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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가다 ...연재 칼럼) 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19/20) ,, .글 : 어진이
 
글 작성일 : 2004년 6월 10일

때는 1976년 5월, 캐나다 토론토

결혼식 하루전날, 날씨가 꾸물꾸물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결혼하는 날의 날씨가 남자에게도 중요하지만, 신부에게는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아름답게 치장을 했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어떻게 하지?’
‘결혼을 하는 우리는 물론이고 결혼식에 오는 하객들도 불편할텐데……’
‘공원에 가서 사진을 찍는 계획은 물건너 가겠네.’

아무리 하늘을 쳐다 보아도 비는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일기예보도 신통치 않았다.
이렇게 마음을 조리는 신랑 신부들이 있기에 카나다에서는
“결혼하는 날 비가 오면, 신부가 축복받는거야!” 라는 말이 생겨 났겠지?”
오죽 속이 상하고 안됐으면 그런 말을 만들어서라도, 마음 상한 신랑 신부들을 위로 할려고 했을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정말 거짓말처럼 쨍~~~한 날씨가 아닌가!
‘세상에 이럴수가……’
신부가 축복을 받건 못 받건 그런 것은 접어두고 날씨가 맑으니 좋았다.
“어제까지만해도 비를 뿌리던 날씬데……”
“이젠 장가를 간단 말이지!”
미친 놈처럼 싱글거리며 들뜬 마음을 누르고 교회로 향했다.

난 교회 단상 아래서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 행진곡이 울리면서 큰 오빠의 손을 잡고 순진이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하얀 드레스, 수줍음에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 깔고 내게로 걸어 오는 순진이는 한 송이의 흰 백합꽃같다고 생각했다.
‘이제 이 여자와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구나!’

목사님의 목소리가 내 귀에 왕왕 울리는 것 같았다.
“그대는 신부 순진이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약할 때나, 항상 아끼며 사랑할 것을 하나님과 여러 하객들 앞에서 약속하십니까?”
“네~”
순진이의 왼 손 약지에 결혼 반지를 끼어 주었다. 순진이의 손은 가늘게 떨고 있었다.
순진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고 서약을 받았다.
“저는 어진이와 순진이가 부부가 된 것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공포합니다. 하나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눌수 없습니다.”
박수가 터지고, 결혼 행진곡이 울리고, 우리는 어떻게 걸어 나왔는지 모른다. 얼떨떨했다.
우리들의 결혼식은 그렇게 끝났다.


꼬리글: 교회 지하실에서 결혼 피로연을 가졌다.
어머니, 누나, 형수가 준비해 온 음식으로 잔치를 벌였다.
요즘처럼 신랑과 신부가 하는 First Dance도 없었고,
Champagne 잔을 들고 축배를 하는 것도 없었고,
물컵을 숟가락으로 두드리면 신랑과 신부가 키쓰를 하는 것도 없었다.
순진이는 우리들의 결혼식을 “피난민 결혼식” 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민 초창기에는 모두들 그렇게 결혼했다.
그리고 모두들 열심히 행복하게 살았다.

우리 신혼여행의 한 장면을 얼마전에 쓴 “여자의 일생” 에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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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25살

ESL 학교에서 만난 친구 오빠와 결혼을 했다.
무릎 튀어 나온 골덴 바지 입은 비쩍 마른 남자! 결국은 내가 그 남자와 결혼을 했구나!
주위의 사람들이 사업을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준다고 했지만, 마누라 속썩이는 일은 없을 것같아서 데리고 살아 주기로 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제안한 신혼여행이라는게 가관이다. Canoe를 가지고 Algonquin Park에 가서 camping을 하잔다 “세상에….” Niagara에 가서 썰렁한 호텔방에서 하룻밤 자고 오는 것 보다는 더 romantic할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신혼여행을 camping으로 대신하다니….. 참 별종(?)하고 결혼을 한 것같다.

텐트를치고 신방을 차렸다. 5월 중순인데도, 응달에는 눈이 있었다. 짐을 정리한 다음 canoe를 호수에 띄우고 서서히 저었다. 아름다운 숲! 잔잔한 호수! 상쾌한 공기! 역시 남편말을 따르길 잘한 것 같다! 아름다운 호수가에 노니는 원앙새 한쌍 같았다.

밥이 익는 냄새가 구수했다. 난 밥냄새가 이렇게 구수한 줄을 예전엔 몰랐다. 분위기 탓인가? 된장찌개에, 멸치복음, 무말랭이 무침에, 계란부침! 환상이였다.
게다가 camping와서, 음식 만들기와 설거지는 남자의 몫이라며, 날더러 신방에들어가 꽃단장하고 기다리란다.
‘고남자 노는게 정말 귀엽네!’

해가 넘어가니까,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염치 불구하고 남편의 품을 파고 들었다.
‘야! 어쩌면 사람의 몸이 요렇게 따뜻할까!’
‘처녀때 떨던 내숭! 다 어디갔어?’
남편의 팔을 베고 누었다. 밖에는 바람소리가 텐트를 흔드는데, 남편의 품은 정말 포근했다.
‘이젠 죽으나 사나 이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구나!’
“순진아, 춥지 않아?”
“아~니~, 너무 좋아용!” 다시 파고 들었다.

이쁜이: 제 친정 아버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양가 부모님께서 혼처를 정해 네 엄마 얼굴도 못보고 나귀타고 장가를 가는데 가마 속 신부 얼굴이 하도 궁금해 살짝보니 볼이 발그레~하니 괜찮게 생겨 마음이 흡족했었다. 아~ 근디, 밤에 정식으로 신부를 보니 얼굴이 넙적하니 안 이쁘더란말시...그려서 칫간에 간다고 나와 애궂은 밤 하늘을 보며 도망 갈까~ 혔다. 그런디 내 할아버지, 아버지 한테 죽도록 맞을 것이 겁나 눈감고 들어갔다.."
하시며 술 한 잔 들어가 기분 좋으실때 엄마를 놀려대고 했지요.
그렇게 결혼생활 시작햇어도 두 분 참 잘 살으셨어요.
지금은 아버지는 돌아 가시고 엄마만 남으셔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연금으로 오히려 자식들 용돈 주시며 살고 계시지요.
예쁜 장식장 사서 그 속에다 아버지 훈장, 상장 넣어 두시고...
어진이, 순진이 님처럼 결혼해 사시는 분들이 더 정도 깊고 애틋하게 사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구요,,.....^^
항상 어진님 글 읽으면 마음이 참 따뜻해져요.
그래서 더욱 사랑하지요...^^




기사 등록일: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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