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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2/25): 새 발명품: 젓짜는 기계 2005-1-26
 
1978년 2월

병원 분만실에서 처음 아들을 봤을 때는 솔직히 아무리 잘 봐 줄려고 해도 “예쁘다” 라고 할 수가 없었다. 힘들게 그 좁은 산도를 통해서 나왔기 때문에 멍이 든것 같기도 했고, 이상할 정도로 빨갛었는데, 천천이 젖살이 오르고 수분이 빠지니까 “야~ 정말 예쁘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거기다 “뱃내 웃음”이라도 가끔 웃을 때면 얼마나 귀여운지 몰랐다.
‘요게 정말 내 아들이란 말이지!’ 아들을 안고 미친 놈처럼 희쭉희쭉 웃었다.
“여보, 그렇게 좋아요?”
“그럼~ 당신은 안 좋아?”
“나두 조~오치!”
둘이서 아들을 가운데 놓고 싱글벙글했다.
‘자식을 가진다는게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느꼈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까, 생활 pattern이 완전히 바꿔버렸다. 쬐꼬만 녀석 하나 때문에 영~ 정신이 없었다.
첫번째는 기저귀를 빠는 일이었다. 처음 한 주 정도는 일회용 기저귀를 썼지만, 그 후부터는 천기저귀를 쓰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빨아서 배달해 주는 곳도 있었지만, 귀한 아들의 피부에 닿는 물건인데, 어떻게 빠는지도 모르는 곳에 맞길 수가 없었다. 아파트 지하실에 있는 세탁기에 빨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믿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손으로 빨았다.

그런데 기저귀 빠는 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오줌을 싼 것은 그런대로 하겠는데, 큰것은 냄새도 냄새려니와 고무장갑을 끼었지만 손으로 빠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기저귀는 왜 그렇게 자주 바꾸어 주어야 하는지…… 직장에서 돌아 오면 제일 먼저 빨래통 부터 들여다 보게 되었다. 하루만 걸러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나중엔 생각 끝에 2-3일 모았다가 욕조에 비눗물을 풀어 놓고 손으로 빠는게 아니라, 발로 밟아서 빨았다. 훨씬 쉬웠다. 아파트 응접실에 빨래 건조대를 설치해 놓고 기저귀를 쭉~ 걸어 놓으면 가관이었다. 가히 기저귀 공장 같았다.
‘까짓거 기저귀 빠는게 문제야?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얼 못해!’

둘째는 불어 오른 순진이의 젖을 짜는 일이었다.
난 원래 요즘 말로 얼짱 혹은 몸짱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얼짱 혹은 몸짱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서 별로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그래서 난 그저 수수한 그렇지만 인정미가 있는 순진이와 결혼을 했는지도 모른다. 모든게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순진이에게 불만 비스므리한게 있다면, 그건 가슴이 좀 빈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들을 낳고 나서 그 문제가 해결이 됐다. 순진이의 앞가슴이 빵빵~해진 것이었다. 정말 보기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보기 좋은 빵빵~한 젖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젖을 짜내야만 한단다. 젖짜는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나의 전공을 이야기 해야 한다. 난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농학도 였다. 그래서 학교에서 실습은 물론 여름방학이면 젖소를 기르는 농장에 가서 소똥도 치우고 젖을 짜기도 했다. 젖을 짜기 전에 꼭해야 하는 것은 따뜻한 수건을 가지고 젖을 맛싸지하면서 딱아 주는 것이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bucket만한 젖통을 문지르면서 딱아주면 젖소들이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꼬리를 살레살레 흔들기도 하고, 음~메~~ 하며 좋다고 소리도 지르곤했다. 그런 다음 젖을 짜면 젖이 아주 잘 나왔다. 젖소들도 불었던 젖을 짜고 나면 아주 홀가분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산모나 젖소나 불은 젖을 짜는데는 별반 다를게 없었다.
“여보, 젖이 너무 아퍼! 이걸 짜야 한데…”
“그래? 젖짜는거면 염려 붙들어 매셔~”
“무슨 소리예요?”
“내가 축산과 출신이자나. 젖짜는 것은 자신있다구!”
“이 이가~? 지금 농담이 나와요? 난 아파 죽겠는데…”
“글쎄 염려 말라니까”

