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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 (1/25) 첫번째): 첫 출산 ( 글 첫 발표일 2005-1-19)
 
때는 1978년 1월

벌써 임산부 교실에 등록한지도 한달 반이 넘었다 순진이의 배는 정말 남산만 했다. 분만일이 점점 닥아오니 응근히 걱정이 됐다. 무지하게 아프다는데…… 임산부 교실에서 배운 호흡법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가끔 손인지 발인지 모르지만, 순진이의 배에서 뭔가 삐져 나오는게 너무나 신기했다. 어떤 때는 가만이 앉아 있다가 갑자기 “어이구” 할 때가 있었다. “왜그래?” 물었더니 아기가 발길질을 하는데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나의 어머니도 이렇게 해서 나를 낳으셨겠지? 아버님께서는 우리 8남매 중에 세 아이를 손수 받으시고 탯줄을 자르셨단다. 나라면 할수 있었을까?

분만일 전 마지막 검진을 받으려 갔다. 진찰실에서 나온 의사는
“Baby is fine and your wife is fine too!”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별일 없을 것이라고 믿었었지만, 다시 한번 의사의 말을 듣으니 기분이 가쁜했다. 첫 아이이니까 분만일이 한 두주 빠를 수도 있으니 진통이 오는 것 같으면 지체말고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나흘 후에 퇴근해서 집에 오니, 순진이는 많이 피곤해 보였다. 앞으로 배가 나오니 허리가 그렇게 아프다고 했다. 어머니께서는 어떻게 8남매를 낳으시며 밭까지 매셨을까? 그땐 어떤 사람들은 콩밭을 매다가 밭고랑에서 아기를 낳았다고 하셨다. 그걸 생각하면 세월이 많이 좋아졌다. 저녁 먹은 것을 치우는데, 소파에 비스듬이 앉아있던 순진이가 말했다.
“여보 나~ 좀 이상해요”
“그래?”
“진통이 오는 것 같아요”
“의사가 진통은 왔다가 그치고 또 온다고 했으니 좀 두고 보자”

한 30분 정도 지나니까, 다시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진통인 것 같애. 병원에 가자”
미리 준비해 두었던 가방을 챙겨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 여보 나 죽겠어”
“조금만 참아. 이제 거진 다왔어”
“아~~~ 악~”
“다 왔다니까~”
해산의 고통이 참지 못할 정도로 심하다는 말을 귀가 아프게 들었지만, 이렇게 차창이 깨질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줄은 몰랐다.

간호사가 wheel chair에 태워서 산부인과 병동으로 데리고 가고, 나는 차를 세우고 불이나케 분만대기실로 뛰오 올라갔다. 그렇게 악쓰며 소리를 지르던 여자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미소를 짖고 있었다.
“이젠 안 아퍼?’
“응 괜찮아~”
“엄살 부린거 아냐?”
“여보~ 나 죽는 줄 알았어!”

진통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멀쩡하다가도 진통이 오기 시작하면 병동이 떠나가도록 소리소리 질렀다.
‘고렇게 내숭을 떨던 여자가 어쩌면 이렇게 악쓰며 소리를 지를까?’
옆에 있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였지만 막무가내였다. 아무리 죽겠다고 소리을 질러도 간호사들은 눈하나 깜짝 안했다. 어찌 남자들이 그 고통을 알랴! 난 그냥 순진이의 손을 꼬~옥 쥐고 어쩔줄을 몰랐다.

임산부 교실에서 남편이 분만하는 장면을 보면 부부정도 두터워지고 아이에 대한 사랑도 더 생긴다고 해서, 사전에 분만하는 것을 보겠노라고 sign을 했었다. 간호사가 의사들이 입는 옷, 모자, 덛신, 마스크까지 가져다 주었다. 모두 입고나니 그럴듯했다. 드디어 악쓰는 순진이를 간호사들이 데리고 분만실로 들어갔다. 한 간호사가 준비하고 있다가 연락하면 들어오라고 했다. 올 것이 왔구나! 심호흡을 크게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뭔가 심상치 않은거 아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모두 다 낳는 아기를 왜 우린 못낳아” 자신만만했는데, 슬슬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님, 둘 다 건강하고 무사하게 해 주십시요. 좋은 아버지가 되게 해 주십시요” 기도 밖에는 할게 없었다.

한 30분을 기다렸나? 간호사가 들어 오라고 했다. 분만실로 들어서니
“It’s a fine boy! Congratulations!” 의사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된거야? 꼭 볼려고 했는데……’
의사의 말인즉 생각보다 힘든 난산이었다고 했다. 순진이는 얼마나 악을 썼는지 머리카락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순진아, 수고했어” 순진이의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옆에 누어 있는 빨갛고 쪼글쪼글한 아이를 쳐다보았다. 생전 처음 갖난아이를 보는 순간이었다!

‘요놈이 내 아들이야?!’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순진이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순진아, 많이 힘들었지? 정말 수고했어!”
순진이의 손을 다시 한번 꼬~옥 쥐어 주었다.
조금 전까지 악쓰며 소리를 지르던 순진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은경: 어진이님께서 쓰신 글을 읽으니 태욱이 낳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밤새도록 남편이 이불을 들었다놨다 벌을 섰더랬지요.
(진통이 올땐 덮고 있는 담요도 무거워서 미치겠더라구요.^^)

그렇게 함께 진통을 겪었던 남편...
아이를 낳은 뒤 병실로 옮겨져 잠에서 깨었는데,
침대에 엎드려 잠든 남편을 보면서
우리 아기는 나 혼자 낳은게 아니야...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씩 함께 만들어 가는 기억들이 부부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것이겠지요?

어진이님 덕분에 저도 옛기억들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기사 등록일: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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