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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_ 원주희 (캘거리 문협)
 

단풍 들기도 전에
낙엽 떨어지기도 전에
하얀 피부를 파고 들어
상처만 남기고
하얗게 하얗게
덮으려 해도
덧나 부풀어 오른다

언제부터인가
들판에서
재잘 재잘
웃더니
자작 짜~작
울고 있다.

눈보라가 치는 날이면
하나 둘 모여 들어
하얀 속살 드러내며
검게 눈물 흘리며
서풍을
견디고 있다.

저녁 노을 질 때부터
밤을 하얗게
지새우곤
늘어진 잎새들이
입김을 불어 위로한다.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새벽 안개 속
다시금 속살 내놓고
머리 풀어 헤치고
맑은 햇살로
그 사이로 빨간 새집이
지어지고 있다.
하얀 창문이 하늘에 걸려 있다.

기사 등록일: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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