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숲속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통통하게 부푼 꽃망울들이 아슬아슬하다 싶더니 엊그제 마침내 꽃을 피워 냈습니다. 한차례 비를 신호로 숲은 변신을 시작하였습니다. 겨우내 움츠렸다가 때 맞추어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남보다 먼저 피는 꽃들이 있습니다. 잎이 돋기도 전에 서두르는 꽃은 밋밋한 가지 때문인가 그 색깔이 한층 현란해 보입니다. 내게는 눈으로 먼저 봄이 옵니다.
어떤 이는 슴슴한 봄의 체취가 먼저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청량한 새 소리를 꼽습니다. 아니, 공기의 습습한 느낌이 바로 봄의 시작이라고 우기는 이도 있습니다.
자연의 은밀한 변화를 눈치 채는 일이야 사람마다 제 가끔 입니다. 바뿐 도시인들에게는 무리이겠지만, 숲에서 잠시 멍하니 있어보면 오랜 도시생활에서 상실된 우리의 오감이 되살아 옵니다. 자연과의 교감이 체험되는 시간입니다.
숲에는 풀이나 나무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속에는 물도 흐르고 그걸 마시고 사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의 토양이 있습니다. 토양은 모든 것의 근본입니다.
그리고 보니 봄은 흙에서부터 온다고 해야 옳겠습니다. 가을에 떨린 낙엽이 겨울 내내 덮고 있던 땅에서는 뜬내 같기도 하고 텁텁하기도 한 냄새가 납니다. 봄의 체취입니다.
문명의 숙취로 괴로워하며 피워내는 도시 속의 꽃은 천박합니다. 매우 상스럽지만, 물 한 방울이 제대로 스미지 못 할 만큼 꽁꽁 싸맨 도시에서 지친 꼴이란, 그 비굴한 생명력 하나는 참 용하다 싶습니다.
몇 천 년, 몇 만 년의 풍화로 된 흙을 마구 거두어 내고 불모의 땅으로 만든 것은 인간의 큰 실수입니다. 발전이란 명목으로 자연을 단번에 파헤치고 깍아 상처를 입혀 놓았습니다.
인간의 원초적 오감으로가 아니라 달력의 날짜로나 봄을 맞이할 우리 아이들의 황량한 미래, 미안합니다.
편집자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7년 4/6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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