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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子 연합군과 전투하던 날
막내가 대학에 다니면서 집을 떠나 있었다. 아내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못 먹고, 공부하면서 시간이 없다는 핑개로 Junk Food로 생활을 하다시피했다. 그래서 체중이 좀 초과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위험 순위에 다달은 것은 아니었고, 보기에 좀 통통해 보였다. 한국에서 내가 어렸을 때는 우량아 선발대회를 하면 항상 볼이 통통하고 턱이 두겹이 되는 아이들이 당선자 사진에 나오곤 했었다. 워낙 못먹던 시절이니까, 통통한 아이들이 부의 상징이었고 건강의 상징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본인도 형들보다 근수가 더 나가는 것 같고 축구시합을 할때는 아무래도 예전같이 않았던 걸 느낀 것 같았다. 방학을 하고 집에 오자마자 Fitness Club Membership를 사주고 운동을 하게 했다. Diet Program중에 나와 두가지를 약속했는데, 첫째는 일주일에 적어도 나와 두번 Squash를 칠 것. 둘째는 Junk Food나 설탕이 들어간 Soft Drink를 마시지 말 것이었다. 본인도 굉장히 애를 썼고 가족들도 협력을 했다. 그래서 아내와 Grocery Shopping을 할때, 쥬스나 Soft Drink를 아주 사질 않았다. 담배를 끊은 사람이 문뜩문뜩 담배 생각이 나듯이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냉장고 속에서 시원한 쥬스나 soft Drink를 한잔 쭉~ 들이키고 싶은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막내를 위해서 나머지 가족들이 좀 희생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큰아들의 친구들이 주말에 집에 와서 놀면서 BBQ를 했고 그때 Soft Drink를 사다 마셨는데 2리터 짜리 Soft Drink가 3분의 2 정도 남은 병이 냉장고 속에 하나 있었다. 큰아들도 나를 닮아서 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고 또 날씨가 더우니까, 시원하게 한잔 마실려고 넣어 둔 것 같았다. 병을 들고 잠간 망서렸다. ‘어떻게 한다?’ 옛날 군대에서 배운 담배를 끊을 때 생각이 났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누군가 담배를 피우던가, 뭘하다가 문뜩 ‘담배 한대’ 생각이 날 때는 나도 모르게 담배 꽁초를 찾느라고 눈을 두리번 거렸고, 짤막한 꽁초를 하나 찾으면 얼마나 반가웠던지… ‘눈에 띄지 않아야 돼!’ 눈을 질끈 감고 병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Sink대에다 쏟아 부었다. 일요일 오후 오래간만에 느긋하게 책장을 뒤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꽝하고 냉장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큰아들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지 잘 알아 들을 수는 없는데, 좌우지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아내가 무슨 말인가 하는 것 같은데, 큰아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아니 무슨 일인데 냉장고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저 녀석이 못 먹을 걸 먹었나 소리를 지르고 야단이야!’ 부엌에 내려와 보니 큰아들의 얼굴은 우르락 푸르락하고, 아내의 눈은 싸늘하게 날이 서있었다. - 당신은 왜 시키지 않는 일을 하구 그래요? - 내가 뭘 어쨌게? - 당신이 버렸지요? - 뭘? - 음료수 말이예요! 언성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 내가 버렸는데…… - 내 이럴 줄 알았어! - 아빠 그건 내꺼예요! - 그래서… - 아빠가 내껄 왜 버려요! ‘어쭈 이녀석 봐라!’ 속이 좀 편치 않았다. - 야, 현이가 마실까봐 내가 버렸는데…… - 남의 걸 왜 버려요? - 아니~ 나는… - 아빠는 남의걸 막 버려도 돼요? - 아니~ 나는…… - 당신이 잘못했어요! Sorry하세요! 모자 연합군의 공세에 가장의 체면이 묵사발이 날 판이었다. - 나는 말이야….. - 더 말할 것 없어욧! - 여보~, 나두 좀 이야기하자! 나도 갑자기 언성이 올라갔다. ‘아니 모자가 둘이서 날 이렇게 할 수있어?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졌는데…’ 끓어 오르는 성질을 꾹꾹 밟아 누르고, - 진아, 아빠를 이해 못하니? 목소리가 떨렸다. 나도 몹시 흥분한 모양이었다. - 요즘 현이가 Diet할려고 애쓰는거 너두 알지? - ……. - Soft Drink가 있으면, 한잔 마시고 싶지 않겠니? 그래서…… - Dad, that’s his problem! - ??? - 여보 개가 어린애예요? 자기 일 자기가 알아서 하게 해욧! - 야~~!!! 이렇게도 내 맘을 몰라주니?!! 나도 드디어 터졌다. 더 이상 대화(?)를 했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내가 피해야지!’ 작전상 후퇴 하기로 했다. 