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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는 길이 없다. _ 김대식 기자
길은 사방으로 뚫려 있다. 길에서 길이 나와 길로 들어간다. 얽히고 설킨다. 물길을 가로 질러도 길은 연결된다. 길이 너무 많으면 이미 길이 아니다.
길이 제 역할을 못하면 방향을 잃게 한다. 길 잃고 서 있는 길도 길이다. 어찌나 막힌 길이 많던지, 돌아 나오는 길은 또 그만큼 길다. 일방으로 뚫려 있어도 길은 보이지 않았다.

길을 찾아 나선 길, 끝이 훤히 보이는 길은 세상에 없다. 교차로 마다에는 파란 눈에 노랑머리 신호등이 빨갛게 눈 뒤집어 까고 깜박대고 있다. 낯선 알파벳 영어가 길을 지시 한다. 주욱 따라가다 그대로 멈춘다. 내내 그 자리다.

아무리 하늘을 올려봐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이나 길은 없다. 길은 꿈 속에서 고향의 흙 냄새로 아른거린다. 시내버스는 천천히 도시를 떠다닌다. 길이 우리 눈에 익을 때까지 잘 보라 타이른다. 사람들은 길을 찾아 허둥지둥 서두른다. 너무 늦으면 할증이 붙는다. 세상인심이자 세태이다.

길 찾기 힘든 건 사람만이 아니다. 고층건물의 유리창에는 새들이 부딪혀 죽고 있다.
윈도우 킬, 투명한 창문을 보면 창문 건너편의 풍경이 보이고, 반사 창문을 봐도 반대편 영상이 보이는 착시현상에 곧바로 날아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일이 허다하다.
로드 킬, 길이 끊어 놓은 제 길을 찾아 도로를 횡단하는 동물들이 너무나 많이 죽고 있다. 봄이면 또 나른한 새끼 곰들이 철길 위에 모여 위험한 낮잠을 즐길 것이다.

사람들도 여전히 길에서 죽고 있다. 고속도로는 물론 캘거리 내 간선도로 변에도 하얀 십자가와 퇴색한 조화가 놓여 있는 것을 쉽사리 볼 수 있다. 횡단보도 포스트 밑에도 조화가 놓여져 있다.
사람이 건너는 길, 아마 누군가 마저 건너지 못한 모양이다.

눈 녹아 노출된 캘거리 도로에는 차선이 없다. 칠이 벗겨지며 죄다 사라져 버렸다. 겨우내 쌓인 눈에 차선 없이, 오로지 감으로만 또 앞차 바퀴자국만 보고 달리는 것에 얼추 도사가 되기도 했지만 잠재위험이 크다고 한다. 노면 위의 횡단보도 마크까지 사라져 버리며 큰 위험으로 떠 오르고 있다.

며칠 전, 캘거리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가 뺑소니 트럭에 치여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사고가 또 있었다. 에드몬톤에서도 토요일 저녁시간, 휠체어에 의지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27세 장애 청년이 과속차량에 치여 숨지고, 함께 길을 건너던 60대 여성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다. 없는 길 내고, 있는 길 갈아엎어 넓히기 전에 성장관리도 쉬운 일부터 하는 것도 괜찮다.

위험하기는 다들 매 한가지일 터인데 서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신호 없이 살 수 없다면 그 신호대로 살아도 아무 탈 없는 세상, 거기로부터 길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단순함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수 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홀로 서는 길, 어디가나 청춘이고 가슴 아파도 인생이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7년 3/23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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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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