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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물은 바로 '당신'입니다. _ 김대식 기자
크리스마스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마다 화려하게 장식된 불빛이 넘치고 캐롤이 흐른다. 쇼핑 몰마다 선물 사는 이들과 받을 이들의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만나 서로 화답한다. 즐거움을 가불한 사람들은 가슴 가득 미리 꿈을 꾸고 있다. 하늘 아래 땅 위로 산타 할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 울린다. 함께 즐거운 세상을 연출하며 서로 확인하고 있다.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는 복장을 갖춘 가짜 산타가 8세 여아를 납치 유괴하려던 사건이 있었고 캘거리에서는 가짜 구세군 모금원이 기부금을 가로채려 한 사건도 있었지만, 모두 뎅그렁 뎅그렁 종소리에 파 묻힌다.
금년 앨버타 쇼핑몰에서는 산타 보기가 쉽지 않다. 고임금과 인력난 탓이란다. 걱정할 건 없다. 산타는 여전한 꿈과 환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아도 가슴마다 있다. 그 동안 이 땅에 무보수로 희망을 나누어 오던, 바로 당당한 그대가 진정한 산타 임을 믿는다. 베풀며 하나 되는 계절, 주는 김에, 배워서 남 주고 믿어서 남 주어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매년 이맘 때면 아이들이 다니는 한 주니어 하이스쿨에서 준비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보러 간다. 벌써 3년째 객석 한 귀퉁이에 앉아 아들 친구들의 연주를 듣는 셈이다. 아마추어들의 연주지만 그 열기와 객석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밴드 담당교사의 지휘에 따라 연주회의 시작은 저학년인 7학년의 몫이었다. 지휘자의 정지된 손 동작에 온 관객들이 숨을 죽일 때 연주의 첫 일성은 바로 신나는 잡음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악기로 낼 수 있는 고성방가 수준의 잡음을 단말마처럼 짧게 쏟아 내곤 했다.
아마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 하고 양해를 구하는지도 모른다. 폭소와 함께 모두의 긴장은 풀어지고 준비한 캐롤 연주가 편안히 울려 퍼지곤 했었다.
금년에는 시니어 재즈밴드가 막을 올렸다. 간혹 중간에 삑사리 나듯 삐져 나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무대와 객석은 그저 즐겁다. 실수할 까 두려워하거나 초조히 바라보고 들을 필요는 없다. 개인 독주나 콘테스트가 아니므로 자신의 기량을 드러내려 티 내지도 않는다. 맡은 부분의 악보를 놓치지 않으려 눈에 힘을 주는 아이들의 표정이 가상하다. 자신의 몫에 충실해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데서 보람을 찾을 줄 아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연주실력에 있어서는 개인간의 편차가 있어 보이지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 감싸 안으며 큰 화음을 이루어 낸다. 8,9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연주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다.
박수가 쏟아질 때는 모두가 똑같은 양만큼의 보람과 긍지를 함께 나누고 있다. 특별히 내 새끼가 잘하기를 응원할 필요는 아무도 느끼지 않는다. 함께 연주할 줄 아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동적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시작한 공교육의 결과가 놀랍기만 하다.
객석에는 브론코니어 캘거리 시장 가족의 모습도 보인다. 올해는 지각했다. 안다, 요즘 얼마나 바쁜 때인가. 그도 오늘은 9학년 아들의 연주를 들으러 오는 아빠이자 학부형이다.
아무렇게나 섞여 앉아 함께 캐롤 송을 따라 부르기도 하고 때로 우리처럼 하품을 하거나 한눈을 팔기도 한다.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지만, 권위주의 시대를 거쳐온 우리에겐 조금 새롭고 낯선 장면처럼도 보인다.
호명되며 소개되는 일도, 무대 위에 올라 서 마이크를 채 트는 일도 없다. 모두가 당당히 하나되는 그저 우리들 축제의 장인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밤이다.
연주 중에 일제히 숨을 들이키고 내 뱉는 아이들의 어깨가 물결처럼 일렁인다. 금빛 은빛 물고기들이 긴 숨을 들이키며 반짝이고 있다. 아이들이 손을 흔든다. 박수소리가 여간 따사로운 게 아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아주 오래 전, 청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다니기에만 딱 인줄 알았던, 시사 주간지 ‘타임’에서 올해의 인물로 “You.”를 택했단다. 매년 뉴스의 초점이 됐던 인물을 선정하는 대신에 바로 당신을 꼽았다. 여보 당신 할 때의 당신일 수도 있고, 당신이 삿대질하며 외치던 그 당신일 수도 있겠다. 세상의 모든 당신이 올해의 인물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일반인들의 영향력이 불거진 현실을 주목했다. 이제 영웅이 하늘로부터 내려오거나 알을 깨고 나오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가 만드는 세상, 바로 당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말하고 있다.
사람 하나 하나가 소중한 세상,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보다 나은 세상으로 함께 가는 세상, 그 중심에 그대가 있다. 우리가 두발로 바로 서서 직립보행 하는 한, 세상은 그만큼 인간다워질 것이다. 바르게 걷고 바른 길로 나아갈 것이다. 세상이 이만큼이나 아름다운 화음으로 가득한 것도 당신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모은 손, 기도하는 손이 있기 때문이다.

잊지 말자. 당신이 올해의 인물이다. 그대가 주인공이고 그대의 그대가 바로 공동주연이다. 잘 귀 기울여 보면 정성 담긴 배경음악도 들릴 것이다. 분명히 그대는 소중하기 때문이다. 싸구려 광고카피가 아니다. 믿자. 안 믿어지면 늘 그래왔듯이 통째로 외워 버리자. 그게 쉽겠다. 그리고 까먹지만 말자.
함께 호흡하며 아름다운 화음을 사랑할 줄 아는 그대, “You.” 당신이 주인공이다. 다시 한번 메리 크리스마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12/22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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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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