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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찌 될려나!...연재 칼럼) 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17/20) ,, .글 : 어진이
 
글 작성일 : 2004년 5월 24일


떄는 1976년 4월, 장소는 캐나다 토론토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D박사의 책상 주변이 어수선했다. 나를 쳐다보는 동료들의 눈초리도 심상치 않았다. 내 책상위에 메모지가 한장 있었다. D박사가 내게 쓴 짤막한 편지였다.

“어진아, 그 동안 고마웠어. 이렇게 너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떠난다. 자세한 이야기는 할수 없고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만날수 있겠지…… Thanks again.”

‘아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우리가 하던 일이 생각처럼 잘 안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D박사가 이렇게 떠나리라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어제 퇴근할 때까지도 아무말이 없었는데……

Director가 나를 찾는다는 전갈이 왔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Director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음 짤막하게 이야기했다. D박사는 어제 저녁으로 연구소를 떠났고, 나의 거취는 일주일 안에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난 주눅이 들어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 보지도 못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직장생활 7개월만에 실업자가 되겠구나!’

D박사는 아주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9학년 때 부모를 떠나서 Foster parents(양부모)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양아버지가 아주 좋은 분이었단다. 양아버지는 고등학교 화학 선생이였고 그의 영향을 받아서 화학을 공부했다고 했다. D박사는 어려서 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총명한 학생이였지만,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했던 것 같았다. 특히 아래사람보다는 윗사람들과 더 심한 것 같았다. 그래서 실력은 있었지만 한 직장에서 오래 있질 못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Director와 대판 싸웠다고 했다. 연구소에서는 Security guard를 대동시켰고, D박사는 자기 물건만 챙겨가지고 연구소를 떠났다고 했다. 난 하루 아침에 부모 잃은 고아신세가 됐다. 아무리 연구소의 기밀이 관계돼 있다고는 하지만 5년 가까이 일한 사람을 몇 시간의 시간을 주고 자기 물건을 챙겨 나간 후에 다시는 연구소 건물에 못 들어 오게 하다니…… 카나다 사회라는 곳이 이렇게 매몰찬 곳이로구나! 생각했다.

Security guard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상자 하나를 달랑들고 나가는 D박사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꼬리글:난 아주 후회되는 일이 있다. D박사가 떠날 때, 함께 인사도 못한 것이다. 같이 점심식사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때만 해도 난 카나다 물정을 잘 몰랐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질 몰랐다. 돌이켜 보면 D박사는 내 이민의 삶 속에 대단히 중요한 사람이었다. D박사가 그때 나를 채용해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D박사가 생각나서 수소문을 해보지만, 이젠 거의 30년 전의 일이라 D박사를 찾을 길이 없다. 이젠 D박사도 70이 넘었겠지…… 어디선가 건강하게 잘 살고있길 바랄뿐이다.


로빈: 저도 유사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다니는 회사에 저는 유일한 동양인 입니다.
나를 면접한 사람은 부서총괄 디렉터인데 한 7명정도 면접을 본 사람중에 저를 뽑았습니다.
지금도 왜 나를 봅았는지 이해는 안됩니다만
내가 입사한지 2달만에 사업부진에 대하여 사장과
한판 하더니 그다음날 사표쓰고 나갔습니다.
나 한테는 참 잘해주고 신규 이민자라 어려움도 많을거라며 아주 잘해 주엇는데 하루아침에 그만 두엇습니다.
저는 그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알수는 있지만 어차피
전공이 틀려 연락을 안햇습니다.
여기 사람들 정말 칼같이 그만두더군요.
저도 가끔 그 디렉터가 생각 납니다.
그럼 이만~

어진이: Robin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열심히 사실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글을 읽으니 참 좋군요. 제 생각에 공부는 무슨 공부든, 또 언제하던,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족 이야기는 없덴데…… 가족들은 아직 카나다에 안 오셨나요?
“밴쿠버에 뿌리를 내리며” Robin님의 이민수기를 써보시는 것 어때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보세요.
“순진이”는 internet ID입니다. “어진이”와 “순진이” 어때요? 궁합이 맞는 것 같지 않아요? ㅎㅎㅎ 본명은 정숙입니다.
열심히 사시는 Robin님의 소식을 듣으니까 참 좋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이쁜이: 안녕하세요?
오랜 만이죠?
순진씨가 지금 사모님 이나보다~ 짐작했는데 더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길래 아닌가? 했더니 이야기가 이어지는 군요.^^
두 분 모습이 참 정겨워 보이고 좋습니다.
전 밴쿠버로 일단 이사 갑니다.
어진이님께서 용기를 주셔 완전 정착은 토론토로 갈 겁니다.
그런데 어느 지역에 집을 사야 할지 걱정이 되는군요.
밴쿠버는 잘 아는데 토론토는 전혀 문외한이라서요.
이번에 토론토로 가서 집을 구해볼까 했는데 성수기라 쉽지가 않군요.
설령 간다해도 짧은 시간에 모르는 도시에서 집을 산다는 것도 무리고...
그렇다고 돈을 가지고만 있자니 집값이 오르고 있어 불안하고 고민이 많답니다.
이민은 고민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토론토에 간다면 뵙고 싶습니다.
사모님이랑 세 아드님 모두 축복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이쁜이 올림
실은 전혀 안 이쁜데 (키 작고 뚱뚱하고)평생 못 듣는 말 저라도 해 볼려고 지었답니다.
이해해 주세용!