화장실에서 세수대야에다 따끈한 물울 받아다가 작은 손수건을 적셔서 순진이의 가슴에다 덮었다.
“앗~ 뜨거!”
”좀 참아. 이게 다 경험에서 나온거야!”
”당신 다른 여자 젖을 짜봤어?”
“이 여자가~ 사람 잡을 소릴하네!”
“그럼 어떻게 알어?”
“내가 소젖을 많이 짜봤자나~”
“내가 소야?”
“소나 사람이나 비슷할껄~ ㅎㅎㅎ”

탱탱하게 불은 젖무덤을 부드럽게 맛싸지해서 젖몽어리를 잘 푼 다음, 간호사가 갔다 놓은 펌프를 틀고 깔대기를 젖에다 대었다. 정말 거짓말 보태지 않고 젖이 물총 쏘듯이 솟아 나왔다.
“자~ 이거 봐! 이거 보여?”
“아주 시원해요!”
”내가 뭐랬어? 뜨거운 수건으로 맛싸지를 안하고 젖을 짜면, 젖이 반도 안나와 알어?”
“……”
“조오~치?”
“어~~” 순진이는 내 실력(?)에 감동하는 눈치였다.

‘카나다에 와서 한국서 배운 전공을 써 먹을 데가 도무지 없었는데, 이렇게 써 먹는구나!’
순진이는 젖이 아파서 어쩔줄 모르더니, 젖을 짜고 나니까,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오늘 남편 노릇 잘 했네!’
‘한국에서 축산을 전공하길 잘했어 ㅎㅎㅎ’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병원에 있을 때는 펌프가 있어서 젖짜는게 식은 죽먹기였는데, 집에 온 후로는 젖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무리 따듯한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맛싸지를 해도 손으로 젖을 짜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손끝에 닿는 감촉(?)은 좋았어도......
‘젖꼭지가 젖소 젖꼭지 같이 크면 좋을텐데……’
‘젖꼭지라고는 도무지 건포도만 하니~ 원……’

병원에서 쓰던 젖짜는 펌프를 하나 살려고 수소문해봤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
‘뭐 좋은 수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병워에서 쓰던 기구를 생각해 보았다.
‘그게~ 별게 아닌데…… 까짓거 만들면 어떨까?’
‘병원에서 쓰던 pump는 vacuum pump이니까, vacuum cleaner를 사용하면 되겠네!!!’
기발한 착상이라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다.

순진이 젖무덤 싸이즈에 맞는 깔대기를 실험실에서 하나 가지고 오고, filtering flask를 하나 빌려와서 머리에서 구상했던 설계도(?)대로 만들었다. vacuum cleaner를 틀고 깔대기를 손바닥에 대었더니 손바닥이 철썩 달라 붙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누구냐?’
그러나 흡인력이 너무나 쎘다. vacuum cleaner에 있는 흡인력을 조절하는 valve를 약간 열었더니 흡인력이 적당한 것 같았다.

“여보~ 이리 와봐~”
순진이는 내가 만든 젖짜는 기구(?)를 보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난 무슨 발명가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해서 대강 젖을 맛싸지 한 다음에 깔대기를 젖에 대고 vacuum cleaner의 스위치에 손가락을 올리 놓았다. 바야흐로 내 발명품의 진가를 실험해 보는 순간이었다!
스위치를 눌렀다. 왱~~~ vacuum cleaner가 소리를 지르고, 난 순진이의 젖꼭지를 주시했다.
1초, 2초……
“아~~ 아퍼!”
“……???”
“아프다구~!”
순간 내 머리 속은 혼잡해지고 있었다. 조금 더 기다릴 것이냐? 스위치를 끌 것이냐? 기로의 순간이었다.
“아프다는데, 뭐해~~~” 순진이가 악을 썼다.
스위치를 껐다. 젖무덤에 딱 달라붙어 있던 깔대기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순진이의 얼굴은 놀람과 노기로 붉어져있었다. 단 몇 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흡인력이 너무나 쎘나 보네!”
“손바닥에다 테스트해 볼 땐 갠찮았는데……”
Valve를 조금 더 열어 놓고 다시 손에다가 테스트를 해 보았다. 전에 보다 흡인력이 훨씬 낮아졌다.
“한번만 더 해보자”
“내가 미쳤어?”
“딱~ 한번만 더 해보자”
“싫어!”
“에이~~ 이번엔 될텐데…”
“내가 미쳤지… 여보 당신 어떤땐 얼마나 황당한지 알어?”
“여보, 조종이 덜 돼서 그랬어~. 안 될리가 없어~. 한번만…”
“다신 말도 꺼내지 말아욧!”

