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할인값의 지혜
 
글 : 최우일 (캘거리 교민)

요 몇일 심사가 조마조마하더니 기여코 트집이 생기려나?, 영화나 보며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크로우챠일드 트레일을 시내쪽으로 방향을 잡고 차를 달렸습니다. 나는 만만한 자동차를 발로 짖밟아대며 화풀이를하고 있었음이 틀림없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속도위반한건 절대로 아님을 장담합니다. 나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막 시작된 퇴근길속에서 시내를 빠져나오는 길만 붐비고 나처럼 꺼꾸로 들어가는 차도는 한가한 것이 그나마 여간 다행한게 아니 었습니다. 안그랬더라면 내차는 벌써 나한테 요절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때 거을에 비춰들어온 것이 있었습니다.
뒤에서부터 차 한대가 마구 달려드는데 그 서두는 품이 마치 세상이 다 제것인양 난폭하기가 말할 수 없이 서둘러 댔습니다. 난 마침 차선을 바꾸려고 뒷거울을 본 것이고 그래서 성급한 그를 알아차린 건 사실이지만, 난 이미 차선을 넘어서고 있던 중이었고, 내 차는 일부러 그의 앞을 막아선 꼴이 된셈이었습니다. 내 앞길에 서행 차량이 있었기 때문이란 것이 내 변명입니다만, 어떻튼 그는 내게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날 아슬아슬 앞질러가며 가운데 손가락을 고추세워 내게 뭐라 마구 악을 써댔습니다.
순간 나는 울컥 화가치밀어 올랐습니다. 고물딱지 차로서는 도저히 어찌해보는 도리 없는줄 알면서도 난 부들부들떨며 속력을 다해보았지만 별 수없이 낭패였습니다.
그러나 신호등이 곳곳에 있는 시내에서는 나르는재주란 없는 법입니다. 좀 빨리가나 늦게가나 그게 그것인 것이 신호에 걸려서서 서로 눈마주치면 계면적어 딴청피던 일은 보통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은 그런게 아니였습니다. 녀석은 일부러 내가 잘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서는 노려보며 멱따는 몸짓을 해보이는 품이 험악하기가 영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습니다.
난 퍼뜩 로스 앤젤스 길에서 실랑이하다가 총격이 일어난 사건이 머리에 스쳐갔습니다. (그저 모른채 해버려. 저런 녀석과는 얘기가 않된다니까) 그러면서도 속은 마구 끌어오르며 숨이 가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됐던 난 얼떨결애 당한 피해자였습니다. 저런 망나니 같은 인간에게 모욕을받다니 억울하다는 심정이었던 것입니다. 난 총을 떠올려 냈습니다. (놈은 아마 줄행랑을 놓겠지, 아니다, 저런 놈에겐 기관총쯤은 돼야 정신이 번쩍할 게야.)
그러나 난 이런 하찮은 일로 살인범이 될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중국 무술 영화 속에서의 멋진 주먹을 머릿속에 그려보았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본때를 보여주어야지) 그렇지만 이것도 실현성이라곤 없는 것이었습니다.
무술은 커녕 뭐하나 변변치 못한 약골임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마구 휘두르는 주먹도 기관총같이 범범행위이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다면? 저 녀석이 저리 날뛰며 기고만장한 것은 내가 이렇게 물렁하게 생겨서 얕잡아 본 것일것 입니다. 한 30년쯤 복역하고 나와서 (난 억울해! 누구들 내 앞에서 얼쩡거렸단 봐라) 하는 눈초리에다가 얼굴에 생채기라도 몇 개 있었더라면 녀석이 맘놓고 내게 덤빌 수 있었을까? 부글부글 끓던 맘이 영화관의 문이 닫혀있자 한층 가열되어 올랐습니다. (원, 세상이 이래서야!) 조그만 일이 이리 눈덩이 커가듯 내 맘을 짖이기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흩어진 마음을 대충 수습하고 이번엔 책방으로 들어 갔습니다. 늘 그랬듯이 책속에 파묻혀 버리고 보면 한결 부드러워 질 듯 하였습니다. ‘하찮은 일로 힘들어 할일없다. 결국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인것을’ 리처드 칼슨의 조그만 신간서적이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중에 들어있었으니까 사가는 이들도 꽤나 되는 듯하였습니다. 100개의 짧은글 모듬이었는데, 그런데 제일 먼저 나 들으라며 내 이야기가 실려 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나처럼 맘 끓이며 사는 사람도 더러 있는가 봅니다. 일상의 삶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자잘구레한 일로 속썩이며 사는 이들에게 보내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입니까. 신간 베스트 셀러가 30%할인이라니? 목차를 훑어 본 것만으로도 책값의 반을 뽑았다 생각했는데… 더구나 할인이라니 책값 다 내고도 어림없을 삶의 지혜를 값까지 깎아서 사게된 행운이 내게도 있을 줄 몰랐습니다. 세상만사는 금새 끝장인듯하다가도 이렇게 또 살아가지는 것인가 봅니다.
여기서 잠시 얘기를 좀 비약해 보렵니다.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누가 그랬습니다. 나를 세상에 맞추어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을 내게 맞추려는 어리석은 사람도 있습니다. 출처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여기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세상이 나 같지 않다고 한탄하며 서투르게 원칙을 고집하며 사는 어리석은 사람들도 있어 그들 때문에 세상을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변해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입니다만, 그러나 서툰 고집이 얼마나 불행하게 하느냐는 것을 지적해준 사람이 바로 칼슨입니다. 하찮은 일로 따지고 비참해 하는 몰골들로 꽉 차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세상이 온통 피곤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타협이나 안일을 두둔하는 것은 아님을 덧붙여 둡니다.
조그만 저항 때문에 잔잔하던 흐름이 소용돌이가 되기도 합니다. 흐르는 물과 같이 바위를 피하고 굽이를 돌아가는 것이 길(道)이고 나무는 결(理)따라 다루어야되는 것이며… 이쯤 하면 도리(道理)라는 말이 선명해지지 않습니까.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서로 조심하면 ‘세상이 어찌되려고…어쩌고 저쩌고’, 비참해야 될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인파는 거꾸로 거슬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걸 역행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칼슨은 삶의 지혜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난 하찮은 일에 지나치게 반응한 것이 그만 부끄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사소한 일로 땀뺄 일이 아니었었습니다.
(1998년 교민지 ‘열린마당’에 실렸던 글임을 밝혀둡니다.)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3년 12/12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4-03-13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캘거리-인천 직항 내년에도 - ..
  앨버타 최고의 식당은 캘거리의 ..
  (종합) 앨버타 두 곳 대형 산..
  캘거리 대학 ‘전례 없는’ 상황..
  캘거리, 에드먼튼 타운하우스 가..
  캘거리 일회용품 조례 공식적으로..
  전국 최고 임금 앨버타, 어느새..
  캘거리 주민들, 인근 소도시로 ..
  캐나다 생활수준 40년 만에 최..
  세입자, 모기지 가진 집주인보다..
댓글 달린 뉴스
  주정부, 여성 건강 및 유아 생.. +1
  요즘은 이심(E-Sim)이 대세... +1
  에드먼튼 대 밴쿠버, 플레이오프.. +1
  캘거리 시의회, “학교 앞 과속.. +1
  “범죄 집단에 비자 내주는 캐나.. +1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