어진이: 안녕하세요? 이쁜이님.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 정말 힘들고 불안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길은 항상 있다고 믿고 살아갑니다. 설사 좀 힘이 들지라도...
낯선 땅에서 새로 시작하는 삶 쉽진 않겠지요. 힘내세요. 잘 하실수 있을겁니다. 토론토에 오시면 연락 주세요. e-mail 주소: aginie@hotmail.com
좋은날 되세요.

힘내자: 공부는 무슨공부든 언제하든 남는 장사..... 라고 하셨는데 믿어도 될까요..
이민온지 2년째,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신랑을 보면서.. 이제 서서히 지쳐가네요...
생활비에 학비에(취직을 기다리며 하는 공부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들처럼 생활전선으로 나가야하는지..
최선을 다하며 진심으로 원하면 꼭 이루어진다는 신랑에게 제가 어떤 내조를 해야 하는지요..
만에하나 원하는것을 얻지 못해도 지금하는 공부와 노력이 마이너스가 아닌 남는장사란 말씀 믿어도 될까요..

어진이: 힘내자님, 힘내세요. 제가 어디를 좀 다녀 오느라고 답이 늦었습니다. 미안해요. 혹시 남편한테서 군대이야기 들어 보셨어요? 군대에 처음 가면 일등병이 그렇게 부럽습니다. 상병은 우러러 보이고 병장은 하늘처럼 보입니다. 누구나 이민의 삶을 시작하면 힘이듭니다. 그런데 일이 힘들면 힘들수록 그일을 이루어 놓았을 때 얻는 기쁨이 더 큽니다. 물론 그 과정이 무척 어렵지요. 그러나 힘들다고 포기하면 그 것으로 끝입니다.

그렇다면 물으시겠지요? 그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극복하는게 보장이 되느냐구요. 그건 누구도 장담을 못합니다. 단지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부가 남는 장사냐구요? 저 경우엔 남는장사였습니다. 때로는 죽도록 공부를 했는데 원하는 직업을 못 잡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그럼 공부를 했는데 직업을 못 잡았다면 손해를 보았을까요? 자기가 원하는 것 만큼 남기진 못했어도 얻은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배울 기회가 있고, 카나다 사회를 배을수 있고, 학교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수가 있고……

장사를 한다고 누구나 다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지요. 그러나 손해를 본 사람일지라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할수 있지않을까요? 그 경험때문에 나중에 돈을 번다면 남는 장사라고 할 수있을것 같습니다.

나이들어서 이민와서 다시 공부를 한다는 것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남편 되시는 분이 최선을 다하시는 분이시라니, 참 좋습니다. 이민의 삶 속에서 부부중에 한 사람이 힘들어 하면 다른 사람은 두배 세배로 더 힘이듭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어려울 때 부부가 힘을 합해서 서로 도와주고 격려해 주면 그 어려움이 이분의 일 또는 삼분의 일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건 저의 경험입니다.

공부가 남는 장사냐구요? 저는 남는 장사라고 믿고 했습니다. 그리고 떼돈는 못 남겼어도 쏠쏠한(?) 재미를 본 사람입니다. 제가 아무리 믿으라고 해도 본인이 못 믿으면 어쩔 수가 없는 것입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본인만이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힘내세요.

힘내자: 어진님.. 아세요?..
제가 몇번이고 이글을 읽으면서 많은 힘 얻었다는거요.. 어진님이 그런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제 맘속에 콕콕 박히는 살이 되는 조언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부가 힘을 합해서,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생활 할께요.. 정말 감사하다는것,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남을 위해 시간내어 답글 주시고, 신경써주시는것, 그 따듯함에 힘을 얻고 갑니다......

어진이: 힘내자님~
안녕하세요? 제가 얼굴이 뜻뜻해지네요. 하지만 힘을 얻으셨다니 기쁩니다. 최선을 다하시는 남편을 가지신 힘내자님은 행복하신 분입니다. 제가 경험하기로는 두 부부가 서로 합심해서 돕고 격려하고 아끼면서 이민의 삶을 개척해 나가시는 분들은 모두 행복하게 사시는 걸 보았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부부가 서로 아껴주지 못하는 부부들은 삶에 활기가 없었습니다. 힘내자님은 이민의 삶에서 제일 중요하고 필요한 조건을 가지고 계신분이세요. 세월이 지난 후에 웃으시면 옛 이야기를 하실 때가 꼭 옵니다. 힘내세요.

은경: 어진이님의 글 속에서 삶의 진실을 봅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를 배우구요. 꼬리글 좀 더 길게 달아 주셔도 좋을듯 해요.*^^*

기사 등록일: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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