 두 장과 얇은 자킷, 일반 운동화. 이를 떠 올린다면 그의 걸음 걸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CNN에서는 현장 답사를 통해 비극을 재구성했다. 그가 죽음에 이르던 대장정을 추적하며, 누구에게나 신실했던 사람, 제임스 김이 일상에서 또 이번 휴가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회상을 듣고 있다.
휴가를 마치고 귀가 하는 길, 폭설이 쏟아지는 영하의 악천 후 속에서 그의 가족은 운명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경고 사인은 눈에 덮여 그의 시선에 들어 오지 못했다.
길을 잃고 헤매던 그들 앞에 놓인 두 개의 갈림길, 그들이 목표했던 서부해안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 언덕 지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험한 산 속 깊숙이 들어가는 내리막 지형이었다. 식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임스 김은 상식적인 선택을 한다. 마의 내리막길에 현혹되어 반대 방향으로 접어 든 죽음의 길은 결국 그의 생사를 갈랐다. 현지인들의 증언으로는 여름철에도 많은 방문객들이 문제의 특이지형에 혼돈을 일으키며 길을 거꾸로 선택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 하게 한다.
거기에 보태, 동절기 차량통제를 위해 쳐 놨던 바리케이드 마저 누군가에 의해 자물통이 절단된 채 열려 있는 악재가 겹치며 완전히 고립되게 되었다. 눈 녹아 접근이 가능해진 현장 도로 진입로 바닥에는 ‘막다른 길’이라 쓰인 경고 페인팅이 뒤 늦게 카메라에 잡히고 있었다.
물보다 식량보다 무서운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 안 걸릴 거라며 아내를 안심시키고 떠난 그의 희망 찾기는 그가 한 아비로서 살려야만 했던 가족들이 극적으로 구조되고 난 후, 눈 덮인 강변에서 얼어붙은 채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진정한 영웅으로 추모하며 애 끓는 마음을 영전에 바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에서 그의 선택에 제기하는 의구심을 일축한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 취한, 아비로서 가장으로서 그의 행동에는 아무 것도 잘못된 게 없다며, 현실적으로 최선의 길이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면전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느니 그처럼 죽음을 무릅쓸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한 동안 ‘고개 숙인 남자’나 부권상실 같은 말들이 넘쳐 났었다. 아버지의 의미는 변화하는 세월의 바람에 밀려 뒷전으로 한참 물러 나기도 했다.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는 퇴색하고 가정은 해체되어 간다는 우려도 있었다.
오늘 그의 희생은 가족 사랑과 부성애를 되돌아보게 하며, 가슴 아프지만, 많은 이에게 큰 귀감이 되어주고 있다. 한 겨울에도 얼어붙지 않고 한 여름에도 녹지 않을 순백의 눈사람이 우리들 가슴 가슴마다 걸어 들어와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세상은 그의 희생만큼이나 커다란 영혼의 불을 지피며 많이 많이 따사로와 질 것이다. 35세 젊디 젊은 아빠의 아름다운 청춘, 그는 죽어서도 살아 있다. 그래서 영웅이다. 그가 꿈꾸던 세상에서 평화로운 휴식 있기를 빈다.
오늘 우리가 산 속에 갇혀있진 않더라도, 살다 보면 어느 날 닥칠법한 불운과 고난이 있을 것이다. 그에 맞서, 지금 누군가의 또 다른 아버지 어머니들이 가족을 위해 문을 나서고 있을 것이다. 폭풍한설 험한 길 마다않고 신발 끈을 조일 것이다.
흰머리 성성한 우리 부모들이 이제껏 절박하게 그 살인적인 눈길을 걸어 왔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이 숭고한 사랑, 희생, 가족! 우리의 가치가 세계를 눈물짓게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위대하다.

글_김대식 기자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12/15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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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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