‘아~~ 아깝다! 한번만 더 시도해 보면 좋을텐데……’
발명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테스트할 준비를 잘 하는게 더 중요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귀중한 발명품을 다른 사람에게 실험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안타갑지만 어쩔수 없지…!’

순진이는 젖이 아픈지, 젖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꼬리글:
난 아직도 vacuum cleaner로 만든 젖짜는 기구가 설계상이나 제작상의 문제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뿐이었다.

젖이라는 것은 산모의 심리작용에 따라서 잘 나올 수도 있고 잘 안 나올 수도 있다. 즉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젖이 잘 안 나온다. 젖소도 마찬가지였다.

순진이는 내 발명품을 보는 순간, 심리적인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더욱이 vacuum cleaner의 요란한 소리가 그녀의 젖줄을 모두 막아버렸던 것 같다.

그리하여 나의 발명품(?)은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다. 안타까웠다!. 그리고 나는 순진이의 젖을 손으로 짜내느라고 무던히도 고생을 했다.


힘내자: 대단하세요.. 천 기저귀를 쓰셨다니.. 참 사랑이 많은 아빠셨네요..
다소 적나라한? 표현에 미소를 머금고 읽었답니다..
오르기 힘든 나무.. 힘든 나무를 오르는 도전을 택한 저희 가족에게 와 닿는 제목이예요.. 저희 가족에게도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것 같아요.. 이력서를 뿌리고 기다리기에 지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실력자가 되겠다고 시작한 공부인데....
이민 2년이 지난 어느날 신랑이 환한 미소로 돌아와서 말하더군요.. 중국사람들은 적응하고 자리 잡는데 보통 2~3년을 잡는다구요.. 우리나라 사람은 6개월 노력하다 안되면 다른 길로 가는게 보통인데.. 우린 이제 2년 지났다구요.. 늦은게 아니라고..
아직 끝난 경주는 아니지만 공부한다는 말에 곱지 않은 주위의 눈초리도 많았어요.. 이곳에서 공부해봤자 헛거라고.. 시간낭비하지 말고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얼마가 더 걸릴지 모르는 힘든 싸움이 끝나면 연락 드릴께요.. 많이 기뻐해 주실거 같아서요..

해리아빠: 재미있었습니다. 사실은 저희도 한국에서 첫째애기 지금 두살이지만 천기저귀썼습니다. 다음주면 둘째인데 물론 천기저귀 쓸생각이구요. 오늘 둘째 때문에 휴가를 4일 냈는데 회사가 슬로우해서 걱정이네요. 날씨가 무척추운데 건강조심하시고 좋은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어진이: 힘내자님, 안녕하셨어요?
남편께서 열심히 공부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래 전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사실은 눈총을 좀 받았거든요 ㅎㅎㅎ
저는 그 눈총 그냥 묵살해 버렸어요.
그리고 응근히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지요.
지나고 보니 그 때 그눈총이 약이 된것 같아요.
남편 용기 북돋아 주세요.
그리고 좋은 소식 있으면 저에게 제일 먼저 소식 주시고요.
건강하세요.

어진이: 해리아빠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둘째 아이를 보셨다구요?
힘은 들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면 남는 건 자식밖에 없더라구요.
두 자녀 모두 이땅에서 꼬~옥 필요로 하는 귀한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
제 경험으로는 아이들에게 일회용 기저귀 보다는 천 기저귀가 더 좋더라구요
열심히 빠세요. ㅎㅎㅎ
동지가 생겨서 좋습니다.

은경: 젖몸살...
으이구~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걸요? ㅋㅋ
너무 사실적으로 쓰셔서 좀 민망하기도 했는데,
비밀하나 알려드릴까요?
태욱이 아빠는 젖몸살은 그저 세게 빨아야 된다는 말에 애기가 되었었답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잘 생각이 안나네요.^^;;;

어디서 보니까 식혜를 마시면 젖이 삭는다고 수유중인 엄마들은
마시면 안된다고 하네요.
고로~ 젖몸살중일때 조금 마셔주면 좋지않을까... 싶은데,
확인해볼 방법이 없네요.ㅋㅋ
다음편은 어떤 이야기를 하실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진이: 그걸 미쳐 몰랐었네요ㅎㅎㅎ

기사 등록일: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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