세 사람 모두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오랫만에 평화로웠던 주말의 오후가 아무 것도 아닌 Drink때문에 풍지박산이 났다.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아내도 큰아들도… 작은 녀석들 둘도 뭔가 낌새를 채고 몸조심을 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Hi도 Bye도 없이 모두 집을 떠났고 나도 한마디 말도 없이 아내를 세탁소에 내려주고 직장으로 갔다. 평소 같으면 커피를 끓여서 한잔씩 마시고, - 수고해~ - 당신도 수고해용. 코멘 소리 뒤로하고 손을 흔들면서 출근을 했을텐데….. 아침에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도 안났고,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기분이 영 억망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처럼 인상쓰면서 있겠지?’ 평소 같으면 점심시간에 아내에게 전화를 하면, - 어머 어머! 나도 지금 막 전화를 돌릴려구 했는데… 호들갑을 떨었고. - 하여튼 우리는 못 말리는 부부야! 어쩌고 하면서 수다를 떨다가. - 싸모님, 열심히 바짓단 짜르십시요. 소인 내려가봐야 합니다. - Honey, 저녁에 뭐 먹고 싶어용 - 갑자기 이 여자가 왜 이래? - Order하세용. - 글쎄~ 뭐 뭐가 되는데? - 다 되지용. 말만 하세용. - 그래? How about 생선 찌개? - No problem! ‘오늘 저녁은 혼자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겠군!’ 일을 하러 내려 가야 할텐데… 이런 기분이면 일한답시고 괜히 사고나 낼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에 어떻게 가족들을 대하지? 회사에 일할게 많다고 하고 한 12시쯤 집에가서 자빠져 자?’ ‘아니, 도대체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졌다고 Sorry를 해야 돼! 그렇게도 내 맘을 몰라줘? 야! 이거 미치겠네!’ 혼자서 꿍얼꿍얼거리다가, 큰아들의 입장을 생각해 봤다. 팍팍찌는 날씨에 집에 왔다.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마실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분명이 있어야 할 음료수가 없었다. 열이 뻣쳤겠지! 거기다 애비가 Sink대에 그 맛있는 음료수를 쏟아 부었다면….. ‘이해 할만 하네!’ ‘그런데 고놈의 여편네는 왜 내 속을 빡빡할켜!’ ‘나하고 진이 문젠데 지가 왜 끼어 들어?’ ‘하긴 그렇게 했으니 아들의 마음이 좀 누그러 들었겠지…..’ ‘그럼 난? 나와 마누라는 촌수로 따지면 ‘무촌’ 내가 이해해주려니 생각했었겠지…..’ ‘그래도 좀 너무 했잖아? 어진아, 네가 이해해라. 가정의 평화를 되찾아야 하지 않겠니?’ ‘그래 내가 지자! 지는게 이기는거다!’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한 다음에 큰아들 회사에 전화를 했다. - 여보세요. 녀석의 목소리가 별로였다. ‘그렇겠지. 녀석의 전화는 Display Phone이니까, 우리 회사의 이름이 전화기에 나왔을테고. 난줄 알았으니 뭐가 반갑다고…..’ - 진아, 오늘 일하는거 어때? - 뭐~ 괜찮아요. - 진아, 어제는 미안했다. 내가 현이를 생각해서 버리긴 했지만, 너에게 물어 보고 버렸어야 하는 건데… 미안해. - Dad, I’m sorry too. 갑자기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았다. - 아빠, 어젠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 진아, 내 마음 알지? - 그럼요. - 앞으로 나도 조심할께. - 아빠, 어제 찬이랑 현이랑 이야기했어요. 우리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예요. - 알아, 내가 알지! 네가 제일 위니까, 네가 현이 좀 도와줘라. - 물론이지요. - 그래 그럼 일 잘하고 이따 집에서 보자. - OK. See you at home, dad. ‘휴~~ 이렇게 속이 편한 걸…..’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 웬일 이유. 전화를 다하구!. - 왜 또이래? - 전화를 안할줄 알았지….. - 진이한테 내가 전화했어. - 내가 그럴 줄 알았지 ㅎㅎㅎ - 웃음이 나와? - 여보, 그럼 내가 어떻게 해용. - 어떻게 해? - 당신이 이해해 줘용. - 남의 속을 다 뒤집어 놓구 이해를 해? - 여봉, 저녁 Order하세용. - 에이구, 옆에 있으면 그냥 한대….. - 때려, 때려봐? - 끊어! 나 오늘 일하나도 못했어. 내려가야 돼. - 이따 봐용. - Order 안받어? - 끊으라며? - 날씨도 찌는데, 시원한 냉면 어때? - 조치용! ‘그래 내가 한발 물러서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자. 그러면 이렇게 속이 편한 걸…..’ 층계를 내려 오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발걸음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기사 등록일: 200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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