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부 서울을 관통하는 지하철 5호선에 환승하려면 먼저 6211번 시내 버스부터 타야 합니다. 언제인가는 개발될 것을 소원하고 있지만 당장은 잊혀 버려져 있는 변두리란 말이지요. 거기 빼곡히 늘어선 상가들 속에서 특별히 눈에 많이 띄는 것이 교회입니다. 내가 서울에서 직장인이었던 1960년 당시의 다방보다도 많습니다. 예수님은 생전에 걸인이나 창녀들의 거리에서 보냈으니 지금 서울의 시장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도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우선, 동네입구 ‘영심이노래방’ 건물 꼭대기 층에는 광음교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네수퍼’ ‘흑염소집’ ‘영양탕집’이런 이웃들 말고도 참 이웃교회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정서실조로 초췌한 인생들의 가까운 이웃들입니다. 어쩌면 이들의 유일한 꿈 ‘횡재복권’ 삼층집에서는 더 풍성한 교회가 세상을 굽어보며, 공평하며 서로 화평하라 합니다. 화평교회 교인들은 일요일이면 거리에 나와 커피 서비스에다 선물까지 나누어 줍니다. 진짜 공짜입니다. 이 공짜보다 틀림없기로는 반석교회를 꼽을 수 있습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대한 부동산 공화국 국민이라면 부동산투자야 말로 반석같은 것을 모르는 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당장 돈이 없을 뿐이지요. 그리고 이 근동에서 가장 번듯한 가족사랑교회가 있습니다. 건물 옥상에 철탑 십자가까지 올려 세운 것을 보아도 제일임이 분명합니다. 그 밑층에는 ‘비디오방’ ‘성인방’ ‘비뇨기과병원’이 사이좋게 들어선 큰 종합상가건물입니다. 가끔, 세속의 이런 번잡함을 피해간 교회도 있기는 합니다. 당곡길 입구 ‘늘 푸른 낚시터집’과 나란히 서 있는 물 댄 동산교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지만 교회본연의 역할인, 빛과 소금의 교회, 이보다 더 번듯한 이름이 어디 또 따로 있을까 싶습니다. 태초의 한 빛이 있었습니다. 그 빛이 중세 천년의 어둠을 더욱 어둡게 하더니, 근세에 와서 이성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은 그 빛이 흐려진 까닭입니까?
이 물신세상의 골목마다 예수님이름으로 세운 교회현주소에 과연 예수님이 주인으로 앉아 계실지 확인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귀신 쫓는 일이나 시험합격의 효험을 장담하며 스스로를 주의 종이라 자처하는 이들이 행세하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7년 3/30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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