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 씨 에취’ 뭐더라...., 가까스로 기억나는 머리글자 몇 개로 전화번호를 찾는데 한참을 걸렸습니다.
‘여보세요? 래리씨입니까.’
‘그런데요. 누구신가요?’
‘어제 만났던 윌입니다.’ 내가 뜻밖인 듯 그는 좀 당황하였습니다.
‘아, 네! 안 그래도, 크리스티가 전화한다고 했는데.’
‘네, 받았습니다. 차량상태 검사결과에 이상이 없다더군요’
‘딸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조심해서 쓴다고 나와 약속도 했습니다.’
‘좋은 주인을 찾아서 이제 맘이 놓입니다. 그런데..., 래리씨. 어제 제 집에 왔을 때......’
자동차를 팔겠다는 광고가 나가자 재빨리 전화를 걸어 온 이는 여자이었습니다. 그의 약삭빠른 계산은 너무나 지나쳤고, 다음 사람은 차를 다루는 품이나 흥정하자고 대드는 것이나 막돼먹은 태를 부렸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다녀가고 또 여럿은 전화로 문의해 왔습니다. 부엌 창문으로 내다보니, 슬그머니 와서 휘 둘러 보고는 내겐 기척도 않고 사라지는 사람까지도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10년지기를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언짢은데.....당췌 무례한 사람들 이었습니다.
다음 날 늦게, 차를 보러 온 사람이 래리와 크리스티 였습니다. 다 큰 딸을 데리고 다니며 보살피는 자상한 아버지의 인품이 영악한 사람들 틈에서 단번에 돋보였습니다.
하나같이 세상냄새를 물씬거리며 흠을 들추고 탈을 잡아 사람이던 값이던 어떻게든 깎아내리는 세태에서 존중심이나 인품이 어디 몇 남아 있기는 한지...., 숫한 인간들로 초만원인 세상에 래리같은 인종의 출현은 분명 하나의 사건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그런 그에게 내가 자진해서 값을 내려 주겠다고 한 것은, 값을 치기보다는 사람을 먼저 쳐주어야 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다 있었습니다.
‘그런, 크리스티를 위해 연료라도 채워 넣어주게 해 주십시요.’ 내 뜻을 고집하였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저도 한 몫을 하지요. 나야말로 크리스티의 아버지가 아닙니까?’ 한 수 더 떳습니다.
‘그렇지만, 래리씨는 딸의 자동차대금을 내주는 당사자인데....’
결국 기름값이란 명목으로 내가 얼마를 크리스티에게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 둘이 차를 가지고 떠나가고 난 뒤에 현관에 벗어둔 내 구두 속에 웬 돈이 나타난 것입니다. 나는 영문을 모른 채 그 사람의 실수려니 하고 전화번호부를 뒤져 연락을 했던 것입니다.
‘래리씨, 어제 제 집에 왔을 때 혹시 뭘 떨어트린 건 없는지 해서요?’
‘그거요? 아....하!’ 슬그머니 흘려 놓고 간 것이 들어나자 그는 계면쩍어 하였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위해 조그만 기쁨을 만들며 살려고 합니다. 더 큰 것이 아니어서 미안합니다. 하찮은 것이지만, 윌씨의 이 하루가 기분 좋은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안 볼 낯선 이에게까지 기쁨을 꾸미고 오히려 조금인 것이 미안하다며 나직이 겸손해 했습니다. 내가 만난 이 사람, 향기 가득한 마음씨를 몰래 전염시키며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편집자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7년 7/6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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