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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기 캘거리 아버지학교를 마치면서
글 : 이병근 (외환은행 캘거리 지점장)

해가 바뀌면서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일들이 많이있지만 그중에서도
거절과 거부, 버티기로 일관해왔던 일이 있다. 바로 캘거리아버지학교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금년에도 주위 몇몇 분들이 아버지학교 개강을 앞둔 2-3주전부터 집요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매년 겪는 일이라 이미 거절의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있었고 특히나 올해는 다행스럽게도(?) 아주 점잖은 분이 권유를 하여 예년과 달리 거절하기가 수월했다. 새해 들어 직장이 바뀌고 새롭게 맡은 일은 좋은 핑계거리가 되어주었고 아버지 학교를 권유한 분도 동의하여 오히려 권유해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버지학교 시작 1주일 전이었다. 전 직장동료가 헤어지는 게 섭섭하기도 하니 시즌 끝나기 전에 스노우보드나 타러 가자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수 년 전 아들녀석에게 뒤지는 느낌도 들고 아들녀석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욕심에 타러 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어렵게나마 독학으로 시작하여 여러 번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며 배운 스노우보드이기에 흔쾌히 동의하고 가까운 카나나스키즈 스키장으로 가기로 하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스노우보드 타러 가기로 한 날이 다가오면서 왠지 모르지만 혹 아버지학교와 스키장가는 날이 겹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자꾸만 스쳐가는걸 느낄 수 있었다. 난 금년에도 아버지학교 안 간다고 거절했는데…
수요일이었다. 문득 나의 시선이 달력으로갔다. 아버지학교 시작하는 날이 스노보드 타러 가기로 한날과 겹치지 않는가. 지난6년간 그렇게도 많은 회유와 강요를 버티며 아버지학교를 거절해 왔는데 금년엔 왠지 모르게 아버지학교대신 스키장으로 간다는 게 갑자기 뭔가 큰 죄를 짓는 것과 같은 찜찜함이 온몸을 감싸는걸 느꼈다. 그래서 늦은 수요일 밤 나에게 아버지학교를 권한 우리교회 교우이자 캘거리 아버지학교 학생모집 총책(?)인 분에게 급히 전화를 하여 “아버지학교 시작이 2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등록이 가능한가요?” 라고 물었다.
아니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지난6년을 완강히 버티며 스스로 난 아버지학교에 참가해야 할 만큼 문제 있는 아버지도 아니고 체질적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싫어서 아버지학교 말만 나오면 알레르기반응을 보여왔었는데, 아니 이게 왠일인가?
계속 이길수 있는 싸움인데 백기를 들고 나 스스로 아버지학교에 등록를 하겠다고 하다니… 참 알수없는 일이다. 하지만 감사한 것은 그렇게도 완강하게
버티던 이 못난 사람을 아버지학교로 발길을 한순간 돌릴수 있게 하신 분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나의 하나님이시다.

아버지학교 첫째날, 막상 첫수업이 시작되는 날이되니 3일전 그렇게 극적으로,
자발적으로 등록하고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이 또 사라진다. 금요일 회사일이
늦게 끝나는 핑계로 미적거리다 첫날부터 지각하였다. 강사님들의 열띤 강의와
참가자들의 간증, 열심으로 행사진행을 위해 애쓰는 학생수보다 많은 봉사자들
정말 열심히들 하시는 모습을 볼수 있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수업에 열중하지못하고 있음을 발견할수 있었다. 둘째날 세째날이 지나면서 서서히 익숙해 지면서
조금식 교육과정들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함을 느꼈다. 가정에서 Best아버지는 아니지만 특별한 문제없이 자녀들과 그런데로 잘지낸다고(칭찬에는 늘 인색하지만)생각하며 생활 했었는데 막상 아버지학교에 나와 보니 나의 모자람이 있음을 알수 있었다.
아버지학교에선 매일 숙제가 있었다. 숙제중에서 자녀가 자랑스러운 이유 20가지를 적어서 자녀에게 전해주는 것이있었다. 한참 고민하여 적어보았으나 5가지를 적고 나니 더 이상은 쓸 내용이 없었다. 일단 쑥스럽지만 눈을 지그시 감고서 딸에게 건네 주었다. 그런데 20가지중에서 1/4밖에 적지 못한 별 성의도 없어 보이는 한 장의 종이였지만 그걸 받아본 딸아이는 한마디로 감동 그 자체였다. 아버지로부터 아마도 처음 인정받는 느낌이지 않았나 싶다.
강사님들의 말이 자녀들에게는 늘 칭찬하고 격려해 주라고 하는데 사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아들에게도 20가지 중에서 5가지, 물론 아내에게도 5가지 그리고 1/3밖에 채우지 못한 짤막한 편지였지만 평소 말로 표현하지 못하였던 말들을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금번 아버지학교를 마치면서 캘거리에서는 꼭 한번은 참석해야지 하는 분위기인데(계속 버티면 천연기념물 같은 느낌) 이제 수료했으니 안도감이 생기며,
무엇보다도 다시 한번 나 자신, 내 아내를, 내 자녀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뻤으며 아버지라면 꼭 한번 아버지학교에 참여하기를 권하고 싶다. 나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이고 주위의 권유를 피해 다니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다 좋은 남편, 존경 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아버지학교참여를 적극 권유 하고 싶다. 아마 내년 이맘때면, 나도 아버지학교 수료하지않은 캘거리 아버지들을 찾아다니며 학교등록권유를 할것이다. 내자신 오랫동안 도망다녀봤기때문에 쉽지않을까…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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