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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文身) 이종명_에드몬톤 얼음꽃 문학동아리
한국에 비해 몹시 춥고 긴 겨울이지만 에드몬톤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잔디가 초록색으로 바뀐다든지 나무에 새 싹이 나오는 자연의 변화는 당연하다 치더라도 도시의 봄은 또 다른 현상으로 찾아온다. 어디에서 나왔는지 오토바이들이 한 두 대 또는 무리를 지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내 자동차를 좌우로 앞지르며 달리면 비록 잔설이 그늘진 곳마다 엎드려 있을지라도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은 세련된 최신 모델이거나 고전적인 모양의 컨버터블 차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뽐내고 나올 때에는 봄이 깊어졌음을 알게 되고 웃통을 벗은 알몸의 남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봄이 무르익어 여름의 문턱까지 왔음을 알게 된다.
오토바이들이 나오는 시점부터 원하든 아니든 보게 되는 것이 사람들 몸에 그려 넣은 문신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편의점과 술 소매상에서 일하는 나는 참 많은 문신을 보고 있다. 어느 날부터 특별한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문신을 하고 있다. 노년층의 문신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되지만 젊은이와 남자가 더 많이 하고 있고 50대 미만의 거의 모든 남녀가 문신을 하고 있다.
어느 청년의 몸에 문신이 보이지 않기에 왜 문신을 없느냐고 기대에 차서 물었더니 바지를 걷어 올리는데 종아리에 손바닥 크기의 해골 문신이 있었다. 갓 고교를 졸업했을 나이의 소녀에게 "문신이 없어 깨끗하다"고 하니 자기는 엉덩이에 문신이 있다며 웃었다. 누구에게 보이려는 것인지. 문신의 크기와 모양도 다양하다. 작고 밝은 그림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이고 온 몸을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그림으로 덮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만화책을 펼쳐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기록을 찾아보았더니 문신을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지만 하는 이유도 지역에 따라 사뭇 달랐다. 성인식을 할 때와 부족이나 씨족의 표시로 하는 문신이 대표적이라면, 신분이나 지위, 병마를 피하기 위한 주술적 수단도 있고 범죄한 사람에게 징벌로 문신을 하기도 하였다.
역사도 깊어서 이집트에서는 B.C. 2000년경의 미라의 팔이나 가슴에 문신이 있으며, 구약 성서 레위기 19장에 문신이 금지된 구절에서 고대 유대에서도 그러한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영어표기 ‘Tattoo’는 타히티어(Tahiti 語)이니까, 폴리네시아를 비롯한 많은 오세아니아 권과 남아메리카, 솔로몬 제도에서 성행하였다고 보이며 필리핀,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문신이 보편화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 일본에도 오래 전부터 문신의 기록이 있으니 문신의 역사는 깊고 지구 전체에 널리 퍼져있었던 것이다. 색소를 피부에 침착 시키는 문신은 피부색이 연한 인종을 중심으로 퍼졌으며, 아프리카 등 피부색이 진한 인종들은 피부를 꼬집어 올려 칼집을 내고 숯과 모래 등을 넣어 상처자국이 부풀어오르게 하는 반흔(瘢痕)문신을 하였다. 중국의 옛 문헌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마한 남자들은 문신을 하고 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며 고려와 조선 때에는 도둑의 이마에 문신을 넣었다고 하며 어떤 단체의 회원들이 결속과 일사 분란 함을 맹세하는 뜻으로 문신을 하였다고 한다.
'경을 치다.'라는 말이 있다. 흉악범에게 형벌을 주는 다섯 가지 무거운 형벌 중의 하나로, 죄인의 이마나 팔뚝에 먹으로 죄명을 써넣는 것이 그 중 가벼운 형벌이었는데 중국에서 시행하던 것을 고려와 조선조에도 시행하였던 것이다. 죽는 날까지 수치를 감수하며 살아야 했으니 어떤 면에서는 죽는 것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며 그 말의 뜻이 변질되었다. 오늘날에 '경을 치다.'하면 <나쁜 짓을 해서 혼내주다. >, <호된 꾸지람을 듣거나 벌을 받다. >라는 의미가 되었다. 구체적인 형벌의 뜻은 사라지고 추상적인 의미만 남게 된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어린이나 젊은이가 거의 없으니 고어 사전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말이다.
최근에는 문신의 기술도 발전하고 문신용 잉크도 개발되어 다양한 그림과 화려한 색채의 문신을 보게 된다. 문신이 미술의 한 장르로까지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하니 구석기 시대의 머리를 가진 나로서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일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와 우리는 모두가 어떤 문신을 이마 뿐 아니라 얼굴 전체에 그리고 살고 있다. 지난날은 어떠했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내일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얼굴에 그려 넣은 채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누가 그려준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직접 그려 넣은 것이다. 나와 우리의 문신을 보며 같이 생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같이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나와 우리의 문신에서 이 시대의 모습을 보며 장려할 것과 고쳐야 할 것과 없애야 할 것을 가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0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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